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텅 빈 것 같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임테기의 두 줄을 본 순간 10초가 10년처럼 느껴졌다.
남편에게 얘길 꺼내려는데 침이 삼켜졌다.
"여보, 나 임신인가 봐."
"뭐라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떻게 임신이 되냐?"
남편 또한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럴 땐 응급으로 실물치료가 필요하다.
두말할 것 없이 결과물을 내민다.
한 동안 우리의 대화는 끊겼고,
머릿속은 복잡하게 그리고 조용히 굴려 봤다.
대체! 왜! 어떻게? 언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의 그날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뿐 아니라 마지막 생리일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의 동공만 부지런히 움직인다.
대충 계산해 보니 추석 즈음이 예정일일 것 같다.
설과 추석을 아우르는 임신과 출산이라.
허허.
새 학기는 학년과 업무는 어떡하지?
휴직하면 대출은 어떻게 갚지?
지금 몸무게로 임신하면 만삭 땐 어쩌지?
이 나이에 임신이라니 아이는 괜찮을까?
위에 아이들과 터울이 너무 많은데.
백신 맞은 건 괜찮을까?
어제 몸살기 있어 타이레놀 먹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현타가 온다.
생각을 수습하고 있는 사이
남편은 어느새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