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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Jul 28. 2020

빵이 가면 치킨이 온다

빵왕닭래



유난히 지치고 피곤할 때,

아내는 나에게 적시적절한 치킨을 수혈한다.


사실 내 개념으로는 일주일에 1-2회 치킨을 주문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내는 2-3달에 한 번 치킨을 먹을까 말까 하는 성장 배경을 갖고 있으니,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다.(저 세상 사람이란 말은 아니다.)


아내가 나보고 "뭔 엄살이 이렇게 심하냐"라고 하는데, 어쩌면 치킨 한 번 먹으려고 온갖 아픈 척 힘든 척 피곤한척하며 사는 또 하나의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래도 분골쇄신으로 돈을 벌어오는데, 그까짓 치킨 하나 마음대로 못 먹나'라는 생각이 들 땐 가끔 눈시울이 촉촉해지지만, 싸나이가 먹을 것 가지고 이러면 너무 없어 보여서 참곤 한다.

나에게 행복한 사진

대신 요즘 패턴을 잡을 새로운 방법이 있는데, 이름하여 '빵 심은 데 치킨 난다' 혹은 '빵으로 주고 닭으로 받는다'라고 일컫는다.


우선 외출하다 돌아오는 길에, 빵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조금 무리하며 돌아서 가더라도 맛있는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두둑이 산다.

아내에게 행복한 사진

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보, 오늘 치킨 한 마리 먹을까"라는 주문에 마법처럼, 자동주문전화처럼, 열려라 참깨처럼 치킨을 먹을 수 있게 되는 패턴이다,


내가 빵에 별 관심 없는 것처럼, 아내도 치킨이 배달되면 한 두 조각 먹고선 포크를 내려놓는다. 대신 둘째 녀석이 달라붙어 쉬지 않고 어른만큼 먹는다.


여담이지만 애들이 식성도 부모를 빼다 박아, 첫째는 빵을 좋아하고 둘째는 치킨을 좋아한다.


여하튼, 이렇게 하면 아주 평화롭게 치킨을 먹을 수 있다. 아내 기분을 가늠하다가 기분이 좀 괜찮은 날인 것 같을 때는 편의점에서 만원에 네 캔 맥주를 사다가 함께 먹는다.


아주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도대체 빵이나 케이크를 왜 돈 주고 사 먹는지 모르겠는 내가 아내를 보는 것처럼, 아내도 '맨날 먹는 치킨 뭘 또 그렇게 맛있게 먹나' 하는 눈빛을 보낸다.


빵이 가면, 치킨이 온다.


이제 5개월만 있으면 또 대전으로 이사를 가는데, 맛있는 빵집들부터 수소문해놔야겠다.

대전에 맛있는 빵집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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