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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Apr 10. 2018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시작하는 글

 

“여행을 한 지 얼마나 됐니?” 

    “음... 일 년이 조금 넘은 것 같네. 일을 그만두고 세계일주 하고 있어.”

“멋진데!” 

    “아내와 함께.”

“What?!  Crazy!!” 


 여행 중에 다른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다는 말을 했을 때 크게 두 가지 부류의 반응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은 대체로 '낭만적이다!', '부럽다!'와 같은 말을 많이 했었고, 젊은 서양 여행자들은 '그게 무슨 미친 짓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서양 문화 특유의 개인주의로 인해 성격과 취향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꼭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짧은 일정 하에 계획적인 여행을 주로 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커플여행 혹은 신혼여행은 낭만적인 휴양지와 화려한 쇼핑센터, 맛집 탐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마냥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휴가가 길고, 장기 여행에 익숙한 젊은 서양인 여행자들에게는 커플 여행은 불편한 교통수단, 지저분한 숙소,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유적지를 티격태격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함께 떠오르기에 부부가 하는 세계일주는 말 그대로 Crazy 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정을 공유하고 같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짧은 일정이라도 일행과 함께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하는 일은 여러 가지고 피곤하고 불편함을 동반한다.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정하는 과정을 차치하고도 먹고, 자고,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서로의 합의가 필요하기에 항상 상대에 대한 배려와 나의 이기심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그 말은 누군가는 반드시 양보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서로를 신경 쓰며 에너지를 낭비하기 싫어서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혼자 하는 배낭여행을 여러 번 경험했었는데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 앞에서, 적막한 숙소 침대에서... 수시로 느껴지는 헛헛함에 다시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동행을 찾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다시 동행이 생겨 여행을 하다 보면 또다시 '차리리 혼자 다니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결국 나의 욕구를 조금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을 대가로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일이었다. 



 '이 사람이 정말 평생의 반려자일까요?'라는 질문에 '함께 배낭여행을 가보라'는 대답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먼저, 평생을 함께 보낼 만큼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아름다운 외모, 경제적인 능력이라고 답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위와 같은 고민은 하지도 않으리라. 대다수의 커플들이 궁금한 것은 눈에 보이는 외모나 경제력이 아니라 상대의 내면일 것이라 생각된다. 둘이서 함께 비교적 긴 기간의 배낭여행을 경험한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상황을 겪을 테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몸도 마음도 지친 와중에도 자신의 욕구를 양보하고 나를 배려하는 사람인가? 게다가 일정이 명확하지 않은 배낭여행 중에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는 데 그럴 때마다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 사람인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어떤 점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가에 대한 모습을 엿볼 수 있으니, 함께 하는 여행은 평소에 몰랐던 아니 볼 수 없었던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운 좋게도 배낭여행 중에 아내를 만나서 꽤 긴 기간을 함께 여행을 하며 가까워졌다. 어쩌면 사귀기도 전에 은연중에 평생의 반려자 인가에 대한 검증을 먼저 끝냈기 때문일까? 한국으로 돌아와서 수년 동안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맞을까?'에 대한 특별한 고민이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 한 이후에는 말 그대로 일상이 이어졌다. 연애하던 시절에 느꼈던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감정싸움은 먹고살기 위한 일상에 묻혀 희미해져 갔다. 그렇게 평범한 보통의 부부들 중에 하나가 되어 우리만의 색을 잃어가던 중에 일상에 큰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나를 찾고, 우리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을 떠나자는 계획을 세웠고, 마침내 일을 그만두고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각각의 객체가 아닌 두 인격이 모인 하나로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나는 긴 여행을 통해 진짜 그녀를 만났다. 이제부터 내가 아는 그녀와 함께 떠난 길에서 내가 몰랐던 그녀를 알아가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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