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삼모델 Dec 16. 2020

독일에는 5월에도 맥주 축제를 한다. Volksfest

건배할 때 눈을 안 마주치면 7년 동안 못한다.

- 옥토버 페스트만 있는 게 아니야

맥주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독일에는 10월에 하는 맥주축제, 옥토버 페스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의 교환학생은 봄-여름 한 학기 생활이라 맥주 축제를 즐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런데 맥주와 축구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는 듯 한 독일인들에게, 1년 동안이나 맥주축제를 쉬라는 건 말이 안된다. 독일에서는 5 월에도 Volksfest 라는 이름의 맥주 축제를 한다. 대도시인 뮌헨 에서만 축제를 하는 줄 알았으나, 내가 사는 잉골 슈타트에도 Vol ksfest 가 열렸다.

놀이공원

- 허허벌판에 놀이공원이

넓은 주차장에다가 각종 놀이기구를 설치해 놓고, 간식거리를 파는 축제 부스를 차려 놓았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비할 바 는 아니지만, 롤러코스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놀이기구가 다 있었 다. 회전목마나 대관람차를 비롯한 파도타기나 범퍼카 같은 스릴 있는 기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자이로 드롭이었다. 독일 의 시골답게 잉골슈타트에서는 5층 이상의 높은 건물이 잘 없는 평지가 펼쳐져 있다. 이런 곳에서 자이로 드롭을 탄다면, 지평선 에서 지평선이 이어지는 광경과 함께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딱 몇 초간 그런 황홀한 느낌을 받을 뿐, 곧 내 몸 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 축제의 메인이벤트, 빅 텐트

놀이기구도 좋지만, Volksfest 의 메인은 맥주를 파는 빅 텐트 다. 독일식 전통 복장을 입은 남녀들이 매우 많이 눈에 띈다. 매년 열리는 마을 축제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기존에 살던 독일 친구 들은 집에 옷을을 이미 사두었다고 한다. 독일은 동네 별로 다른 양조장의 맥주를 팔기 때문인지 잉골슈타트 양조장의 텐트가 여 러개 놓여있다. 독일 축제의 맥주는 남자도 한 손으로 들기 어려 운 큰 2파인트 짜리 무거운 맥주잔으로만 판다. 오래 놀다보면 팔 이 아프기 마련이지만 즐거워서 곧 상관없어 진다.

-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자

텐트의 중앙에서는 준비된 밴드가 노래를 부른다. 공연이 시작 하면, 사람들은 모두 의자 위로 올라가 맥주를 한 손에 들고 노래 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춤이라고 별게 있는 게 아니 다. 맥주를 손에 들고 의자가 무너지도록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 라 부를 뿐이다. 어찌 보면 상당히 독일 같은 축제이다. 진짜 나무 의자가 한계까지 휘어 있어 부러질 것만 같았다. 조금 오래된 미 국의 포크송들과 알아듣지 못할 독일 노래가 흘러나온다. 못 알아 들어도 흥겨워서 같이 몸을 흔들게 된다.


몇 없는 동양인 무리가 신기한지 심심한 독일인들이 와서 어디 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들과 같이 이야기 좀 하고 몇 번의 농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 새 친구가 되어있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는 못하지만, 그들과 함께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있다. 큰 맥주 잔 을 'FROST!!!!'라고 외치면서 엄청나게 세게 부딪히지만 잘 깨지 지도 않는다. 그리고 건배를 할 때 건배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 쳐야 한다. 안 마주치면 7년 동안 못한다고 놀려댄다. 세상 사람 들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가 보다.                                                                   







 






















이전 12화 성스러운 양 똥의언덕, 세븐 시스터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