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근애 Nov 15. 2023

생각지도 못한 설날 선물

늦둥이 엄마입니다만

 2021년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내게 코로나19 백신접종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었다. 한창 백신에 대한 괴담들이 많았었고, 나부터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8월의 어느 뜨거운 여름날, 우리 1학년 선생님들은 단체 백신 접종을 위해 인근 체육관으로 출장을 갔다. 피할 수 없었기에 모든 걸 체념한 채.


 백신 접종 이후 내 몸에 나타난 가장 확실한 이상증상은 바로 생리불순이었다. 초경 이후 지금껏 생리는 늘 규칙적이었다. 그런데 접종 후 얻은 예측 불가능한 생리주기 덕분에 늘 임신에 대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1월 22일 밤이었다. 다음 날이 설이라 아이들은 모두 시댁에 두고 우리 부부만 집으로 왔다. 아이들이 없는 밤은 홀가분하면서도 허전하다. 

 그제야 아직까지 소식 없는 그분이 떠 올랐다. 백신 접종 이후 늘 있었던 일이기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이번엔 많이 늦어졌다.


"여보, 나 생리를 안 하네. 설마 임신은 아니겠지?"

 1퍼센트의 영혼도 없이 남편에게 말했다.

 "뭘 해야 임신이 되지."

 남편의 예리한 답변에 나는 쉽게 수긍했다.

 맞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내 기억에도 최근 같이 하늘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안심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이상한 직감은 뭐지. 0.000001퍼센트의 확률을 염두에 두고 남편에게 임신테스트기를 사 오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구시렁 대던 남편이 단지 내 편의점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 와 건넨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만에 보는 임신테스트기냐 하며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해 봤다.


결과는 두 줄.


그야말로 청. 천. 벽. 역.






이전 01화 갑자기 애국자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