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지켜본 한 사람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3년 전, 한 살 된 딸을 둔 젊은 아빠가 있었다.
낮에는 카페 매니저로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했고,
밤에는 과일을 떼어다가 파는 일을 했다.
특별히 맛있는 과일 덕분에
지인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는 과일 배달을 시작했고,
지하철역 상가에서 과일 가게도 열며 점점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초기의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보였다.
그와는 여러 차례 미팅을 했고, 피드백도 주고받았다.
마침 내가 홍성태 교수님의 마케팅 수업
‘모비브(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를 듣고 있던 때라,
배운 내용을 나누고 함께 토론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당시에 하루 수면이 3시간이 채 안 된다고 했을 때,
그가 아니라 그의 하루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그만큼 고단해 보였고,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러다 엊그제 낮,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났다.
얼굴이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
‘신수가 훤해졌다’는 말이 이런 때 쓰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를 발견한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의자에 앉아 마케팅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만날 때마다 책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제 그는 책과 고객의 목소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금 그는 한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엄마들의 저녁을 여유롭게 한다”는 슬로건의
배달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과일의 본질인 맛, 배송,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들을
대부분 자기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그는 책을 보고, 고객의 소리를 듣고,
GPT와 토론하며 생각을 계속 정리해 왔다고 했다.
맛은 기본이고, 서비스는 안정됐고, 마진도 괜찮다.
“지금은 1kg 이내, 아파트 단지에서
하루 20건 주문이 나오면 바로 옆 동으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두 달 만에 카톡방 인원 대비 하루 주문률이 10% 정도 나오고,
한 달 기준 재구매율은 30%가 넘습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들의 서비스맨이 되어
엄마들의 여유 시간을 돌려드리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를 보며 느꼈다.
사업이 바뀐 것이 아니라,
사고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을.
“대표님 회사 클래스 할 때 과일을 드려도 될까요?”
그는 내 SNS 글을 계속 보고 있었다.
“00님이 잘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정말 큰 선물입니다.”
예전에는 가격 경쟁만 생각했는데,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면서
그 생각들이 완전히 깨졌다고 했다.
지금 그의 방식은,
지방 소도시부터 점포를 하나씩 열며 확장해 갔던
샘 월튼의 초기 전략이 떠오를 만큼
작지만 구조가 단단해 보인다.
적어도 ‘맛있는 과일’이라는 영역에서
서울의 한 동에서 시작해, 구로,
어쩌면 그 이상으로 번져가지 말란 법도 없다.
그의 진심 어린 수고와 결실에
박수를 보내며 위안을 얻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