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영어 단어 Architect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모든 지식을 총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건축가는 집을 물리적으로 짓는 사람은 아니다. 설계와 디자인을 담당하니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식을 총괄'하는 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 공학이 항상 이렇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는 공학보다는 응용 예술에 가깝기도 하다.
건축주가 추상적으로 원하는 집의 형태 구조물을 이야기하면 건축가는 그것을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바꾸어준다. 대부분 건축주들의 요구는 애매하다.
‘심플하면서 모던하고 엣지있는 집을 원해요’
‘연예인 A의 별장인데 그것보다 품격이 더 있어야 해요”
와 같은 식인데, 추상적인 단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느낌은 알겠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어렵다.
건축주들의 두루뭉술한 개떡 같은 표현을 찰떡같은 물리적 실재로 변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예술적 특성이 많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들은 건축공학과를 나왔지만 스스로를 공학도보다는 예술가로 규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건축가들 중에는 괴짜들이 상당히 많다.
괴짜 건축가로 유명한 '문훈'. 출처: 조선비즈
건축주 화성인들은 예술에 관심이 없다. 집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튼튼하게 지으면 그만이다.
그들에게 금성에서 온 건축가는 이상주의자(Dreamer)이다.
화성에서 온 건축주
건축주는 집을 소유하는 사람이다.
건축주가 전원 생활을 계획한다면 십중팔구 지어진 집에서 살 주거인이다.
옛말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아름다운 집을 마다할 건축주가 있겠냐만은 건축주들은 집의 본질적 기능을 더욱 중요시한다. 통풍이 잘 되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나. 실내 구조는 살기에 편리한가. 풍수해에 약하지 않은가. 문제가 생기면 수리하기 편한가 등등. 건축주들은 실리를 따지는 실용주의자이다.
전원 생활인들이 늘어나면서 전원주택 부실시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처: KBS 화면 캡처
건축가 금성인들은 예술적 감각이 부족한 화성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능성에 집중한 평범한 집을 지을것이라면 머하러 건축가를 찾아왔나 싶다.
그들에게 화성에서 온 건축주들은 실용주의자이다.
건축주 화성인과 건축과 금성인이 다투는 이유
초기 예산 초과
제일 흔하게 싸우는 부분이다.
건축주의 예산을 넘어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물을 완성하고 싶어 할 때 다툼이 생긴다. 반대로 건축가의 디자인을 건축주가 마음에 들어하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아름답고 우아한 건축물은 건축 비용이 많이 든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건물에 곡선의 외벽을 설치한다고 하자. 확실히 건물에 곡선이 들어가면 부드러운 느낌이 생겨 아름답다.
특별히 아름다운 전원주택 건설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러나 건물에 곡면이 생기는 순간 건축가의 설계비, 시공비등 초기 비용이 상승한다. 규격품이 아니니 제작주문과 맞춤 시공을 하기 때문이다. 연쇄적으로 공사기간도 늘어나는데 전원주택 건설에서 공사 기간의 연장은 엄청난 추가 비용을 의미한다.
집이나 작품이냐
건축주는 전원생활을 중심으로 집을 지으려 한다.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온 이주민이나 지역주민을 통해 지역의 기후적 특성과 전원생활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파악한다. 그리고 건축가에게 이런저런 기능들을 요구한다.
하지만 어떤 건축가들은 ‘전원’이란 단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 눈에 띄는 아름다운 건축’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유명한 건축가들은 건축물 한켠에 자신의 이름이나 회사 이름을 남겨두기도 하는데 소위 “쪽팔린” 집을 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건축주가 '전원 속 주택'을 원하는데, 건축가가 '전원 속 작품'을 꿈꾼다면 정말 잘못된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