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가끔 나의 글을 좋다고 해주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닉네임으로만 내 눈 앞에 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댓글을 읽을 때마다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며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희박한 일이겠지만, 실제로 만났을 때 나에게 실망하면 안 되니까.
사실, 글은 한없이 꾸며 쓰면 꾸며쓸 수 있다. 그럼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가짜 글이니까 글 안의 나도 내가 아닌 가짜일 뿐. 글과 동일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건 쉽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어렵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물론 글을 쓸 때만큼은 진심이다. 길게 가지 않아 그렇지.
한없이 말랑하고 착하고 무해하고 그런 좋은 사람 말고, 할 말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당당할 줄 아는, 적정한 온도를 가지고 남들은 의외라 생각할 모습에도 개의치 않는, 모두에게 칭찬받고 사랑받지 않아도 되는, 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누군가와 비교되는 내가 아니라 오롯이 나. 난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에 큰따옴표를 매기지 않고 “사람”에 더욱 진한 따옴표를 그리고 싶다.
온전히 혼자이길 바라면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마음은 왜 생길까.
엄마에게 그렇게까지 남들에게 잘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나무라면서 가끔 엄마의 모습을 내게서 볼 때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느낀다. 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내 몸에 그려진 엄마의 흔적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