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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Sep 07. 2021

여뀌 찾기

시노래


아름다운 멜로디에 착 감기는 노랫말을 들으면 ‘시 같다’라는 말을 한다. 혼자였던 시는 또 곡이 붙여져 노래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시와 노래는 영혼에 울림을 주는  따로 똑같은 영역일지도 모른다. 시노래는 그래서 운명이라고... 말을 만들어 본다.


한때는 대중가요도 만들었으나 이젠 시노래의 대가인 백창우님의 곡들은 담백하고 슬프다. 함께하는 굴렁쇠 아이들의 노래는 담백하고 슬프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대중화된 서양음악 발성법을 지양하고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어린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맑고 투명한 아이들 목소리가 담긴 굴렁쇠 아이들의 노래는, 그래서 어른이 들으면 추억이 된다. 우리 모두 숨겨진 가려진 시간 사이 해 질 무렵 골목길에서 울렸던 아이들 소리가 노래가 된다.


이맘때 <탄광 마을 아이들> 시집으로 알려진 임길택 시인의 ‘별’ 이란 시를 아이들은 공책에 적고 노래를 불렀다. 도시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까만 아이들은 신기해 마음을 갖고 소개하면 마음이 통하는 말랑말랑한 무언가가 꼭 있었다. 아이들 마음을 닮기도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을 닮기도 한 시인에게 별은 계절따라 마음따라 늘 가까운 곳에 존재했다.


                   임길택


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내려온 것일까요

도랑가 여뀌

저마다 꽃을 피우고 있어요


밤이면 하늘에 뜨고

낮이면 땅에 내려와

별이 되었다가

들꽃이 되었다가


이 가을에 별들은

하늘과 땅을

몰래몰래 오가는 것일까요.



여뀌,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가을이 되면 하늘에서 내려온 별 모습이 되는 것일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이미지로는 여뀌가 그렇게 환상적이지 않은데, 궁금증이 일었지만 그때는 여뀌를 찾으러 갈 시간도 마음 여유도 없었다. 그저 가을만 되면 아이들을 붙잡고 하루 동안 별과 들꽃으로 변신하는 여뀌를 상상하며 시를 읽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별볼일 없었던 여뀌는 서서히 그런 신비한 이미지로 변했다.


물이 많은 동네로 이사 왔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요즘 산책길 여뀌를 찾으려 애썼다. 어쩌면 시노래 속 이미지를 찾고 싶은 것이다. 마디풀과의 습지식물인 이것은 종류가 무려 30여 종이나 넘는다니 찾는 이미지에 맞는 종류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가까운 월문천에 더러 보이는 여뀌다. 도감에 의하면 이삭이 늘어지고 흰빛이 도는 걸 보니 명아자여뀌나 흰명아주여뀌일 가능성이 높다. 시골 도랑가에 있던 예전에 가졌던 여뀌 이미지다.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무리가 적어 밤하늘 별이 되긴 쉽지 않겠구나.


개여뀌인것 같은데 산길이나 길가에 드문드문, 작은꽃들이 무리를 이루지 않으면 왠지 애처롭다.


나무도 풀도 아닌 거대한 식물을 마을 밭가에서 만났다. 몹시 궁금해 모야모앱에 물어보니 털여뀌란다! 닮은 구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게 설마, 여뀌는 들풀인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다른 사진으로 다시 물었더니 이번엔 ‘노인장대’라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대답이 왔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이건 정말 노인장대 또는 붉은 털여뀌로 불리지만 여뀌 속으로 분류되지 않는 식물이였다. 그럼 그렇지! 이 모습이 어떻게 잔잔한 별이 되겠나. 밤하늘에 펑펑 터지는 폭죽이라면 모를까. 그나저나 노인 장대라는 이름이 정겹다. 하얀 연수염을 늘어뜨리고 긴 지팡이를 가진 키 큰 노인이 연상된다. 참 생경한 식물을 만났다. 귀화식물일까. 덩치 큰 애들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K대 농장엘 갔다. 한여름 땡볕으로 못 간사이 온갖 들풀들은 꽃이 피고 지고 벼는 제법 낱알이 차올라 있었다. 그리고 만났다. 벼를 심지 않은 방치된 논에서 들꽃이 되었다가 별이 될 수 있는 여뀌 무리들을.  잔잔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해거름녁 하늘을 꿈꾸고 있는듯 했다.




https://youtu.be/Km18 bdXBd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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