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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26. 2023

사랑의 가치?


'살아보니 인생은 결국 사랑이더라.'


나와 같은 58년 개띠 어르신 친구의 프로필 상태메시지다.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인지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인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인지 아니면 모두를 포괄한 사랑인지 모르겠다. 사랑에 무조건적인 큰 가치를 부여하는 호모 사피엔스 중의 한 명이다. 나 역시 읽으며 기분이 좋아진다. 사랑이란 단어는 정말 묘한 매력 아니 마력이 있다. 혹시 만나면 물어봐야지. 무슨 사랑을 생각하고 상태메시지를 바꿨냐고? 최근에 친손주를 얻고 올린 것 아닐까 싶다.




'I know someone in the world is waiting for me, although I’ve no idea of who he is.'


발마사지 가게의 벽지에 인쇄되어 무늬처럼 반복되는 문장이다.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요. 그렇지만 누구인지는 몰라요."(재거니 역)

가게 주인이 벽지를 골랐을까? 인테리어 업자가 선택했을까? 당연히 주인이 했겠지. 주인이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마음이구나 했다. 문장을 읽으며 나도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니 나도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Love is the word used to label the sexual excitement of the young, the habituation of the middle-aged, and the mutual dependence of the old. - John Ciardi -


존 시아디의 냉소적인 사랑의 정의를 원문으로 찾았다. '사랑의 조건'( https://brunch.co.kr/@jkyoon/466 )이란 책에서 번역자는 성적흥분과 상호의존은 쉽게 번역했는데, 'habituation'을 '뻔한 익숙함'이라고 번역했다. 뻔한 익숙함의 영어 원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habituation'은 직역하면 습관화다. 습관화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자극에 주의를 덜 기울이고 반응이 감소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습관이 되어 심리적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사랑이 습관일 수는 없다. 사랑은 지고지순의 가치를 갖고 있는 단어이고, 습관은 냉정하고 중립적인 단어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존 시아디도 습관(habit)이라 하지 않고 습관화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습관화(習慣化, habituation)는 학습의 가장 단순한 형태 중 하나로, 정보가 적거나 아예 없는 자극에는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중략 습관화를 통해 동물들은 생존과 번식에 관련이 없는 자극에 대해 시간이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고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된 행동들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게 해 준다. 중략 습관화한 동물들은 자극이 어느 정도 주어지지 않다가 그 자극이 다시 가해져도 그 전의 반응을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 또 자극을 다시 받아서 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나도 그 반응은 전보다 빨리 사라진다. 따라서 이 경우 계속 자극을 주었다가 안 주었다가를 반복하면 나중에는 그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 위키백과 -


습관화는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기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가장 동물적인 인간인 영아기에 자주 쉽게 관찰된다. 동물이 습관화하는 이유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생존을 위해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자연스럽게 아니 본능적으로 사랑도 습관화된다. 한쪽은 이미 습관화되었는데 상대방이 계속 헌신을 요구한다면, 잔소리로 시작하여 싸움이 되고 파경을 맞을 수 있다. 습관화의 반대 개념을 탈습관화(dishabituation)라고 한다. 사랑이 탈습관화되기 위해서는 계속 새로운 사랑을 찾아 방랑해야 한다.


그렇게 할 만큼 사랑이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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