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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20. 2022

들여다보면 보인다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들여다봐야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근본을 알고자 함이다. 생성원리와 원인을 알아야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꼭 문제라고 할 것도 없다.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살아지고 넘어갔기 때문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것도 에너지 최소화 법칙의 적용일까?


하수가 부리는 에너지 최소화 법칙이다. 근본을 들여다보면 에너지를 더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렇다고 들여다보랬더니 엉뚱하게 남의 집 문틈을 들여다보는 관음증(觀淫症, inspectionism)으로 착각하지는 말자. 꼭 남의 집 담너머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도 유튜브와 릴스와 틱톡에 넘쳐나는 동영상의 유혹도 관음증을 자극하는 원천이다. 가장 원초적인 들여다보기 일 수 있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증의 발로이 긴 하다. 하지만 너무 짜치지 않은가? 섹슈얼리즘에 국한되어 들여다보기를 한다는 것은 말이다.


들여다보기는 근원의 추적이다. 세상을 가장 단순하고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고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 처음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방편이다.


일례로 이번 달부터 동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고 3개월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전문 트레이너한테 개인 PT도 거금을 주고받기로 했다. 연말이라 송년모임이 많다는 핑계를 대고 이제 겨우 4번의 PT를 받았다. PT를 받으면서 인체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기구들을 내 평생 처음 손에 잡아봤다. 근력 강화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평생 처음 하니 당연히 10Kg 정도의 무게에도 바르르 떨며 들어 올린다. 평생 뭐 하면서 살았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다. 피트니스센터 하루 갔다 오면 허벅지며 등 근육에 근육통이 와서 어이 구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일상생활을 하면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래도 나름 건강관리를 한다며 10km씩 조깅도 하고 거실 바닥에 요가 매트리스를 깔고 윗몸일으키기 및 팔 굽혀 펴기 등으로 스트레칭을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그래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함을 이번 피트니스 등록을 통해 여실히 느끼고 있다. 허벅지 근육에도 내전근, 넙다리네갈래근, 햄스트링근, 대퇴사두근, 봉공근, 반건양근, 대퇴이두근 등등 허벅지에 붙어있는 근육의 이름들이 인체 해부도에 따라 제각각인 것도 처음 알았다. 용어 통일도 안되어 있는데 아마추어들이 들어도 까먹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계 및 건강 관련 단체들이 자성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피트니스 센터에 있는 수많은 기구들이 모두 한 가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다. 어설프게 앉아서 힘깨나 쓰는 것처럼 자랑질을 했다가는 근육만 찢어진다. 이런 위험성을 트레이너들이 차근차근 알려주고 근육을 어떻게 쓰고 어떤 중량으로 시작하고 늘려가는지를 알려준다. 정말 내 몸을 위한 귀한 정보다.


이때 인체 근육 해부도를 펼쳐 들고 봐야 지금 내가 어떤 근육에 힘이 부족하고 어떻게 근력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면 금방 이해가 간다. 나이가 들고 근무 환경에 따라 근육들이 위축되고 앞으로 쏠려 움츠러든 체형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 매일 사용하는 근육만 사용하니 당연히 체형도 거기에 맞춰져 가서 걸음걸이도 변하게 된다. 인체의 근육들을 골고루 사용하고 근력들을 향상해서 체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근력운동을 필히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들여다봐야 한다. 근육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근육은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를 알아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목표가 생긴다. 그저 웃통 벗으면 가빠 나오고 울룩불룩한 체형을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신체 균형을 찾기 위한 것이다. 가빠 나오고 말벅지 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근육을 들여다보면 알게 되는 또 다른 재미일 수 있다.


들여다보는 재미는 어찌 근육뿐이겠는가? 내가 자연과학공부를 10년 가까이하면서 브레인을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빅뱅에서부터 시작하는 우주론, 양자역학, 물리학, 진화론, 분자생물학, 지리학, 광물학까지 겉핥기지만 조금씩 들여다본 중에 물을 뺀 지구 모습을 사진으로 봤을 때가 제일 충격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대서양 가운데를 지나는 해령의 모습이다. 판구조론의 명백한 증거이자 살아있는 지구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바닷물을 모두 말려버려고 들여다봐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금은 구글어스를 돌려봐도 보인다. 지표면 위에 발을 디디고 살고 있음에 새삼 경이를 표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이렇게 들여다봐야 보인다.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세상사는 일 별거 아님을 눈치채게 된다. 지지고 볶고 정치판에서 아웅다웅해봐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하수들끼리 자기 나와바리 지키려고 도끼 들고 연장 들고 싸우는 형국임을 알게 된다. 현미경으로 박테리아를 들여다보고 세포를 들여다보기 시작함으로써 현대의학이 발전했고 망원경으로 별을 들여다봄으로써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들여다보는 행위가 세상을 더욱 새롭게 변화시켰다. 근원을 알면 실체가 보인다. 내가 보이고 네가 보이고 자연이 보이고 우주가 보인다.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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