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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Oct 06. 2022

 떡볶이에 대한 예의

쌀떡? 밀떡?

대표적인 국민간식 떡볶이.
당신은 쌀로 만든 떡볶이를 좋아하나요? 밀로 만든 떡볶이를 좋아하나요?




쌀떡은 부드럽고 쫀득하고, 밀떡은 쫄깃하고 탱탱하다. 어느 쪽을 고르기 힘들만큼 각자의 매력이 넘친다. 내게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고 굳이굳이 묻는다면, 또 굳이굳이 대답한다면, 두 종류가 같이 있을때 쌀떡을 먼저 먹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부먹 찍먹 가릴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으라'는 개그맨 문세윤의 명언처럼, 쌀떡이건 밀떡이건 간에 지금 눈 앞에 있는 떡을 얼른 집어 먹어야 한다. 그게 바로 떡볶이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릴때는 밀떡밖에 없었던 것 같다. 떡볶이는 당연히 밀가루떡이었다. 쌀로 만든 떡볶이를 먹게 된 건 한참 후다. 80년대 당시 국민학생이 먹던 떡볶이는 한 뼘 정도 길이에 손가락 굵기의 얇은 떡으로 만들었다. 동네 시장이나 아파트 앞 포장마차, 학교 앞 분식집, 다 같은 종류의 떡이었다. 심지어 맛도 비슷했다.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적당한 매운맛과 단맛, 그 사이로 흐르는 감칠맛. 도대체 어떻게 만들길래 집에서 하면 이 맛이 안날까, 궁금하게 만들던 동네 떡볶이집 양념맛.   


이에 눅진하게 씹히는 촉감의 쌀떡이건, 식어도 쫀쫀한 밀떡이건 상관없이 누구나 떡볶이에 얽힌 추억 한자락, 재미난 이야기 한자락 있을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떡볶이에 관한 얘기는 언젠가 아주 오래전 연인과 다투고 난 뒤의 일이다. 내가 잘못한 걸 아는데 어떻게 말을 건네며 화해해야할지 모르던 서툴고 서툰 연애시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시간 정도 땀을 뻘뻘흘리며 걸은 적이 있었다. 추억의 맛을 함께 나누며 화해하고 싶은 생각에 어릴 때 자주가던 옛날 떡볶이집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솔직하게 말을 건네고 서로 오해를 풀면 되었을 것을 무슨 대단한 음식이라고 떡볶이를 먹으며 풀겠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낯간지럽기만 하지만, 어쨌든 추억의 떡볶이를 먹으며 서툰 연인들은 화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먹었던 밀가루 떡볶이의 맛은 어린시절 먹던 맛과 한치도 다름없었다. 바로 듬뿍넣은 미원의 맛. 그 미원처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콩깍지가 떨어지고 난 후 사랑도 끝났지만, 떡볶이를 먹으러가던 어느 날의 기억은 아직 남아있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한 가을날, 따끈한 어묵 한 그릇 곁들여서 매콤한 떡볶이를 먹고싶다. 내 영혼이 탄수화물로 가득차면 가을의 쓸쓸함은 곧 결실의 풍요로움으로 바뀔것이다.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쌀떡과 밀떡을 고루 섞은 떡볶이 한 접시로 여유로움과 느긋함을 느껴보자. 떡볶이엔 그런 힘이 있다. 그래, 오늘 저녁은 떡볶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떡볶이에 얽힌 이야기가 있나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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