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Apr 22. 2022

독일에서 강아지 키울때 필수 3가지

나리가 정원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고를 쳤다


따듯한 햇살에 마음까지 노곤 해 지던 어느 평범한 일요일 오후였다.

남편과 껌딱지인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 정원에 나가 앉아 있었다. 꽃밭과 텃밭에 물도 주고 커피 한잔 할까 하던 참이었다.

길 지나다니던 이웃들과 울타리 너머 미소 담은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정원에 심겨진 색색의 봄꽃을 보며 이웃들이 “정원에 봄 단장 너무 예쁘게 하셨네요!”라는 인사를 건네 오기도 한 날이다.

우리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우리 집 멍뭉이 나리가 조용하게 사뿐이 정원 울타리를 장애물 경기에 나선 선수처럼 뛰어넘었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원래 우리 집 정원의 울타리는 독일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지막한 회색의 철제 울타리로 되어 있었다.

몇 년 전 동네 축제 기간에 누군가 우리 집 울타리의 중앙문을 떼어 놓고 토낀? 사건이 터졌다.

축제의 밴드 무대가 우리 집 바로 앞에 설치되다 보니 밤마다 술병 들고 우리 집 울타리에 기대어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철로 된 문이 그리 쉽게 떨어져 나가 던가? 어떤 잡것 들이 문짝을 붙들고 라이브 음악에 맞춰 이밤이 새도록 가열차게 흔들어 댔으면 모를까? 아침에 일어 나니 멀쩡하던 문짝이 떨어져 나가 정원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때 그 사건은 경찰에 신고 접수가 되었지만 CCTV라고는 없는 주택가 안에서 용의자 비스끄리 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유야무야 된 문짝 사건 이후 우리는 샐프로 비용을 지불하고 중앙문을 고쳤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 집 멍뭉이 나리를 데려 오고 이 낮은 철제 울타리가 못내 불안했다.

문 바로 밖은 버스와 자동차 들이 빠르게 다니는 2차선 도로다.

거기다가 울타리는 그주변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자전거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과 맞닿아 있다.

낯선 사람이고 아는 사람이고 간에 사람만 보면 꼬리 흔들며 좋아라 하는 나리를 보며 동네 이웃들은 강아지 가 너무 순하고 예쁘게 생겼으니 조심 하라는 말을 자주 하고는 했었다.

독일 주택가 에서는 좀도둑이 심심찮게 출몰 하기 때문이다.그동안 우리집도 자전거, 화분등...여러개 털렸다.

그래서 정원의 나즈막한 철제 울타리 앞에 나무로 된 울타리를 이중 으로 겹쳐서 정원 울타리를 견고 하게 했다


평소 멍뭉이 나리는 날 좋은 날 정원에서 햇빛 쐬며 노는 것을 좋아 한다.

그중에서도 바깥구경이 용이한 보리수나무 아래 나무 울타리 앞은 나리의 최애 자리 다.

그곳에 서서 소방차나 앰뷸런스가 지나가며 삐뽀가 울리면 어우~! 하며 노래하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또는 강아지와 인사도 나눈다.

나리와 인사하고 싶어서 일부러 이쪽 길을 선택한다는 동네 꼬마들도 있다.


어느 때는 우리 집 울타리 에다 쉬를 하며 야외 공연을 하는 다른 강아지에게 짖으며 참견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리는 그동안 이곳에서 울타리를 넘으려 시도 한적도 울타리에 올라선 적도 없었다.

나리에게 있어 이곳은 그저 턱을 얹어 두고 세상 구경을 할수 있는 좋아 하는 카페의 가장 아끼는 창가 자리쯤 될것 같다.


그런데...

그날 나리는 바로 그자리의 울타리를 가쁜 이 뛰어 너머 밖으로 나갔고 평소 서로 싫어하던 강아지와 싸우는 사고를 쳤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몇 분의 시간이 때에 따라 굉장히 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독일에서
강아지 키울 때 필수 첫 번째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혹시라도 나리가 멀리 가다 길잃을 새라 나리 목에 훈데 마케를 아직 걸어두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훈데마케는 도시이름과 강아지 고유 번호가 적혀 있는 목에 걸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은 이름표다.비교하자면 사람의 민증과도 같은 것이다.

산책 중에 만난 다른 강아지 들과 놀다가 하도 자주 잃어버려서 올해 집으로 새로 배달된 훈데 마케는 아직 걸어주지 못했다.

독일에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할 때 제일 처음 해야 하는 것은 시청에 따로 나와 있는 기관인 강아지 세금청 사무실에 강아지를 등록 하고 강아지세금을 내고 접수가 되면 훈데마케를 받는 것이다.


4년에 한 번 새로 받는 훈데 마케는 강아지가 시에 소속되어 있고 세금을 냈다는 징표 이자 고유 번호가 적혀 있어 누군가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를 해주면 내장 칩을 읽기 전에 라도( 내장 칩을 읽으려면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바로 견주를 찾을수 있도록 되어 있다.

