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봄꽃은
자신이 피어날 시절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서두르지 않고
다만 제 안의 숨이 깊어질 때를 기다리며
온 힘을 다해 생의 한 마디를
조용히 밀어 올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혼자만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하고
나만 숨죽인 꽃눈을 틔우지 못한 채
겨울나무로 서 있는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허나 세상에 이유 없이 늦게 피는 꽃이 있을까요
더 고운 빛깔, 더 깊은 향기를 채우기 위해
조금 더 두터운 슬픔을 뚫고 있을 뿐입니다
숨 막히게 당신을 가뒀던 낡은 세계의 껍질
그 갈라진 틈 사이로 싹 틔우는 당신의 봄
뿌리 끝까지 고독의 수액을 채워나가며
생을 단단히 다지는 고요한 묵상의 시간
그 어둡고 시린 겨울이 지나가면
비로소 가장 환한 봄의 몸을 열고
피어날 꽃은
기어이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