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문은 아침까지 식지 않았다.
이요라는 시험장을 봉쇄했다. 은빛 사슬 모양의 봉인이 원형 바닥을 세 겹으로 감쌌고, 지하로 내려가는 철문마다 교수 두 명이 배치되었다. 학생들에게는 지하 마력관 점검이라고 공지되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아카데미 전체가 발밑의 박동을 들었기 때문이다.
쿵.
아주 낮게.
쿵.
건물의 뼈대 안쪽에서.
엘레나는 기숙사 창가에 서서 손바닥을 폈다. 미완성 1000의 마지막 획이 어제보다 선명했다. 숫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숨 쉬듯 빛났다.
책상 위에는 검은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문 아래를 보라.
그 문장은 사라지고, 새 문장이 올라와 있었다.
안쪽에서도 손을 대고 있다.
엘레나는 종이를 접었다.
손.
어제의 아이 목소리.
이번에도 늦었어.
그 말은 원망처럼 들렸지만, 끝에는 기다림이 있었다. 누군가가 계속 같은 문 앞에 서서, 같은 발소리를 놓치
고, 같은 사람을 부르는 기다림.
방문이 두 번 두드려졌다.
카이는 들어오지 않았다. 문밖에서 말했다.
"이요라가 널 찾는다."
"시험장으로요?"
"아니. 회복실."
엘레나는 문을 열었다.
카이의 손등에 새 선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반복을 몸에 남겼다. 999 흉터는 흐릿해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중이었다.
"손등이 왜 그래요?"
"밤새 숫자가 흔들렸어."
"999가요?"
"그래."
"태양석 때문인가요?"
카이는 그녀의 손바닥을 보았다.
"네 쪽 숫자와 반응하고 있어."
"그럼 이건 제 숫자가 아니군요."
"네가 끝내야 할 숫자일 수는 있어."
"좋은 말처럼 포장하지 마세요."
"그럴 생각 아니었어."
엘레나는 망토를 집어 들었다.
"이요라 마스터가 회복실에서 뭘 보여주려는 거죠?"
"보여주려는 게 아니야."
카이는 복도 끝을 살폈다.
"숨기려다 실패한 걸 네가 보게 될 거야."
회복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다친 학생은 없었고, 침대마다 흰 천이 덮여 있었다. 이요라는 가장 안쪽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 밑에는 잠을 못 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왔구나."
엘레나는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왜 부르셨어요?"
이요라는 침대 위의 흰 천을 걷었다.
천 아래에는 돌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시험장 바닥에서 떼어 온 원형 문양의 일부였다. 은색 봉인선이 타서 검게 변했고, 가운데에는 작은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안쪽에서 밀어낸 손자국이었다.
손바닥은 아이의 것처럼 작았다.
엘레나는 숨을 멈췄다.
"이게..."
"밤새 생겼다."
"봉인문 안쪽에서."
카이의 왼손이 태양석 조각 위에서 멈췄다.
"왜 저걸 여기로 옮겼습니까?"
"시험장에 두면 문양 전체가 반응한다."
"여기로 옮기면 안전하다는 보장은요?"
"없다."
이요라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서 너희를 불렀다."
엘레나는 돌판에 다가갔다. 손자국은 마른 진흙이 아니라 빛으로 찍힌 흔적이었다. 푸른 빛이 손가락 끝마다 고여 있었고, 아주 느리게 맥박쳤다.
그녀의 손바닥도 같은 박자로 뛰었다.
"만져도 되나요?"
"안 된다."
이요라와 카이가 동시에 말했다.
엘레나는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둘 다 같은 말을 하면 더 수상해요."
"엘레나."
카이가 낮게 불렀다.
"이번에는 정말 조심해."
"말릴 건가요?"
"아니."
카이는 한 걸음 물러섰다.
"네가 듣는 걸 내가 같이 들을 수 있게 해."
그 말은 막겠다는 말보다 더 무거웠다.
엘레나는 돌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자국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지 않았다. 그 바로 옆, 깨진 문양 위에 손끝만 올렸다.
