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14.
바람 없이 맑은 날에
그는 길을 걸었다.
앞에 놓인 길을 따라,
옆에 보이는 길을 따라,
뒤에 남겨둔 길을 따라...
그러다 발길이 가는 대로
그냥 걸었다.
걷다 보면 걸음이 닿는 곳마다
추억이 피어났는데
어떤 건 따스했고,
몇 개는 씁쓸했고,
뭔가는 쓰라렸다.
가슴이 벅차올라,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와
흐르는데 눈물인가.
눈물이구나.
한 방울씩 떨어지는 추억 속에는
그녀의 얼굴이 담겨 있고,
그녀의 미소가 스며 있고,
그녀의 손길이 어려 있다.
함께 했던 긴 시간이,
마시멜로처럼 덩어리 져서
뚝뚝 떨어진다.
마냥 계속될 것만 같았던 설렘이
한 줌의 모래가 손에서 흘러내리듯
흩날려가 버렸다.
산불처럼 번져 갔던 감정은
차디찬 칠흑 속에 눈을 감았다.
이게 맞는 걸까.
뭐가 잘못된 걸까.
결국 사랑의 종점은 이별일까.
붙잡아보려던 인연,
마지막으로 거절당한 후에
남겨진 감정의 파편들이
가슴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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