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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Feb 20. 2020

본인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

NS 홈쇼핑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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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를 기술하시오 (700자)


재미, 유머, 그리고 음... 머리숱?


머리숱이 걱정이다. 이거 나만 하는 걱정일까. 그럼 너무 외로운데. 나 말고도 다들 걱정했으면 좋겠다. 20보다 30에 가까운 나이가 되니 머리숱이 여간 신경 쓰인다. 조바심에 유튜브에서 한번 영상을 찾아봤다가, 그 뒤론 온통 탈모약 광고가 도배되고 있다. 하여간 빅데이터니 AI니 하는 친구들은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머리숱은 대게 가족력을 따라간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숱이 아주 많지만 아빠는 아니다. 나는 외모나 성격이 엄마를 닮았다. 그러니 숱도 그러기를 바란다. 아니 그래야 한다.


 유머는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재치 있는 말 앞에선 장사 없다. 부자 건, 가난한 사람이건, 잘난 사람이 건, 못난 사람이 건, 유머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뺏긴다. 나는 특히 칼이 들어있지 않은 유머가 좋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사람, 아니면 촌철살인으로 상황을 한 번에 정리해버리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로 멋진 사람이다. 특히 재치 있는 노인이 좋다. 그런 어른한테선 품격이 느껴진다. 기억과 함께, 나이 들어서도 꼭 잃지 않은 건 유머다.


 믿음, 소망, 사랑 가운데 사랑이 으뜸이라면, 내가 중요하는 3가지 중에선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내 행동과 결정에 큰 기준이 된다. 나는 심각한 재미주의자라 재밌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한다.


그러니 직업을 구하는 이 시기에 가장 고민되는 것도 직업의 재미 여부다. 나는 평생 재밌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런 건 직무에 없다. 공고 나 있는 분야도 재미없는 이름뿐이다. 내가 경영관리를 좋아할까. 나는 체중 관리도 못한다. 마케팅은 그나마 가까워 보이지만, 실무자 말을 들어보면 내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일과는 관련 없어 보인다. 영업도 그렇고, 경영 기획도, 지금 이 문항을 준 전략기획도 마찬가지다. 나는 전략도 못 세우고 기획도 못한다. 그러니 제곱으로 못하겠지. 전부 재미를 끌지 못한다. 막상 들어가서 일 하면 다르려나.  


 문제는, 그렇다고 누가“너는 뭘 재밌어하는데”라고 물으면, 똑 부러져서 얘기하기 힘들다. 물론 직업적인 요소가 아니라면 분명 재밌어하는 건 있다. 나는 축구, 사진, 글쓰기를 재밌어한다.


축구부터 얘기해 볼까. 나는 축덕이다. 공도 꽤 찬다. 그런데 물론 생계를 유지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려면 누군가 내 경기를 보려고 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건 우리 부모님에게도 힘든 결정일 거다. 오히려 내가 대관비를 내면서 공 찬다.

 사진 찍기도 좋아한다. 이거는 축구보단 돈 벌기에 조금은 가깝다. 그러나 아직 그럴만한 포트폴리오가 없다. 사실 돈을 벌 수 있는 역량이 되나 의심이 든다. 예쁜 피드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촬영 문의가 들어오진 않는다. 팔로워도 적다. 좋아요도 100 따리에 불과하다.

 글쓰기도 좋아한다. 이건 가장 미지수다. 과연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누가 내 글을 돈을 지불해서 읽을 의향이 있을까. 매년 5만 권의 새 책이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시장과는 별개로 내 글이 김금희 작가의 글처럼 훌륭하지도 못하다. 나 같아도 내 글보단, 소설가의 글을 읽겠다. 그러니 결국 내가 재밌어하는 것으로 직업을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라나.


돈을 벌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내가 재밌어하는 3가지엔 공통점이 있다. 그건 이 일을 할 때 주변에서 나를 예쁘게 봐준다는 거다.

 축구 잘하면 동료들이 좋아해 준다. 게다가 운동장에선 피드백도 빠르다. 좋은 패스 보내면 따봉이 바로 적립된다. 그러다 보면 신나서 한 번 짚을 헛다리도 두 번 짚는다. 사진 찍기도 그렇다. 인스타에 사진 올리면 그래도 100명은 좋아해 준다. 사진 예쁘다는 칭찬도 꽤 듣는다. 사진은 내 시선에 대한 기록이기에, 이걸 칭찬받을 땐 아주 기분 좋다. (막간 홍보 @jooho201)

 글은 그 자체 보단, 쓰는 행위를 좋게 봐준다. 카페에서 이것저것 적고 있으면 그게 좋아 보이나 보다. 신기하게 본다. 프로 세계에서 밥벌이할 정도는 아니어도,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할 때 칭찬받고, 칭찬받으니 더 재밌다.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3가지 가치는 이렇다. 나는 내가 멋져 보이는 일을 “재미“있어한다. 오랫동안 인기 있고 싶어서 ”유머“를 잃고 싶지 않다. 당연하게도 좋은 외모를 위해 머리숱도 안녕하길 바란다. 이들은 결국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로 귀결된다.


어떤 자기 계발서나, 강연에선 “남 시선 신경 쓰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그 말의 뉘앙스는 안다. 자기 소신을 지키라는 말이겠지. 그러나 나는 소신보단 시선이 중요하다. 길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을 때도 혹시 누군가 이 모습을 봐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눈치도 자주 본다. 어렸을 땐 형이 혼나면 내가 다른 방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단다. 내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 지를 자주 고민한다. 이왕이면 좋은 모습으로 비치고 싶다. 나만 그런 걸까.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니, 인정받고, 예쁨 받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걸 주장하는 게 쑥스럽다. 과하면 관종 소리도 듣는다.


근데 역설적으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인정"한 뒤로 타인에게서 자유로울 때가 있었다. 특히 "오버하는 거 아닐까"싶은 마음이 들 때 용기를 받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다. 누가 나 좋다는데 당연히 기분 좋다. 그러니 “혹시 소통이나 맞팔이란 해시태그 적는 게 구린가”싶다가, 뭐 그럴 수 있지 싶다.

 축구하다가 불 필요한 개인기 하다 뺏겼다고 해보자. 동료가 질책하면 "좀 멋져 보이고 싶어서 그랬어"라면 덜 미움받았다. 누구든 운동장에서 화려한 거 한 번은 보여주고 싶으니까.

 나에겐 글쓰기가 특히 "오버하는 게 아닐까"싶은 행위다. 특히 주변에 마초 같은 친구들이 득실득실거리는데 "니는 뭘 그런 걸 하는데 시간을 쓰고 그르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럴 때도 내가 가진 주문은 도움이 된다. 나는 글을 잘 써서, 예쁨을 받고 싶다.


"마이 웨이"라는 말이 있고 영어로는 "i dont give a fuck"이란 말이 있다. (마이 웨이도 영어긴 하지만) 그런데 사실 남을 신경 안 쓸 수는 없다. 남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순간도, 듣는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다. 타인을 배제한 채 살 수는 없다.

 그 보다는 남 시선이 중요하다고 받아들이면 짐이 덜어진다. 인정받고, 예쁨 받고 싶은 욕구는 식욕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울 것도 없고. 그걸 받아 들인후로 조금 더 "나"에게, "내 결정"에 자신이 생겼다. 그냥, 나는 그랬다고. [3,116자]


“필패하는 자소서”에선 자소서 문항을 제 맘대로 대답하는 형식의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진로 고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부끄러움, 대인 관계 등이 키워드입니다. 기획 의도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첨부합니다. 팔로우를 하시면 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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