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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Feb 05. 2024

'비탄에 잠긴 자의 악기'(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에서)

2024.2.5.


내 곁에 살아 준 그대

그대는 아름다운 꽃이었네

내 마음속 나만의 꽃

이제는 꽃만 펴도 눈물이 나


그는 어제와 헤어졌고

지난여름과도 이별했다.

사랑을 보냈고 인연을 놓았다.

그대를 사랑한 그 계절, 

겨울이 지나

우리가 사랑한 그 계절,

여름이 떠났다.


별빛에 실려 온 추억만으로도

가슴이 아릿해오는 첫사랑의 여진

오늘따라 그의 밤을 뒤흔드는 그리움

어두운 방을 쓰다듬는 스탠드 빛은

지난 시간을 돌이키는 뱃사공

오늘밤도 쉬이 잠들기는 어려울 듯,

고개 숙인 액자가 건네는 위로 한 점


어떤 감정이라는 걸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까

그런 게 가능할까

그럴 수 있으면 좋을까


오늘 같은 고요한 고독은

비탄에 잠긴 자의 악기가 되어

슬픔에 물든 가슴 한구석을 달래다

애잔한 선율에 스스로 취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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