빛이 그녀를 물었다.
방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회복실 벽이 얇아졌다. 흰 침대와 이요라의 로브, 카이의 그림자가 물에 젖은 잉크처럼 번졌다. 그 뒤에 다른 공간이 비쳤다.
좁은 곳.
돌과 물과 바람이 섞인 틈.
아이는 그 틈 안에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어두워서가 아니었다. 아이의 얼굴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볼 때마다 선이 바뀌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엘레나와 닮았다가 사라졌고, 눈매가 카이를 닮았다가 흐려졌다.
아이는 손을 들고 있었다.
문 안쪽에서.
엘레나가 본 손자국 그대로.
아이가 말했다.
늦었어.
엘레나는 입술을 열었다.
"너는 누구야?"
아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직.
"아직 이름이 없다는 뜻이야?"
아직 아니야.
목소리는 아이처럼 짧았다. 하지만 단어 끝에는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카이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엘레나,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아이가 그쪽을 보았다.
또 늦은 사람.
카이가 숨을 멈췄다.
엘레나는 환영 속에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카이가 그 말을 들었다는 건 알았다. 그의 손이 현실에서 그녀의 어깨에 닿아 있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카이를 알아?"
아이는 대답 대신 손바닥을 폈다.
그 손 안에 태양석 조각이 있었다.
엘레나는 몸이 굳었다. 잊혀진 섬의 제단에 넣었던 조각. 사라진 줄 알았던 붉은 금빛. 아이의 손 안에서 그것은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조각 표면에 숫자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다시 사라졌다.
엘레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 숫자가 뭐야?"
많이 닫았어.
"누가?"
아이는 카이 쪽을 보았다.
칼.
카이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엘레나는 말했다.
"칼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췄다.
문도 닫혔어.
"내가?"
문이 울었어.
아이는 태양석 조각을 가슴에 안았다.
그래서 내가 생겼어.
엘레나는 손끝으로 균열 가장자리를 짚었다.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말이 되는 듯했다. 카이가 기억하는 999번의 실패. 엘레나가 제단에 태양석을 넣은 선택. 반복된 닫힘과 열림 사이에 남은 조각. 그 조각들이 아이의 형태를 만들었다면.
"너는 우리 때문에 거기 있는 거야?"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은 손이 태양석을 더 세게 쥐었다.
엘레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나오고 싶어?"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나가면 안 돼.
"왜?"
내가 나가면, 너희가 또 죽어.
엘레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아이의 목소리에도 눈물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잘 배운 문장을 반복하는 아이처럼 들렸다. 나가면 안 된다. 나오면 누군가 죽는다. 그래서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엘레나를 더 아프게 했다.
"누가 그렇게 말했어?"
많은 너.
환영 속 바닥에 빛이 퍼졌다.
엘레나는 자신을 보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엘레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떤 엘레나는 피를 흘렸고, 어떤 엘레나는 웃고 있었고, 어떤 엘레나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옆에는 카이가 있었다. 카이도 수없이 많았다. 검을 든 카이, 손을 내민 카이, 엘레나를 안고 무너진 카이, 문 앞에서 무릎 꿇은 카이.
그리고 모든 장면의 끝에는 숫자가 있었다.
아이는 그 숫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이번에도.
이번에도.
엘레나는 손을 뻗었다.
"이리 와."
아이가 뒤로 물러났다.
안 돼.
"괜찮아."
안 괜찮아.
"그건 네가 정한 게 아니잖아."
아이는 처음으로 엘레나를 똑바로 보았다. 얼굴은 아직 흔들렸지만, 눈만은 선명했다. 한쪽 눈은 엘레나의 은빛을 닮았고, 다른 쪽 눈은 카이의 금빛을 닮았다.
엘레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현실에서 카이가 한 걸음 물러나는 소리가 들렸다.
"크..."
그가 이름을 말하려 했다.
이요라가 날카롭게 말했다.
"말하지 마."