Hundesteuer강아지세금은 소속되어 있는 시마다 다른 자체적으로 달리 적용된다 예를 들어 바로 이웃 동네인 바우나탈 시에서는 몇가지 견종을 구분 하여 강아지세금이 각기 책정 되어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시는 견종 상관없이 일 년 강아지 세금이 90유로로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다견일 때는 세금이 다르다)


혼비 백산한 우리가 밖으로 뛰어 나가자

지가 지금 어떤 위험에 쳐해 져 있는지도 모르고 길거리 에서 겅중거리던 나리가 보였다.이웃들의 도움으로 천천히 나리를 집으로 몰아 데리고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사이 평소 지나다니다 서로 짖어 대던 강아지와 그 짧은 순간에 싸웠고 그 강아지를 다치게 했다는 거다.


나리의 절친 강아지 중에 하나,케시아  견종은 콜리 4살 이다.산책 중에 만나면 애들이 하이파이브 하며 반가워 하듯 서로 시크하게 반긴다.
방방 거리며 서로 놀기도 하고 사람 처럼 발맞춰 걸으며 우아한 산책을 함께 하기도 한다

평소 나리는 저보다 작은 강아지 여도 사나운 강아지들을 만나면 먼저 겁을 먹고 쫄아서 꼬리를 내리고는 한다.기쎈 고양이에게 조차 양양 펀치를 냅다 맞은 적도 있다.

아직까지 다른 강아지 에게 먼저 사납게 으르렁 거리거나 공격을 한다거나 공격을 하려고 한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날 싸웠던 그 강아지 와도 마찬가지였다.


산책하다 보면 만나지는 어떤 강아지들은 같은 암컷 또는 수컷을 만나면 굉장히 예민하거나 사나워지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 나리는 어떤 강아지 와도 괜찮았다.

단지 힘없는 할매,할배 강아지를 보고 놀고 싶어 안달이어서 그거 못하게 말리느라 한동안 고생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나리가 안다.모든 강아지와 놀 수 없다는 걸 말이다.

그 강아지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뒷동네에 산다. 우리가 일요일 빵 사러 가는 빵가게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 살고 있다.

그 강아지는 나리 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크다.회색과 검정색이 섞인 긴털에 어찌 보면 영화속에 가끔 등장 하는 숲속의 하이에나 또는 늑대를 닮은듯 보이기도 한다.

나리에게만 그런지 다른 강아지 에게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강아지는 어쩌다 일요일 산책길에 멀리서 나리가 보일라치면 차가 다니는 횡단보도에서도 건너 올 듯 미친 듯이 짖어 대고는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리도 그 강아지가 짖어대면 함께 짖어 댔고 우리는 산책 길에서 멀리서 라도 그강아지가 보이면 가던 길을 바꾸거나 멀리 서서 그 강아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는 했었다.

그날도 아침 산책길에 이미 한차례 서로 짖어 대며 멀찍이서 만났고 그때문에 다른길로 돌아 왔다.

그런데 왜 그날 오후에 그 강아지가 하필이면 우리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으며 우리집 울타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우리만큼 그 견주도 그 강아지와 우리 나리가 서로 싫어라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가 때문이다.


어쨌거나 울타리를 뛰어넘어갔던 나리를 쫓아 우리는 헐레벌떡 문 밖으로 나갔고

오로지 나리가 차도로 뛰어들거나 멀리 뛰어 갔을까 그 걱정만 가득이었다.

그런데 전후사정을 모두 지켜본 그 견주의 말에 의하면 울타리 넘은 우리 나리가 먼저 그 집 강아지 에게 다가가 냅다 앞발로 갈기고 뒤로 돌아 가서 그강아지의 뒷발을 물었다는데..

그때 우리는 문밖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 장면을 직접 보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목격자가 있던 것도 아니고동네 CCTV가 있거나 집에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전후상황을 보다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독일에서
강아지 키울  필수  번째 

어쨌거나 그 견주에게 전해 들은 상황은 미심쩍은 것이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 나리가 울타리를 넘었다는 것은 팩트였고 그 강아지가 다쳤다는 것도 팩트 여서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다행히 강아지는 뒷다리에 살짝 긁힌 곳에 피가 조금 난것을 제외 하고는 별다른 이상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혹시라도 이후에 강아지가 힘들어 하거나 해서 월요일에 병원을 가게 되면 병원비를 우리가 부담하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리가 울타리 너머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도 얼떨떨한데 거기다 남의 강아지를 공격 하고 물었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가슴 벌렁 거리는 충격 그자체였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망연자실 하다 우리가 그동안 해마다 붇고 있는 강아지 책임 보험 증서를 찾아 꺼내 두었다 혹시 모를 만약의 상황을 대비 해서 말이다.


독일에서는 강아지를 키울 때 Hundehaftpflichtversicherung 강아지 책임 보험을 꼭 들어 두라고 한다.

그 책임 보험 안에는 그날처럼 다른 강아지를 다치게 했거나 하는 경우들이 모두 포함된다.

케바케 이기 때문에 어떤 보험인지 에 따라 보험료와 경우의 수가 여러면에서 달라질수 있겠으나 일단 우리가 들어 놓은 강아지 책임 보험 은 연간 8만 원 정도 보험료를 내고 여러가지 상황이 해당된다.



