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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해야 Johaeya Jul 09. 2023

아는 물결을 만나면

[들개와 노견] 작가 인사





안녕하세요. 조해야입니다.




          3년 전 어느 여름날. 저는 어쩌자고, <지자체 유기동물 통계 순위>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최저' 입양률과 '최고' 안락사율답게 제주에서 길개(고양이)를 만나는 건 아주 흔한 일이죠. 인사를 전하는 지금도 제주의 '아름답지 않은' 순위는 3년 전 그때와 같네요. 특히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얼마 전까지 인간의 손을 탄 동물들이 평소보다 거리를 더 많이 배회합니다.

재작년 태풍이 몰아치던 날에는 그중의 한 아이와 인연이 닿았어요. 분명 장대비가 내리는 한여름이었는데 얇은 싸라기눈을 입고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보이던 그 아이에게 얼음을 갈은 '스무디'라는 이름을 붙여 줬었죠.  



전국 유기동물 현황  (*출처: 포인핸드)


지역별 유기동물 통계 순위  (*출처: 포인핸드)



제가 살고 있는 섬의 거북한 이면을 마주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 시기에 떠돌이 들개인 '망고'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났어요. 오늘까지 망고와 1,174일을 함께 살았습니다. 정확히 3년,하고도 두 달.. (아아.. 시간아.)



들개와 가족이 된다는 것? 처음부터 각오를 많이 했기 때문에... 네, 각오가 무색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앞으로 무진장 힘들 것은 예상되는데 이 아이에 대한 데이터가 아예 없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바닷가에서 홀로 지낸 망고는 방석이 뭔지, 집이 뭔지, 목욕이 뭔지, 가족이 뭔지 그리고 사랑 받는다는 것이 뭔지 모르는...... 말 그대로 '관계 형성'에 있어 백지상태였습니다.



망고가 전에 해봤고, 잘하는 일이란 청승을 떨며 비를 맞거나 고독을 아무렇지 않게 견디는 것들이었. '성견+믹스견+들개'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하루가 일년처럼 길었습니다. 망고의 과거를 모르니 갑자기 튀어나오는 트라우마 앞에서 돌처럼 서서 지켜보기만 했고요. 답을 알 수 없는 녀석과의 시간이 너무 막막해서 그렇게 신물나던 회사 업무가 당시에는 힘들지 않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 사실이 '희망'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니 '기대'라는 것을 내려놓게 되더군요. '모르니까 천천히 가자... 최대한 느리게 달라지자...'하면서 말이에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여태 오프리쉬가 가능한 장소에서도 망고의 줄을 풀지 못합니다.(함께한 세월이 3년인데도요.) 제가 아직도 이 아이를 백 프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가 두렵기 때문이에요. 저만 뱅글뱅글 돌면서 산책하는 가정견 '우유'와 달리 망고의 직진 산책은 놀랍게도 아직도 저를 화나고 지치게 합니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나는 이웃들과 동네개들에게 서툴게 다가가서 놀라게 하는 것도 여전하고요.



그럼에도 분명한 건, 아침에 망고 눈에 낀 눈꼽만큼씩은 우리가 매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어디 사랑 받는 존재가 되어 보렴', 작정을 하고 퍼붓는 애정 공세에 처음에는 멋쩍어서 눈도 못맞추던 녀석이 이제는 날마다 제 영혼의 키스를 받고 낯빛도 털빛도 해처럼 반짝입니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짖음의 정도가 놀라보게 줄었고요.

아직은 망고와 풀어야 할 숙제가 백 개는 남은 것 같지만(부자 되면 강형욱 아저씨한테 가자꾸나~), 다 풀겠다는 욕심보다 죽기 전까지 한개씩 풀어 나가자는 마음이라면 또 3년이 흐른 후에는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겠죠. 아, 이쯤에서 개들의 근황을 알려 드릴게요~




세련되고 정정하신 도시 출신 노견의 아이콘, 우유는 포효하는 이 구역의 '사자'가 되었고요...

우유 (포악해 보이는 건 셀프미용 탓...일까?)



네, 섬 출신 야생 들개였던 망고는 세상 참한 저만의 '꽃사슴'이 되었어요...

망고 (섹시해 보이는 건 (함박눈을) 느끼는 네 기분 탓...이지?)



같이 살면 닮는다고요? 서로 바뀌는 게 아니고요??


 




          저는 생명의 유기나 인위적인 종식 현장을 막을 수 있는 거대한 그릇은 안 됩니다만(정말로 주방에 큰 그릇이 하나도 없어서 놀랐,) 버림받고 떠도는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유약한 목숨이 하나라도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뜻에 혹시 일조가 될지도 몰라서...... (엄마는 제가 잘하는 걸 하랬는데 잘,하는지는 모르겠고 계속,하는 건 잘하니까요) 앞으로도 개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하는데 찬성하시면 제게 서서 발바닥을 보여주세요~ (자세가 어려워서 안 하실지도 몰라, 후유,,)

 


마지막으로, [들개와 노견]을 아껴주신 구독자님들과 브런치 작가님들께 빠짐없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총 42일 동안 쉬지 않고 연재를 하는 동안 매일 '구독과 좋아요, 특히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름 다 외웠어요) 덕분?에 링겔을 꽂아 가며 썼던 지난날들이 이 새벽에 목구멍으로 올라옵니다. 웩.^^



다시 한 번! 고요한 새집에 성실한 걸음으로 들러주신 한 분 한 분께 감사 드니다. 그리고...... 제게는 백만 명과도 같은 한 명.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세계에서 바닥에 쏟아지는 글이 부서지지 않도록 같이 엎드리고 담아준 미쓔님. 오두막님. 이피님.께 저의 변치 않는 순정을 바칩니다. 당신에게 사랑을 한 방울 떨어뜨렸는데 그 한 방울로 바다를 만들어 저를 튼튼한 잠수함에 태웠어요.(울지 말자,)

! 22년 만에 처음으로 늦은 밤 버스 안에서 딸의 글을 읽고 있 엄마에게도... (상이나 타고 할 말을, 애먼 데다가 죄송합니다,,) "사랑해요. 엄마는 가장 멋진 나의 원더우먼이에요!" (몰라 일단,, 도망가자~♫)

 


이만. 저는 저의 잠수함으로 돌아갑니다. 이 뜨거운 여름 잘 보내시고요, 각자의 심해를 유유히 항해하다가 아는 물결을 만나면 부웅~ 하고 바닷속에 뱃고동을 울려주세요. 그때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로 물밖에서 만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2023.7.9
남쪽 깊은 바다에서
조해야




아는 물결을 만나면






*[들개와 노견]은 총 20화로 브런치북(1부, 2부)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새 작품은 <구독&좋아요&댓글> '3종 세트'로 태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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