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엘레나는 환영 속에서 아이를 보았다.
"네 이름을 알아?"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못 받았어.
"누가 줘야 하는데?"
아이는 엘레나를 보았다.
그리고 카이가 서 있는 방향을 보았다.
둘 다.
회복실의 공기가 깨졌다. 환영이 흔들렸다. 이요라가 봉인석을 돌판 위에 눌렀다.
"충분하다."
엘레나는 버티려 했다.
"아직 얘기 중이에요."
"더 들으면 연결된다."
"이미 연결됐어요."
"그래서 끊어야 한다."
이요라의 봉인석에서 은빛이 터졌다. 아이의 모습이 멀어졌다. 엘레나는 급히 외쳤다.
"기다려!"
아이는 사라지기 직전 입을 열었다.
엄...
짧은 소리.
너무 짧아서 누구도 붙잡지 못할 뻔한 소리.
카이가 그대로 굳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윈드콜러.
환영이 끊겼다.
엘레나는 현실로 돌아와 숨을 몰아쉬었다. 손끝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돌판의 손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카이는 창백했다.
이요라는 봉인석을 쥔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엘레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방금 들었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저를 부르려다 고쳤어요."
"네가 들은 단어에 의미를 붙이지 마라."
"그건 단어가 아니었어요."
엘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관계였어요."
카이의 손이 떨렸다.
엘레나는 그를 보았다.
"당신은 이름을 알죠."
카이는 입술을 눌렀다.
"아직은..."
"또 아직."
"엘레나."
"그 아이가 갇혀 있어요. 그리고 나가면 우리가 죽는다고 믿고 있어요. 누가 그런 걸 가르쳤어요?"
카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요라가 대신 말했다.
"그 아이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없다."
엘레나는 이요라를 향해 돌아섰다.
"그럼 뭘로 분류했는데요? 실패? 균열? 봉인 부산물?"
이요라의 얼굴에 통증 같은 것이 스쳤다.
"그 아이를 구하려 들면, 네가 잃는 것이 더 커진다."
"저를 살리려고 저를 숨긴 사람들 때문에, 저는 계속 죽었어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엘레나는 손바닥의 1000을 폈다.
"이번에는 제가 결정해요."
"무엇을?"
"그 아이가 뭔지 알아낼 거예요. 이름도요."
카이가 낮게 말했다.
"이름을 알게 되면 더 가까워져."
"그럼 가까이 가야죠."
"가까이 가면..."
"죽는다고요?"
엘레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 말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검은 종이가 책상도 서랍도 아닌, 회복실 침대 위에서 저절로 펼쳐졌다. 아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그곳에 있었다.
문장이 번졌다.
칼은 이름을 기억한다.
엘레나는 카이를 보았다.
카이는 눈을 감았다.
"말해요."
"못 해."
"왜요?"
"내가 말하는 순간, 그 아이가 문 쪽으로 한 걸음 더 와."
"그게 정말 나쁜 일인지 확인도 안 했잖아요."
카이는 눈을 떴다.
"확인했어."
그 대답은 너무 빨랐다.
엘레나는 더 묻지 않았다. 아직 그가 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가 피하는 말이 어디를 가리키는지도 알았다.
아이는 그림자 교단이 아니었다.
괴물도 아니었다.
시간 균열 반대편에서, 나오고 싶으면서도 나오면 안 된다고 배운 아이였다.
엘레나는 돌판의 손자국 위에 손을 올리지 않고, 그 옆에 자신의 손자국을 남겼다. 피를 흘리지 않았다. 바람만 불렀다. 아주 얇은 바람이 손바닥과 돌판 사이를 지나갔다.
"기다려."
그녀는 말했다.
"이번에는 늦지 않을게."
돌판 안쪽에서 작은 손이 한 번 더 밀어붙였다.
그리고 엘레나의 귀에, 다른 누구도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가 닿았다.
아버...
목소리는 스스로를 삼켰다.
또 늦은 사람.
뒤에서 카이의 검집이 바닥을 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