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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02. 2023

콜레스테롤 약, 안 드셔도 됩니다

"지난 한 달간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어제 혈액을 뽑아 검사를 하고 오늘 오전, 결과 상담을 하러 갔다. 4월, 회사 의료센터에서 건강검진을 하고 받아 든 결과통지서에 콜레스테롤 수치 초과로 인한 약 복용을 권유받고 5월 한 달 동안 운동과 식습관을 바꾸는 임상실험에 들어갔었다.


지난 5월 한 달, 나름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 것을 줄여왔다. 의사 선생님 권유에 따라 운동 패턴을 퇴근 후에 하던 것을 저녁 식사 후로 순서를 바꾸었다. 식사는 아침식사를 해서 하루 에너지를 균등하게 배분하라고 권유하셨지만 평생 먹지 않던 아침식사라 먹는 것이 쉽지 않아 아침식사는 계속하지 않았다. 다만 점심 저녁때 먹는 식사량을 조금 줄이는 정도로만 신경을 썼고 술을 마셔야 할 때는 건배와 입술 축이는 정도로만 했다. 일단 운동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일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5월 한 달을 버텨왔다. 혈액검사를 하러 가는 날 아침 체중은 66.3kg이다. 한 달 전보다 3kg 정도 줄어든 상태다. 6월 1일 혈액 샘플 채취를 하는데 내심 자신감이 있었지만 은근 불안한 마음이 더 크게 지배했다. 한 달 동안 운동 패턴도 바꾸었는데 검사결사치가 평균에도 못 미칠까 조마조마했다. 


혈액검사하러 간 날, 의사 선생님께서 "어떻게 한 달간 운동은 열심히 하셨나요? 아침식사는 하고 계시고요?"라고 물으셨다. 이 물음의 억양은 "당신, 내가 권유한대로 제대로 못하고 있지? 운동도 안되고 아침식사도 안 하고 있지"를 묻는 거였다. 나름 오기가 생겨서 "선생님께서 권유하신대로 운동 패턴을 저녁식사 후로 바꿔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피식 웃으시며 "오늘 혈액검사하시면 다 드러날 텐데 검사하시고 내일 상담하시죠"라고 하신다. 말투에 "너는 운동했다고 자신하지만 의사인 자기가 볼 때는 택도 없는 자만일 거다"라는 의미를 깔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다음날인 오늘 오전, 검사결과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아 의사 선생님과 마주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사 선생님 왈 "지난 한 달간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면 저희 같은 의사들은 할 일이 없어져요"라고 하신다. "어떻게 뭘 하신 겁니까? 식습관과 운동패턴을 바꿔서 혈액 검사 결과를 전 항목에 걸쳐 이렇게 낮추었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인데 해내셨네요."라고 하셨다.

검사결과치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신다. "보세요. 지난 4월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48mg/dL이었는데 198mg/dL으로 떨어져서 정상 범위로 내려와 있고요. 걱정하시는 저밀도콜레스테롤(LDL)도 162에서 133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저밀도콜레스테롤 수치도 130 이하가 정상범위이긴 하지만 3 정도 초과되는 건 무시하셔도 됩니다. 중성지방(TG)은 154에서 90으로 줄이셨어요. 공복혈당 수치도 106mg/dL에서 72mg/dL로 낮추셨습니다. 나머지 모든 검사결과치도 정상범위 내에 들어가 있습니다. 식습관과 운동 패턴을 바꿔서 한 달 만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신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고생하신 증거의 성적표입니다."라고 하신다. 


"지금 상태라면 콜레스테롤 낮추는 약을 드실 필요 전혀 없고요. 지금처럼만 운동하고 식사하세요. 다만 저녁 식사양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줄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숫자가 줄어서 좋긴 한데 경계치에 있는 숫자들이 몇몇 있으니까요. 그러면 6개월 뒤에 날 추워지면 다시 오셔서 검사해 보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시며 "처방전 쓰고 약 팔아야 우리 같은 의사도 먹고사는데 선생님 같은 사람 있으면 병원 문 닫아야 합니다"라고 너스레를 떠신다.


혈액검사 결과, 받아 든 보고서는 만족할만한데 혈압이 높은 것도 걱정이 되어 다시 물었다. 회사 건강검진 때도 보통 3-4번은 재야 수축기 혈압이 130 밑으로 간신히 내려오기 때문이다. 혈압을 재보시더니 "수축기 혈압이 150 정도 나오는데 혈압과 콜레스테롤, 당뇨는 연관성을 갖고 같이 움직이는 관계로 지금 정도면 굳이 혈압약 복용을 권하지는 않겠다"라고 하신다. "특히나 혈압은 유전적 요인이 크니 걱정되면 가끔 병원에 들러 혈압 체크를 해서 점검하는 것도 좋겠다"라고 하셨다.


음하하하~~~ 결론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란다. 지난 한 달 동안 해온 식습관과 운동 패턴을 앞으로도 쭉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린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검사할 때만 반짝했다가 바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형태를 보이기에 열이면 열 모두 최종적으로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는 거다. 이제부터는 지키기에 들어가야 한다. 더 어려운 행보일 수 있다.


숫자는 몸을 감시하는 척도다. 숫자의 높낮이로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서야 체중을 줄일 수 있다. 숫자가 더 늘지 않도록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이 남은 생의 건강을 말해줄 것이 틀림없다. 


지난 한 달 동안 주력했던 식습관과 운동패턴을 공개한다. 먼저 먹는 것은 이전과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식단을 조절한 것도 거의 없다. 식사 때마다 샐러드를 추가로 먹고 육류는 웬만하면 안 먹는 것으로 했지만 별도로 크게 줄이지는 않았다. 다만 운동은 의사 선생님 권유에 따라 저녁식사 후에 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전과 달라진 가장 큰 변화다. 이에 따라 저녁식사 약속이 없이 퇴근하는 날에는 퇴근하여 집에 가자마다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는 실내골프연습장에 내려가 1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온다. 그리고 저녁 7시 정도 식사를 하고 잠시 쉬다가 8시에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1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한다. 근력운동 40분 정도를 하고 추가로 트레드밀을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40분 동안 5km를 주파한다.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하고 씻고 집에 오는 시간이 총 2시간 정도 된다. 골프연습까지 합하여 3시간 운동을 하는 셈이다. 이런 패턴을 5월 한 달 동안 20일 정도는 한 듯하다. 골프 스케줄이 없는 주말에는 중랑천 코스나 망우역사공원 산책길 10km를 조깅하기도 했다. 덕분에 체중도 69~70kg 정도에서 66.4~67.5kg으로 3kg이나 줄였다. 한 달 동안 이렇게 하고 받은 건강 성적표는 위의 사진에 있는 '일반임상 결과 보고서'로 대부분 전 항목 정상 수치를 기록했다.


한 달을 운동하며 지켜본 결과는 저녁식사에 모든 것이 달려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퇴근하면 저녁식사 후에 거실에서 TV보다 그냥 잠을 자서, 식사한 칼로리를 그대로 몸에 누적시키게 된다. 이 패턴에 변화를 주어 식사 후에 운동을 하는 것으로 바꾼 것만으로도 건강 수치를 확 달라지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콜레스테롤과 혈압, 당뇨로 인한 성인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관리할 때 명심해서 지켜야 할 문장이 아닐 수 없다.




ps : 다이어트나 운동도 절실해야 하게 된다 https://brunch.co.kr/@jollylee/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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