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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작가연습 프로젝트 4
29화
촛불 시위
2024.4.7.
by
친절한 James
Apr 7. 2024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1항입니다!"
먼 앞쪽에서 허공을 채우는
육중한 확성기 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바람이 살짝 불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사람의 온기라는 건 대단했다.
더 얇은 외투를 입었어도 괜찮았을 듯.
그리고 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대중이 몰렸지만
질서 유지가 이렇게 잘 되다니.
손에 하나씩 든 촛불은
꺼질 듯 꺼지지 않는 희망으로 타올랐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눈과 귀는
앞으로, 앞으로 향했다.
남극 대륙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펭귄들이 몸을 맞대고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
다큐멘터리에 봤던 영상이 떠올랐다.
그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찬바람에 맞서
시간을 내어 서 있는 거야.
이런다고 뭐가 바뀌겠어?
헛수고일 뿐이야. 그런 말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될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고 하지.
그럴 순 없어.
혼자 있을 때는 잘 몰랐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나니
사회를, 국가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거창하고 거국적인 수준은 아니고
우리 아이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작은 바람이라고 할까.
촛불을 바라보았다.
은은하고 영롱한 불빛.
초는 자신을 태워 빛과 열을 낸다.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은 없다.
그저 더 밝고 따뜻한 기운을
아낌없이 나누고 자신을 소모한다.
부모도 자녀에게 그런 존재일까.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름 같은 역할을 한다고.
아이가 더 클 수 있게, 더 성장할 수 있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주는
실재이자 힘이라고.
그래, 내가, 그리고 우리가 여기 나온 건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권리를 지키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야.
깊은 밤이 여물어 지치지 않는 꿈이
촛불과 함께 타올랐다.
https://youtu.be/5ab00i2UEFE?si=y3ahVCsBUmS716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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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학생&공무원입니다. 『독서희열』을 썼습니다. 삶을 느끼고 담아내는 글로 행복을 잇는 마음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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