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토마토 이랑에서는 토마토 냄새가 난다.

by 여름지이

5월의 공공텃밭은 멀리서 봐도 초록이 제법이다.

38번, 우리가 가꾸는 5평 밭도 이젠 눈에 들어온다.

기대하고 고민했던 <**이네 농장> 같은 정겹고 개성 있는 팻말은 없다.

그냥 관에서 박아놓은 번호 팻말을 그대로 두고 있다.

텃밭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재밌는 게 많으니까.

날마다 멈추지 않고 커가는 텃밭 작물들!


가성비 최고인 쌈채소 따먹기는 이제 생활이 되었다.

모종을 심은 이후 특별히 돌볼일도 없었다.

우후죽순처럼 심하게 큰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씨를 뿌린 단배추, 건대, 바질이 뽀골뽀골 올라오는 모습은… 유치원 꼬마들이 손에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닮았다.

뒹굴던 감자에 난 싹을 잘라 심어보았더니 계란 프라이 빛깔의 꽃이 피더라.

하지가 가까워 오고 있으니까.

요즘 제일 공을 들이고 있는 건,

토마토 기르기다.

언젠가부터 토마토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재료가 되었다.

채소로 감칠맛 내기는 이만한 게 없다.

김치찌개에도 토마토를 넣으면 훨씬 깊고 깔끔한 맛이 난다는 걸 아시는지?

텃밭 초보자지만 욕심을 좀 내었다.

방울토마토 두 그루에 맛이 깊은

왕 찰토마토를 열 그루씩이나.

유튜브로 공부도 한다.

토마토 이렇게 하면 주렁주렁 달린다, 같은 영상들.


곁순 따기는 초보자가 제일 명심해야 될 일이었다.

열매를 위한 양분이 분산되는 걸 막기 위한 원가지 밀어주기다.

은근슬쩍 올라오는 곁가지를 이 잡듯 따버리는데도 어느새 자라 원가지인척 하는 걸 발견하면 비장한 마음까지 들어… 가위를 들고 사정없이 싹둑 잘라 버린다.

그러고 나면 열일한 듯 과한 만족감이 차오른다.

은근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우리 거만큼 잘 자라고 있는 토마토 나무가 없다는

근.자.감에 사로잡히기도.


정성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번 주부터 찰토마토에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다.

방울토마토는 벌써 열매를 달았다.


행여나 곁순이 올라오나 저 잎들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면 익숙한 냄새가 물씬 올라온다.

열매가 없는데도 풋풋한 생토마토 냄새가 말이다.

여름 햇살이 가득 담길 맨질맨질한 토마토 냄새가 말이다.

토마토가 열릴 수밖에 없다.

keyword
이전 01화텃밭 할 곳이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