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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물 너희들에게 쓰는 첫 편지

너희들이 받을 첫 편지

by 아빠 민구



아가들아, 아빠야 아빠.

너희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가 태담도 잘 안 해주고 노래도 안 불러주고 해서 아빠 목소리가 좀 낯설지? 미안하다


아빠도 나름 사정이 있었어

엄마가 너희들 보살피고 키워내는 동안, 아빤 형들 오빠들하고 매일같이 뻔질나게 놀고 있었거든


아빠에게 '현실'은 형들 오빠들이었어. 너희 태어나면 어차피 너희에게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들어가게 되어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아 오빠들하고 아빠만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던 거야. 아빠는 형아 오빠에게 더 집중하고, 더 노력했어.


그리고 이제 너희가 태어났지. 너희가 지금의 현실이고 너희가 현재가 되었어. 선물처럼 다가왔지.


신생아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너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고 숨을 고르게 쉴 수가 없어. 정말 어쩌면 이렇게 이 아빠의 마음을 빼앗아가는지.


너희가 태어나기 전 형아 오빠들에게 집중했던 것처럼, 이제는 너희 모두에게 최선을 다할게. 나의 시야에 들어온 너희 넷 모두에게 말이야.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현실에 충실할게. 너희가 내 팔 안에 안겨있는 한, 미래에 있을 그 어떤 기쁨이나 두려움도 생각하지 않고 현재만 바라보고 사랑해줄게!


너희가 함께하는 오늘은, 그리고 지금은 정말 아빠에겐 큰 선물이고 감동이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이 심장 떨리는 감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언제라도 이 순간을 기억하면서 살아갈게.


삶의 거친 모퉁이를 지나고 높은 고개를 넘어갈 때 말이야. 숨이 막히고 다리가 풀리고 앞이 깜깜해질 때 말이야. 그때 지금 이 저릿한 가슴을 기억할게.


아빠에게 와 주어서. 나에게 와 주어서 말 고맙다. 사랑한다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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