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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11. 2024

택시타고 내가 구글맵스 킨 이유


햇볕이 내리쬐는 마젤란 십자가 앞에서 물어 물어 택시 정류장을 찾았다. 우리나라처럼 표지판 표시가 없기에 어디가 택시 정류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있다. 그래서 현지 사람에게 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버스도 마찬가지라 어디가 정류장인지 외국인이 찾기에는 어렵다는 점. 좀 시내로 나가야 정류장 비슷한 것들이 있다. 그래도 내가 있던 곳은 세부 시티 쪽이었는데도 그런 걸보면 역시 대한민국 대중교통 만세다. 오래전부터 한국에는 GPS 전광판이 있어 몇 정거장 전에 오는 지도 알 수 있을만큼 편리하다. 그에 반해 필리핀은 그 정도는 아니었으며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 모를만큼 정도인데 택시 정류장이라고 뭐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물어물어 택시 정류장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서 있었더니 택시가 오긴 오더라.





우리 앞 팀이 먼저 타고 나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필리핀에서는 처음 보는 큰 차가 왔다. 한국으로 치자면 모범 택시 급이랄까. suv 차량이었다. 유리창 앞에 장애인 스티커가 붙어 있던 것도 캐치했다. 아저씨는 아저씨라고 말하기 어려울만큼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셨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서 우리는 구글맵스를 키고 가게 이름을 외쳤다. " 부코 씨사이드!" 그는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근처 가까운 제이파크 리조트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 드라이버는 이해를 잘 못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막탄 근처다 라고 했다. 거기까지 갈 수 있냐 하니 ok라고 수줍게 말씀하신.





더군다나 눈까지 침침하셨던 그는 지금 끼고 있는 안경외에 돋보기 안경까지 종류만 2~3가지나 됐다. 그는 불안하게도 안경을 바꿔끼며 운전을 했다. 그 모습이 너무 불안했던지라 핸드폰으로 구글맵스를 켰다. 마젤란 십자가에서 막탄 부코 씨사이드까지는 거리로 50분 정도. 구글맵스를 켜고 보여주니 이해를 조금이나마 더 한 것 같았다.(여기서 이해란 경로, 목적지에 대한 이해다.) 그랬는데 아저씨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을 2~3번을 이탈하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가 경로를 이탈할때마다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은 길어졌다. 이러다 안될 것 같아서 성격 급한 동생과 나는 이렇게 외쳤다.




you are lost way.





아저씨는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괜찮다고는 말했지만 사실 괜찮지가 않았다. 그래서 자체 네비게이션이 되기로 했다. 아저씨에게 500m 300m 앞에서 좌회전, 우회전하기, 1km 직진. 이따 오른쪽으로 빠져야하니 차선 변경까지 디테일하게 말했다. 이것을 모두 영어로. 아저씨는 알겠다면서 쫄리면서 운전을 했고. 동생은 아저씨의 라이센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저 정도로 눈이 안보이면 택시 기사 하면 안되는 거 아니냐. 아무리 눈이 안보여도 여기서 운전 오래했을텐데 이 정도로 길을 못 찾을 수 있냐. 그래서 나는 앞에 장애인 스티커가 붙여 있었다 하니. 그러면 더더욱 다른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 운전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 열띤 토론을 벌이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가?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며 갔다. 진심 내가 운전하는 것이 더 낫겠다 생각할 정도.





라푸라푸시티 표지판을 보고서야 우리가 막탄지역으로 가고는 있구나. 맞게 가는거구나 하고 안심했다. 부코 씨사이드 앞에서 아저씨는 또 어디인지 헷갈려 했는데 친절하게 우리는 이쪽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누가 손님이고 누가 택시기사인지 모를만큼 이었지만 말이다. 비용은 모범 택시라 꽤 많이 나왔는데 600페소가 넘게 나왔다. 600페소가 현금으로 없어 1000페소를 건네니 아저씨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이거 나한테 팁 주는 거냐고. 순간, 뭐가 예쁘다고. 길안내 내가 했는데 이건 무슨 개똥같은 소리지? 싶었다. 그래서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No! change the money.


 



그는 머쓱해하면서 잔돈을 바꿔주었다. 나중에 막탄에서 호텔갈 때 비용보니.. 거의 200페소 이상 더 나왔다는. 이게 모범 택시와 일반 택시의 차이인가? 도대체 뭔차이지 싶은 나였다.






작가의 말: 만나서 반가웠고 고마웠지만 다신 보지 말아요. 택시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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