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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Apr 09. 2024

너를 설레게 하는 꿈!

Impossible not to do!

며칠 전 봄비가 왔다.

비가 오는 날이 면 나는 밖이 훤히 보이는 비닐우산을 고 비에 촉촉한 벚나무 길을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빗줄기 떨어지는 하늘도 보고, 그 빗방울에 바르르 떨며 설레는 초록색 잎들도 보고 정말 가슴 벅찰 만큼 신의 멋진 창조의 손길을 맘껏 느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나는 벚꽃비가 흩날리는 하늘이 다 보이는 비닐우산을 쓰고 걸었다.

우산 위에 하나하나 떨어져 빗물에 젖은 꽃잎들이 꼭 작은 엽서 같아서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살살 걸었다.

이맘때 즈음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만의 공간 그리고 시간이었다.

특히 지금 이 시간에 딱 맞는 요즘 듣고 있는 노래가 귀로 들려오는데 이 노래의 가사처럼 그 꽃잎엽서 가 내게 수줍은 듯이 묻는 것 같았다.

"당신은 가슴이 설레는 꿈이 있으신가요?"


두 시간 동안 반복해서 듣고 있는 팝송은 Dreams라는 제목이고 아일랜드의 록밴드 크랜베리스

(The Cranberries)가 부른 곡이다. 여러 개의 영화에도 흘러나왔던 몽상적인 느낌이 있는 노래이다.

이 노래의 내용 중에 내 마음에 훅하고 들어와 새겨진 가사들은


My life is changing everyday in every possible way  다양한 방향으로 내 인생은 매일 변해요

It's never quite as it seems  그것은 결코 보이는 것과 달라요

Impossible to ignore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Impossible not to do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요

It will come true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


물론 이 노래는 사랑에 대한 꿈을 표현 한 내용이었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내게 질문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내 인생의 꿈에 대한 확신과 변하지 않고 내가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지라고 무시할 수 없도록 자꾸 생각나게 하는 꿈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생각만 해도 설레게 하는 꿈이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 사랑하게 되고 그것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면 일이든 공부든지 무엇이든지 우리는 그 바라보고 달려야 하는 에너지인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나도 선교라는 막연한 그 한 가지에 빠졌고, 하던 모든 것을 뒤로 무작정 달려온 것 아닌가!

아프고 가난하고 아무도 안 가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고 무엇이든지 돕고 또 내가 맛본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 주고 싶어 계속 가슴 두근 거리며 달려온 것 같다.


그래서 아직도 에너지가 끊임없이 나오고 몇 주 전에도 다친 다리에 반깁스를 하고도 절룩거리며 인도네시아 그 구석까지 찾아갔던 것이 아닌가!

허리를 다친 남편에게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도 딸도 이번 몽골 일은 다음으로 미루라고 했지만 가야 한다고 굳이 허리에 밴드를 칭칭 감고 갔었고, 덜컹 거리는 차를 타고 몽골 시골의 게르가 조금씩 모여있는 마을들을 찾아갔던 것 아닌가!


무엇이든지 좋아하는 것이면 그 일이 내 가슴을 다 차고 내 머리를 다 찰 때까지 나는 최선을 다해 달려야 가슴이 시원했었다.

그것이 어떤 일이었던 어떤 상황이었든지 어떨 때는 실패해서 문 앞에서 쫓겨 나는 한이 있어도 거기까지 갔다 온 것조차 내게는 설레고 눈물 날 만큼 행복했었다.


그 설레게 하는 꿈이 있어서 나는 살아낼 힘이 났었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고, 때로는 내 생각에는 분에 넘치는 꿈같았지만 그냥 그대로 믿고 쭈욱 매일 살아내다 보니 어느덧 그 꿈을 너머 또 다른 꿈을 향해 걷고 있었다.

꿈은 내게 미래형 방향을 주었고, 세상이 정해준 분수라고 믿었던 그 선을 넘어서게 하였고 또 내가 갈 수 있다고 생각조차도 못했던 지구 반대편 다른 세상을 향해 가야 하는 두려웠던 도전에도 한 발씩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겠지만
지금, 뜨겁게 뛰는 심장에
설레는 꿈을 심고 싶다.




오늘도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했을 딸에게 화상통화를 시도한다.

치열하게 한국을 배우고 직장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 부딪치며 살아가는 동안, 어린 시절 꿈꾸었던 멋진 꿈을 향해 달렸던 그 열정이, 점점 현실의 세상이라는 시스템의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조금씩 조금씩 축 처져 가는 사랑하는 딸에게

"딸아 너를 설레게 하는 꿈은 무엇이니?"


펄펄 날리는 하얀 머리카락들을 질끈 묶은 엄마는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사랑하는 딸과 설레는 꿈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 엄마의 젊은 날 설레게 하는 꿈을 향하는 첫걸음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무척이나 아팠던 과정에 참여한 딸에게 이 글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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