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거 있으면 좋겠다."
"그래, 그런가?"
"그럼, 안 그래도
우리 필요하다고 했었잖아.
신상에다가 색상도 괜찮고
할인 행사도 하니까.
1+1(원플러스원)이면 거져야."
"어... 그래."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홈쇼핑 채널.
어찌나 말솜씨가 좋은지
보다 보면 홀리게 된다.
사야 할 것 같아. 왜냐고?
합리적인 이유를 갖다 대지만
그건 사실 진짜인지 모르겠어.
이성의 탈을 쓴 감정이
눈과 손을 장악했다.
아, 매진 임박이라니.
놓칠 수 없지.
홀린 듯 전화기를 든다.
수전증인가.
손이 떨리는 것 같아.
주문 폭주 상황에
한 숟갈 더 보태는구나.
못 사면 어떡하지. 안돼.
떨리는 마음, 급한 손놀림,
긴 신호음, 귀찮은 안내음.
빨리 나오란 말이야.
드디어 연결됐다.
네네, 그 모델로 살게요.
언제쯤 배송될까요.
아, 그래요. 네.
야호, 결제 완료다.
두근두근 택배를 기다리자.
참 좋은 세상이야, 그렇지?
약간은 찝찝한 만족감이
입가에 맴돈다.
뭐, 이번에는 괜찮겠지.
이렇게 오늘도
자본주의의 노예로
충실한 소모를 해냈군.
GDP 증진에 작은
기여를 했단 말이지.
국가 경제발전을 생각하는
애국자라는 사람이야, 난.
만족은 잠시,
활용은 글쎄.
가끔 정말 괜찮은 것도
있기는 하지만.
며칠 뒤에는 집에
예쁜 쓰레기 하나가
또 추가될 테지.
전화 주문, 다음 달 카드값에서
그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겠네.
아, 저축은 언제 하나.
애증의 전화 주문.
https://youtu.be/vTq4HvVWA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