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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Apr 02. 2024

병아리환자 응급수술

생명은 모두 소중해요.

벚꽃이 활짝 핀 어느 날 가족끼리 꽃구경을 나갔다.

맛있게 식사하고 벚꽃도 보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전화왔다.

"사모님 어디세요? 119를 신청합니다. 환자가 생겼어요.. 어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 거의 다 왔어요 사모님 왜 그러세요? 누가 다쳤어요?"

" 네 저희 집 고양이가 며칠 전에 들어온 병아리를 할퀴었어요.
몸이 많이 찢어졌어요 어쩌죠?"


" 빨리 갈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수의사는 아니지만 오래전 이집트에 살 때 죽어가는 병아리를 수술해서 살린 적이 있었다.

사실을 아시는 옆집에 사시는 목사님 사모님이 급히 내게 119를 요청하신 것이다.


부지런히 운전해서 집에 도착하고 급히 사모님 집으로 가보니, 가여운 작은 병아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죽은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조금 날개를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목 선부터 배까지 고양이가 할퀴어서 털도 빠지고 배가 갈라져 있었다.

그 병아리옆에 이 병아리의 주인인 목사님의 딸이 울면서 앉아 있었다.

며칠 전에 목사님의 딸이 선물로 받은 작은 병아리를 기르고 있던 고양이에게 인사를 시킨다고

가까이 데리고 갔는데, 그 순간 고양이가 앞발로 할퀴어 버린 것이다.

순간 놀라고 뒤로 넘어지면서 본인도 다쳤고, 그래서 손에 잡고 있던 병아리를 놓쳐 버렸단다.

그래서 병아리도 더 다친 거 아니냐며 죽을까 봐 너무 걱정을 하며 울고 있었다.


나는 내심 덜컹 겁이 났다.

아! 이 상황에서 이 병아리를 살려 내지 못하면 어쩌지?

그래서 병아리 주인과 여기 모인 모두에게 실망을 주면 어쩌지?

순간 적으로 많은 생각이 머리를 휩싸며 돌았지만 일단 119의 입장으로 달려왔으니 자신은 없지만

응급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병아리와 살릴 수 있는 길은 이 방법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작은  한 생명을 살려 달라고 우리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병아리를 마취하는 것은 나도 잘 몰라서 그냥 수많은 손들이 서로 붙들고 병아리를 잘 잡아 찢어진 배의 피부를 잘 잡고 한 겹 한 겹 봉합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에 살 때 병아리를 수술한 적 있었기에  이제 나도 조금은 익숙하게 진행했다.

병아리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나기를 기도하며 사랑받아보기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병아리는 이 사실을 아는 것처럼 얌전하게 온몸에 힘을 빼고 있었다.

병아리도 우리도 숨을 멈춘 것처럼 긴장을 안고 한 땀 한 땀 모든 수술을 마쳤다. 꿰맨 배의 피부를 부드럽게 아물기 위해 연고를 바르며 계속 병아리를 잡아 안정을 취하게 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 우리는 이 병아리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하고 병아리를

살짝 놓아주었다.

한참 누워 있더니 병아리가 움직 이기 시작했다.

" 와! 병아리가 일어나려고 해요..."

" 어머나 어쩌지?"

" 와! 와!"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병아리는 우뚝 섰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일어설 수 있는지 우리 모두 놀랐다.

배 한가운데를 길게 가로지르는 아주 큰 수술 자국을 하고 우리에게 보란 듯이 서 있는 병아리가 너무 신기했다.


사람들도 이렇게 상처를 치료받고 벌떡 일어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다면 여기저기 상처받아 수술한 흔적들이 오히려 긴 인생 사는 동안 얼마나 신나게 도전을 즐기며 살았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그 과정들을 이겨냈는지 한 땀 한 땀 살아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멋지게 인생을 가꾸며 사랑하며 살았는지 훈장처럼 빛이 날 것이다.


나는 속으로 병아리를 살려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집에서 쓰던 가위와 실과 바늘로 수술을 하였는데, 그리고 사람이 사용하는 약들을 바르고 먹였는데 이렇게 벌떡 일어나니 얼마나 놀라운지 정말 기적을 베푸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리고 씩씩하게 참고 살아내 준 병아리가 고마웠다.


이 작은 병아리의 응급수술 에피소드는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작은 생명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실감케 했다.

그 이후로 이 병아리는 상처를 안고 씩씩하게 잘 자랐다.

조금 큰 중닭이 된 모습을 보고 우리 가족은 그 마을을 떠났는데 그 이후로 가끔 그 병아리가 생각이 났다.

이 병아리 응급수술 에피소드는 또 하나의 내 삶의 여정들을
아름답고 더 감칠맛 나게 하는 한 스푼의 소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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