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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Oct 16. 2024

가난이 남긴 선물

피자 한 조각의 행복

가난은 너무너무 싫었지만, 내 삶에서 떠나지 않는 친구였다.

멀리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고, 아끼고 모았지만 항상 그 모인 재정은 이미 지출되어야 할 곳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선교사의 삶을 선택하면서 나는 가난이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는 벗어나고 싶었던 과거 어린 시절의 가난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 가난이었다."




웨스트뱅크 와 예루살렘을 오가며 일을 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한국에서 오는 후원으로 집세를 내고 나면 아주 조금 남았다.


사역을 마치고 저녁 즈음에 집으로 가는 길에 고소한 맛있는 냄새가 나는 피자 집을 그냥 지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두 아이들이 "피자"를 계속 외치며 사달라고 떼를 쓴다.


피자 하나씩 종이에 싸서 들고 먹으면서 집에 가는 그날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다.


점점 줄어드는 재정은 이제 1 세켈만 남았다.

사역을 하러 갈 차비도 이제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 이 머나먼 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도 어느새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기도하다가 갑자기 창고에 살고 있던 시간에 어떤 한국분이 오셔서 우리를 걱정하면서 이야기하셨던 것이 생각났다.


"이렇게 하나님이 재정을 주시지 않는데 왜 이러고 살고 있습니까?

이것은 당신들에게 그만하라는 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머릿속에 까맣게 돌아다니는 단어들을 눌러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남은 쌀을 다 모아 밥을 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같이 사는 독일 선교사가 박스 하나를 들고 왔다.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이 박스는 한인교회 분이 우리 사무실에 오셔서 당신에게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 편지도 당신에게 왔네요"


남편과 나는 먼저 편지를 뜯어보았다.


사랑하는 선교사님! 잠시 만난 가족이지만 너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섬기는 미국 교회에서 당신들 이야기를 했는데
이 교회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시네요.
아마도 좋은 소식이 갈 것 같습니다.

와우! 정말 하나님은 살아계셨다.

싱가포르에서 한번 만난 존경하는 미국 리더 분이 이렇게 친절하게 미국에서 먼 이스라엘까지 손 편지를 보내셨다는 사실도 너무 놀랍고 감사한데, 우리를 미국교회에 소개를 해주셨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팔레스타인 구석에서 조용히 일하며 매일매일 필요한 재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작은 선교사의 삶에 그날 하나님은 하늘에서 양동이로 감격의 눈물을 부으셨다.

편지를 붙들고 남편과 나는 벌써 미국에서 연락이 온 것 같은 희망으로 마음이 꽉 찼다.


천천히 박스를 뜯어보았다.

라면과 과자 그리고 작은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한국에서 성지순례팀들이 선교사들에게 나눠 주라고 하셔서 선교사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서 보낸다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작은 하얀 봉투가 물건들 밑에 깔려 있었다.


" 와우! 100불이야 여보!"


"여보 이제 우리 여기서 계속 일해도 되겠다. 하나님이 가난해도 일할 수 있다고 말해 주시는 거잖아요. 이렇게 100불도 보내 주시고 또 우리를 미국교회에 소개도 해주시고.... 어머나 어떻게 이런 일이...."


하나님이 우리를 쳐다 보고 계시는 것 같았다.  

누군가 이렇게 우리를 돌봐 주고 기다려 주고 지켜보고 계신다면 우리는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고 생각했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두 팔로 꽉 끌어안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다음 날부터 우리는 신나게 새날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미국교회에서 소식이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물론 지금까지 소식은 없지만 그 시간의 감격은 정말 내 삶의 최고의 순간이었다.


가난은 슬픔과 수치가 아니고 그냥 안고 살아내야 하는 삶의 과정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가난의 눈물과 인내의 자국들이 보석처럼 삶을 구석구석을 빛나게 하고 있었고, 그런 인생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인생의 모든 과정은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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