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행렬을 따라 춤추는 제각기 다른 모습의 나무를 보자니 자연스러움은 어떤 화려한 움직임보다 더 매력적인 동작이겠다 싶었다. 바람은 모두 다른 모양의 나무도 한꺼번에 한 방향으로 춤추게 해 정신 못 차리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흩뜨리는 능력까지 가졌다. 넋을 놓고 싶었다. 바람이 마음을 홀린다면 홀리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움직이며 살고 싶어졌다.
가지에 빽빽하게 들어 차 바람에 제 몸을 흔들어대며 나부끼는 잎새를 보니 내 마음도 잎새를 따라 춤췄다. 엉덩이를 씰룩이며 걷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나는 마음을 씰룩이며 발걸음에 리듬을 담아 앞으로 앞으로- 그렇게 움직였다.
“자연스러움”.
억지가 없는 이 부드러운 단어는 자연에서 나온 것만이 껄끄러움이 없는 순리임을 내게 말해준다. 누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가장 먼저 썼을까. 그 사람은 세상의 순리를 다 깨우친 사람이었을까.
우뚝 선 나무 무리를 보니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비 온 뒤 하늘은 꽤나 다채롭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른 하늘의 풍경은 어지러움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한다. 파란 하늘과 회색 하늘, 하얀 구름과 먹색 구름, 구름 한 점 없는 곳과 구름으로 가득 차 처음 보는 하늘의 색을 선사한다. 점을 찍고 도망가 버린 듯한 구름과, 떠나는 길의 자취를 진득하게 남기는 붓자국 같은 구름. 이 하늘에 펼쳐지는 다양한 모습은 언제나 신의 묘수를 만끽할 수 있는 변주곡.
사진첩에 가득 차 있는 오늘을 다시 찾아보며 시원한 밤을 맞이할 준비가 된 저녁을 지내고 있다. 그러다 잠들겠지. 결국 모든 건 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