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장 선생님편
앞에서는 (1),(2)편에 걸쳐 주사실의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적다보니 크게 10가지의 고충이 있었는데 실은 더 많은...
업무량 자체도 만만치 않은 곳이 바로 주사실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업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내가 주사실을 2년 동안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파트장 선생님은 서번트 리더쉽(섬기는 리더쉽) 그 자체셨다.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셨지만 선생님 특유의 따뜻함, 용납해주는 마음,
기다려주는 마음이 주사실에 온 어떤 사람이라도 적응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병동 경력이 있음에도 육아휴직 1년하고 나오니 혈관 주사 놓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많이 터뜨리고 실패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안 되는 사람은 나한테 말하라며
잡아주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였을까.
정말 하다보니 line 잡는 것(혈관 주사)도 늘게 되었다.
6개월전에는 여기는 업무량도 너무 많고 그만둬야 하나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가니 스스로도 skill이 느는 것이 느껴졌다.
일 강도, 업무량 자체가 적은 편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많은 편이었다.
주사놓느라 팔이 아플 정도 였으니까.
© karsten116, 출처 Unsplash
그렇지만 파트장 선생님이 좋았다. 멋진 간호사란 저런 사람이구나 싶을만큼
몇 년전에 근속 30년이라고 하실만큼 이 병원에서의 진정한 화석이었다.
앞에서 말한 고충 1 ~ 10 중 오버타임(정시 퇴근 아니고 늦게 퇴근)이 생기면
내가 마무리할게 다들 얼른 집에가 이렇게 말씀하시며 후배들을 먼저 퇴근시켜주셨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는 오늘은 제가 남을게요. 하면서 돌아가면서 하게 되었다.
주사실 자체 분위기가 밝고 따스하면서도 친절한 곳이 되어있었다.
환자들도 그런 선생님이 오프에 들어가면 찾고는 했다.
" 여기 맨날 계시던 나이 많은 선생님은 그만두셨나요? "
환자도 찾았지만 병원 내에서도 찾는 분들이 많았다.
본인은 승진도 못하고 만년 수석(직급 중 하나)이야 그러셨지만 비공식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생님과 같이 살던 시아버님도 가끔 전화하시고는 했다.
" OOO 간호사 시아버지 되는 사람인데 OOO 간호사는 어디갔나요? "
선생님은 시아버지 전화가 받기 싫을 때는 나 없다고 해. 가끔 이러시기도 했는데
우리는 기꺼이 선생님을 위한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드렸다.
지금 어디 가셨다고 하면 집에 연락 좀 해주세요. 하고 끊었다.
© jccards, 출처 Unsplash
이렇게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따뜻함, 포용력, 거기다 꼰대짓도 안하셨다. 윗 분들에게 잘보이는 미사보다는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다.
당연 인기쟁이일 수밖에
그런 선생님에게는 귀여운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답정녀였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하고 싶은 게 있다. 나와 다른 선생님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보기는 한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야. 너희들 따라와줘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 선생님 이미 정했으면서 왜 물어보세요? "
" 내 맘이야. 물어볼 수 도 있지. "
해맑게 가끔 이런 무논리를 펼치시기도 했는데
너무 귀여웠다.
키도 작고 몸도 작은데 바쁠 때는 초인적인 스피드를 발휘하셔서 이런 게 관록이구나 싶었다.
항상 모든 일을 무논리로 본인의 주장만을 고집하시는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 본을 보이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선생님의 그런 무논리를 수용했던 것 같다.
© bruno_kelzer, 출처 Unsplash
멤버가 부족했던 주사실에 다른 외래 파트에서 헬퍼를 받았음에도
그 헬퍼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럼에도 주사실 자체가 와해되거나
서로 싸우는 형식이 아니었던 것도 파트장 선생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사실 회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파트 사람들도 종종 같이 끼어서 회식하고는 했다.
선생님이 다른 사람을 잘 챙기는 오지라퍼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선생님의 따뜻함. 사람들을 잘 챙기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사람들은 퇴사하고 나서도 혹은 다른 파트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선생님을 찾아오고 얼굴을 보거나 잠깐이라도 이야기하고 갔었다.
나도 퇴사하고 나니 선생님을 찾아오셨던 그 분들의 마음을 알겠다.
언제나 주사실에 가면 따스하게 맞아주는 마치 친정의 맛 같은 느낌이랄까?
나도 이런 따스함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파트장 선생님편 마침.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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