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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5. 2022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우리집에는 네살 짜리 똥꼬발랄한 멍뭉이가 하나 있다.

성은 개요 이름은 나리.하얀 눈이 나리던 1월 헝가리에서 태어 났고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어나는 봄 독일로 건너 왔으며 나무에 오른 초록물이 싱그럽던 여름 우리 집으로 왔다.

크림색과 오랜지색이 섞인듯한 보드라운 털과 귀엽게 쫑긋 솟은 두귀 그리고 갈색의 눈을 가졌다.


나리는 언뜻 보면 생긴것이 여우를 닮았다.

분명 강아지 인데 말이다. 나리는 생김새만 여우랑 똑닮은게 아니라 하는 짓도 여우다.솔직한 여우.

나리와 있다 보면 어디서 음성지원을 받는것 같을때가 자주 있다.인간의 언어만 못할뿐 나름의 표정과 몸짓등으로 수많은 것을 표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 다섯 식구들 중에 지가 누구를 가장 좋아 하는지 이아이는 언제나 솔직하게 온몸으로 말하고 다닌다.


얼마전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내미가 바람같이 며칠 집에 다녀 갔다.

지가 느무나 좋아라 하는 딸내미가 집에 오니 나리의 꼬리는 헬리꼽터가 되어 공중 부양 할 지경 이였다.

평상시 여기 뒹굴 저기 뒹굴 자빠져 있는 것이 취미인 나리는 딸내미가 집에 있으니 발바닥에 바퀴 달은듯 폴짝폴짝 거리며 왠 종일 졸졸 따라 다니고는 했다.

그옆에 있는 사람1,2 는 쳐다도 안보고…

매일 밥주고 간식 챙겨 주고 산책 다녀 주는 사람 본전 생각 나게 시리.….


학기중이라 코시국이 아니였다면 강의실에 앉아 있어야 할 딸내미는 온라인 수업을 받느라 노트북 켜놓고 헤드셋을 쓰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그 바로 옆에서 알짱거리는 나리를 만져줘 가며 수업에 임했다.

과제물 하다가도 그옆에서 대기 하고 있는 나리와 간간히 놀아 주고 산책도 데리고 나갔다.

그렇게 며칠 동안 나리는 주로 딸내미 차지 였다.

간식도 자주 주지 않는 딸내미에게 꿀떨어지는 눈빛으로 졸졸 따라 다니고 옆에 발라당 자빠지고 하는 나리를 볼때마다 귀엽기도 하고 신기 하기도 해서 저절로 웃음이 터지고는 한다.

요 아이가 루나 다. 체구는 작아도 목청은 대단하다.우리가 그집앞을 지나갈때 나리가 보이기도 전부터 짖어대고 우리집 울타리를 지나가면서 지가 짖어 댄다.

평소 정원에서 놀고 있는 나리를 불러 들일때면  간식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나리!" 하고 불렀을때 어느때는 바깥 구경 하느라 못들은척 하고 생까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원으벽난로 나무를 가지러 함께 나가기도 하고  놀기도 하지만 나리는 울타리 앞에서 햇빛 쪼이며 세상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 한다. 

그런 나리가 정원에서 조금더 놀다 들어 오게 간간히 정원문을 열어 두고 거실로 혼자 들어 오기도 한다.


정원에서 놀던 나리는 아는 강아지 들이 우리집 앞을 지나 갈때면 축구선수 들이 한 골 넣고 골 세레모니 하듯 좋아서 뛰어 다니기도 하고 울타리 너머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또는 낯선 강아지 들 에게는 짖기도 한다.짖는 소리가 잠깐 나면 두고 보는데 때때로 상대방 강아지가 우리집 앞을 지나가면서 목놓아 짖어 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강아지 중에 하나가 우리집 에서 골목 두개 지나면 살고 있는 닥스훈트 다.

짙은 갈색과 검은 색이 섞인 듯한 나는 우리가 지네집 앞을 지나가도 미췬듯이 짖어 대고 지가 우리집 앞을 지나갈때도 그런다 좌우지당간 나리가 싫은가 보다.

우쨌거나 그럴때면 나리는 "우씨,여기 우리집 이거덩?!" 하는 뜻을 담아 가열차게 짖어 대기도 한다.

동네 시끄러워 질테니 안으로 불러 들인다.그렇게 나리 들어와 하고 불러서는 후다닥 들어온 나리 에게 나리 이리와 봐 앉아,일어나,다시 앉아,기다려 순으로 짧은 훈련? 하고는 딴짓 안하고 잘 따라 하면 작은 간식을 내밀고는 한다.

그럴때 나리는 "에게 요만한거?" 하는 표정으로 냉큼 받아 먹고는 "손발 다 주고 앉았다 일어났다 다 했는데 헐 이거 실화임?"하는 표정으로 삐져서 침대로 가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간식도 주지 않는 딸내미가 맨손을 앞으로 내밀면 자동으로 손을 턱턱 후하게도 준다.

나리 치사 빤스!


그렇게 짧은 며칠이 지나가고 딸내미는 올때 처럼 기차를 타고 바람같이 다시 베를린으로 떠났다.

촐랑 거리며 온집안을 누비며 다니던 나리는 저도 그 빈자리가 휑 한지 다시 여기 저기 드러 누워 꼼지락 거렸다.

그러다 딸내미와 재미 나게 놀던 장난감을 물고 와서 내 앞에 섰다.은근한 눈빛을 장착 한체..

"요런 여우 놀자 이거지?"

힘좋고 날렵한 딸내미 처럼 신나게 놀아 주지는 못해서 그런지 내게는 왠만해서는 요장난감 으로 놀아 달라 하지 않는 편인데...

저 딴아는 있다가 간 딸내미가 그립고 빈자리가 컸던지 아쉬운데로 굼뜬 엄마여도 좋사오니 하는 표정으로 장난감을 물고 왔다.

그래 내 오늘 최선을 다해 놀아 주마 하며 놀아 주는데 5분 지나니 헉헉 소리가 나온다.

장난감을 물고 매달려서는 당겨 주면 요리 조리 엉덩이를 내려 버티는 나리는 힘도 좋다.

어느순간 엉거주춤 서서 엉성하게 놀아주던 내표정과 아쉬운대로 같이 놀던 나리의 표정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딸내미,언니야~빨랑 와야 해!"

기차 역 에서 딸내미가 멀어져 가는 못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는 나리는 말은 못해도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갔다가 빨랑 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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