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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Jul 25. 2024

퇴사만 하면 다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

깨달음을 위해 필요했던 시간, 8년

정답이 없고 선택만이 있는 우리의 인생은 종종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그로 인해 내가 가진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기도 합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가장 소중한 이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정말 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이 들 때 한 번만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어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퇴사만 하면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고 아주 괜찮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성공적인 퇴사와 이직의 경험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2016년 5월 퇴사 후, 8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퇴사를 결정하고 감행한 스스로를 원망한 시간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전에 비해 줄어든 수입과 급증한 불안정성은 저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고 불필요한 가족들과의 마찰 또한 늘어나게 되었죠. 어이없는 어리석은 시간들에 눌려 지내온 그간의 교훈들이 떠올라,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해두려 합니다.




1. 8년의 임계점


개인차가 있겠지만, 경제적 안정(자유가 아님 주의!)을 누리고 삶에 대한 심리적 만족을 경험하기까지 대략 8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작년 말 즈음부터 삶에 대한 감사와 만족의 그래프가 J curve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특정 시점의 사건 혹은 트리거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꽤 오랜 시간 누적되어 왔던 내 인생에 대한 긍정적 집착과 애정의 태도를 견지하며 살아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행을 퇴사한 이후 거저 얻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가장 중요했던 ‘인내’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음이, 그리고 그 시간을 현재의 노력과 미래에의 기대를 적절히 섞어 보낸 덕이었음이 오늘의 스스로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는 큰 이유입니다.



2. 최악을 경험하다


은행원 시절, 가까이 지내던 이들과 멀어지고 십여 년을 함께 같은 직장에서 함께 한 시간의 허무함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저의 인성을 돌아보기도 하였고 그렇게 멀어져 가는 이들을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당시의 안정적인 생활을 벗어난 탓에 이전과는 다른 수입으로 마음고생이 컸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집적대기도 했습니다. 꿈보다 현실에서의 생존이 절실했고 때론 그것이 내 이상인 척해보기도 했습니다. 대략 그런 시간이 5년 정도는 제게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최악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저의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우리들의 삶의 성장에 이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반드시 이 과정을 이겨낸 후에야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3. 중요한 시기엔 사람이었다


매 순간 결정적인 시기에 큰 역할을 해주던 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조언, 부모님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던 동료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던 소수의 인연들은 중요한 시기에 저를 도와주었고 이끌어주기도 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저는 이 근원은 친절한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https://brunch.co.kr/@johnstory/324



4. 결국 내가 하기 나름


상황은 늘 내게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했죠. 앉아서 책만 읽고 고민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세상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행위의 주체인 내가 무엇이든 저지르고 시도하고 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실행이 핵심인 거죠. 주어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돌파하거나 피해 가거나. 두 가지 모두 경험한 1인으로서 오직 돌파! 만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론 빠른 포기가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포기 역시 실행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정리해서 결정 내리는 가 하는 것입니다.



5. 쉬고자 함이면 휴가를 가는 것이 좋다


번아웃이 와서 퇴사를 하겠다는 팀원이 지난주 저를 찾아왔습니다. 번아웃이라는 것이 절대 수치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그렇다 하면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얘기를 해줬습니다. 재충전이 필요하면 휴가를 가고, 일상에서의 내려놓음이 필요하다면 지금의 선택을 하라고 말이죠. 주말 간 고민이 깊었던 그는 남은 7월 무리하지 않도록 업무일정을 잡고, 8월 초 휴가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했던 퇴사의 언급을 후회한다 하더라고요. 그것도 매니저가 아닌 조직장에게 말이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알려줬습니다. 직장생활도 내가 바로서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때 본인은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수 있으니까요. 재충전 후 좋은 기운을 찾아오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지금은 퇴사가 아닌 휴식이 필요한 시기라는 말과 함께요.



6. 일단 밀고 가보자


2020년도 겨울, 저는 주택청약에 당첨되어 지금의 집으로 23년도 8월에 이사했습니다.

당시 청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곤 했는데 그 얘기의 핵심은 이랬어요.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어떤 상황에서든 저질러지면 해결방법을 찾게 돼있다는 제법 대장부스런 일갈을 날리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당첨된다고 해도 대출을 피할 수 없고 그로 인한 금융비용의 증가를 우선 따졌습니다. 둘 다 은행원 출신이다 보니 태어나 처음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겁날 법도 한데, 아내는 미래 가치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경쟁률로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일단 해보자로 결정했었던 거죠. 그리곤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벌어졌고요.


4년이 지난 지금 16억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25% 수익률을 내고 있는 해외 ETF를 관리하며 자산을 늘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매월의 급여소득이 가계의 시드 머니가 되고 있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삶의 모델을 어떻게 운용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만약 그때 청약을 강하게 반대하고 대출 없는 그 수준의 삶을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금융비용은 줄일 수 있었겠지만 삶의 큰 변화와 적극적인 자산 증식의 사고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태로 지냈겠죠. 일단 무엇이든 해보자는 아내의 태도와 강한 의견이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두고두고 감사하라는 얘길 하는 아내의 말에 반격을 할 수가 없네요. 선입견과 두려움을 뛰어넘었던 사례로 기억에 남습니다. 




퇴사만 하면 모든 것이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괜찮아질 것이라는 거짓말을 믿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의 전제는 위에서 말씀드린 과정들이었고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보낸 덕분에 오늘의 여유와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진리와 교훈들을 잊지 않고 소중하게 품고서 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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