그날 그 견주는 그강아지를 데리고 저녁에 다시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그사이 다른 동네 있는 동물 병원 응급실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그것도 택시를 타고 왕복해서...


강아지가 다쳐서 걱정되고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나 아무리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아도 우리 나리가 그렇게 긁혀서 피가 났다면 집에 있는 연고 발라 주고 다음날 동물병원 갔지 일요일에 굳이 다른 동네 동물 병원 응급실 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날이 일요일 이었고 강아지 상태가 누가봐도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동물병원의 비용은 만만치 않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주말 또는 공휴일의 동물병원 응급실 치료비는 평일 보다 두배 비싸다.

그래서 보통 강아지 들이 주말에 아프더라도 정말 응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기다렸다가 그다음 날 월요일에 동네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일반 적이다.

그럼에도 혹시 모른다며 다른 동네에 있는 동물 병원 응급실 까지 가서 의사 소견이 아니고 견주가 원해서 엑스레이까지 찍고 강아지 다리에 작은 반창고 만한 붕대를 감고 왔다.

긁힌 자리에 살짝 피가 났으니 연고 바르고 붕대를 감는 간단한 치료 였지만 엑스레이 찍고 주말 진료에 왕복 택시비 까지 포함 되니 비용이 400유로가 넘게 나왔다.한화로 약 50만원이다.

그 견주는 우리에게 당장 그자리 에서 현금으로 비용을 지불해 주기를 원했다.


남편은 일단 집에 현금으로 그만큼이 없으니 계좌 번호를 달라고 했다

다음날 계좌 이체로 넣어 주겠다고 말이다.그랬더니 계좌 이체는 됬다면서 은행 현금 지급기 있는 시내 까지 다녀 오라며 기다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정말 강아지가 걱정이 되어 주말 상관 없이 병원에 갔었을수도 있다 그런데 계좌이체로 보내 주겠다고 하는데도 그 비용을 당장 현금으로 받지 못하면 큰일 날것 처럼 구는 그 견주의 모습은 뭔가 많이 이상해 보였다.


남편도 이상하게 느꼈던지 우리가 강아지 책임 보험을 들고 있고 우리는 모든걸 보험으로 처리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월요일 아침 일찍 보험 회사에 연락을 하고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너무 걱정이 되어서 응급실을 가야 했다던 견주는 당장 그자리에서 현금으로 치료비와 택시비를 돌려 받을수 없게 되자 강아지를 끌고 가듯히 신경질 적이고 거칠게 잡아 당겨 가며 집으로 돌아 갔다.  


독일 에서 
강아지 키울때 필수 세번째

그다음 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보니 남편이 그날 정말 대처를 잘한 것이었다.

보험 회사에서는 미안한 마음에 먼저 현금으로 치료비등을 선 지급해 버리면 일이 복잡해 진다고 했다.

가끔 사실과 다른 상황을 속이고 강아지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보험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지급하고 나면 진위여부 와상관없이 일이 꼬인다고 말이다.


강아지 책임 보험을 들었을 경우 뭔가 일이 생기면 일단 제일 먼저 보험 회사에 전화로 연락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담당자가 경위서 작성할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 준다.

경위서에는 강아지와 견주의 모든 정보와 사건의 전말을 적어야 하고 상대방 연락처 등도 적어야 한다.그렇게 경위서를 우편으로 접수하고 나면 비로소 사건 이 접수가 되고...

접수된 사건은 보험회사에서 진위 조사를 위해 보험조사원 이 따로 파견되어 양쪽 집과 사건 현장?까지 돌아보고 보고서가 작성된다.

그 모든 서류처리가 끝나고 나서야 상대방에게 그에 합당한 치료비 등이 지급 되게 된다.

아직 보험회사에서 진상 조사 중이다.


우리 나리가 다른 강아지를 공격한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실이 아니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나 독일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꼭 해야 할 일 세 번째는 우리 강아지 에게도 다른 강아지 에게 벌어질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이다.

독일에서는 Sag niemals nie 절대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속담이 있다.

나리의 천진스러운 눈을 보고 있다 가끔 묻고는 한다 "너 진짜 그날 그 강아지 물었어?"

뭔소리를 하나 싶은 나리는 두귀를 쫑긋 거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간식이라도 주려나 하고 발 올려 가며 애교를 떨어 대지만 이런 나리도 울타리를 넘어갈 수 있고 다른 강아지를 다치게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그 대상이 사람도 될수도 있고 말이다.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진짜 우리 나리가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에 마음 한구석이 울렁거리지만

강아지를 키우며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강아지는 절대로 그러지 않아요는 없다는 거다.


우리는 정원의 정문을 다시 높게 고칠 계획이다 그때까지 나리를 데리고 정원에 나갈 때면...

나리에게 어깨끈을 입히고 짧은 리드 줄을 걸어 준다. 비상 사태가 생기면 줄을 당길수 있도록 말이다


이전 09화 독일에서 반려견 호텔 찾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