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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Sep 07. 2018

커피 한 컵의 소확행, 쓰레기 대신 식물이 싹트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무더운 여름, 숱한 이들이 습관처럼 읊었을 주문. 많은 이들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는 긴 하루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소확행'이다. 그러나 쉽게 잊는 사실이 있다. '소확행' 한 번에 컵 하나, 뚜껑 하나, 빨대 하나, 그리고 컵 홀더 하나가 매립지에 쌓인다. 10분의 여유 뒤로, 짧게는 150년에서 길게는 500년 간 분해되지 않을 플라스틱들이 켜켜이 쌓이는 셈. 해결 방법은 없을까? 국내에서는 올 여름 들어 카페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고객들의 불편함, 역으로 종이 사용량이 늘어나는 문제 등이 잇따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이 많다.  사회 각층에서 플라스틱 커피 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와중, 특히 주목할만한 기업이 있다.


커피 한 잔의 소확행 뒤에 남게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생분해성 커피 컵의 혁신


바로 호주의 사회적 기업 인바이로 그로우(Enviro Grow, 공식 홈페이지 : https://enviro-grow.com.au) 사다. '커피 컵의 혁신'이라는 직접적인 접근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설립자는 멜버른에서 자란 사회적 사업가인 소울라 써닝(Soula Thuring)이다. 써닝은 모국인 호주에서만 한 해 10억 개의 플라스틱 컵이 사용되는 것으로 모자라, 이중 90%가 재활용 되지 못한 채 매립지에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써닝은 사용한 컵을 식물로 바꾸어주는 키트를 포함한 생분해성 커피 컵 ‘그로우 컵 오브 라이프(Grow Cup of Life)’를 고안해냈다. 이어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호주 국제 식품 박람회에서 런칭된 '그로우 컵 오브 라이프(Grow Cup of Life)' ⓒ Enviro Grow 공식 페이스북


플라스틱은 가고 식물이 남는다.


‘그로우 컵 오브 라이프(Grow Cup of Life)’는 2016년 호주 국제 식품 박람회(Fine Food Australia Show)에서 공식적으로 런칭된 제품이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PLA를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컵은 사용 중에는 플라스틱과 동일한 성질을 지니지만, 버려진 후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미생물에 의해 물,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으로 빠른 분해가 가능하다. 2달러의 가격에 제공하는 세트 제품에는 수분에 의해 팽창하는 토양 펠렛, 씨앗, 그리고 케일, 비트, 로켓 등 건강 식품의 재배 지침이 포함되어있다. 이 키트는 어디에든 심을 수 있고, 심은 후 수개월 내에 분해된다.


'그로우 컵 오브 라이프(Grow Cup of Life)'의 실제 사용 사진 ⓒ Enviro Grow 공식 페이스북


현지 커피숍에서 선물용으로 사랑 받다


커피 컵의 분해 기간이 수백 년에서 수개월로 압축되고, 남게 되는 것은 싱그러운 식물뿐인 모습을 상상해보라. 가히 혁신적인 발상이다. 생분해성 커피 컵이 등장한지 10여 년이 넘어가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큰 호응을 사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인바이로 그로우 키트 2달러의 작은 기적은 깜찍한 디자인과 함께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호주에서 커피 체인 '식스 8 커피 로스터'에서 일하는 다니엘은 "인바이로 그로우 키트는 우리 작은 도시 야스에서 정말 잘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컵의 컨셉을 사랑하고 선물용으로 구매합니다. 가격도 딱 맞습니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현지숍에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는 '그로우 컵 오브 라이프(Grow Cup of Life)' ⓒ Enviro Grow 공식 페이스북


유기농차 키트, 대나무 컵..., 혁신은 지속된다


그로우 컵 오브 라이프 출시 후, 인바이로 그로우사 는 멜버른, 뉴 사우스 웨일즈, 페른트리 굴리 등 각지에 파트너들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생분해 컵을 유기농 차를 키울 수 있는 버전으로 제작하여 새로이 출시하기도 했고, 쉽게 분해되는 데다 재사용이 가능한 대나무 소재의 컵을 출시하여 현재 판매 중에 있기도 하다. 현재는 생분해 가능한 컵일지라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대로 재활용 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기 쓰레기를 비료로 변환시키는 현장 자동 퇴비화 기술과 같은 보다 장기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기대를 걸어볼 법하다.


이미지 출처 :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rowcupoflife/




By 에디터 “하니” – 글과 그림, 영상으로 구성된 컨텐츠를 좋아한다. 재미라는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꿈이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까마득한 초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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