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아, 울지 마라

세상엔 아직 울 일이 많이 남았단다

by 아빠 민구



딸아, 울지 마라.


숨이 막 넘어갈 것 같은 너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처음으로 키우는 아이가 너였다면. 아마 아빠는 네가 어디가 아픈 줄 알고 병원엘 갔을 거야. 아빠가 훈련 나가고 없는 밤이었다면 엄마가 구급차를 불렀겠지.


다행히 아빠는 경험이 많단다. 넌, 무려 넷째란다.


세상 무너져라 우는 너를 보며, 이제는 안단다. 어쩌면 그 작은 요람과 젖병 하나가 너의 세계고 우주일른지는 모르겠다만 '세상 무너질 일은 아닐 것'이라는 걸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단다.


하지만 하염없이 우는 너를 보며 안쓰럽기도 하단다. 우리 딸, 얼마나 힘들까. 저렇게 울다간 목이 많이 마를 텐데 혈압이 많이 오를 텐데 잘 시간이 부족할 텐데. 그럼 넌 또 울겠지- 목이 마르다고, 땀이 난다고, 너무 졸리다고.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주면 정말 좋으련만 아직까지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목놓아 우는 것뿐이라니 별 수 없겠구나.


딸아, 그래도 제발 그만 울어줬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많이 울게 되면 아빠 엄마 오빠들이 대화를 할 수도 없고 알 수 없이 쫓기는 느낌도 들고 머리도 아프단다. 불필요한 감정의 방전이 일어나서 따듯한 말들이 오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우리 작은 집 안의 공기가 점점 퍼석해진단다.


딸아, 아직 세상에는 울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단다.


네가 살면서 말이다. 아픈 일과 슬픈 일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는 것이 아빠는 슬프구나. 이쁜 우리 딸 울 일 없이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란다. 네가 아프고, 네가 실패해서 울 때도 있을 것이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울 때도 있을 거란다.


그땐 함께 울어주고 또 눈물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빠는 그럴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네가 되기를 바란단다. 그때 너의 눈물이 세상을 맑게 만드는 기쁨의 샘이 되어 흐를 그날을 기대한단다.


하지만 딸아, 이젠 울음을 좀 멈춰주겠니. 배가 고프면 혀를 내밀고, 졸리면 눈을 감으렴. 너의 그 우는 소리가 출근길에도 환청처럼 귓가에 맴도니 식은땀이 흐르는구나.


우리, 부디.

잘 먹고 잘 자고 덜 울자- 라며 이 아빠가 간절히 부탁할게.

사랑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