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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05. 2021

독일에서 반려견 호텔 찾기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때가 우리 병원을 개원한 첫해였다. 해보지 않았던 일들에 적응하느라 가족 모두 심신이 지쳐 있었고 특히나 직원 하나 잘못 뽑았다가 영혼이 탈탈 털리는 경험을 했다. 어디가 되었던 무조건 휴가를 떠나야 했다. 거기다 딸내미가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를 마친 해였다.

핑계 김에 모든 이유를 때려 넣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스의 섬으로..

그 가족 여행을 알아보며 우리는 멍뭉이 나리를 위한 애견호텔도 함께 알아보았다

아무리 서너 시간이라지만 비행기에 태우고 가족 여행을 가기에는 아무래도 나리에게 무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자연보호구역 같은 긴 숲을 거쳐 찾아낸 애견호텔 입구

독일에서 애견 호텔 찾기


독일에서는 크고 작은 반려견 호텔들과 직접 자기 집에서 강아지를 맡아 돌보아 주는 펫시터들이 있다 그러나 자격요건과 공간 등의 조건들이 철저히 갖추어 있지 않으면 허가가 쉽게 나지 않는다.

우리는 개인이 하는 펫시터부터 여러 종류의 반려견 호텔들을 알아보았다.

그중에서 독일의 강아지 학교인 훈데슐레를 하는 훈련사가 직접 반려견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 몇 군데를 알아보고 둘러본 중에 가장 우리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한 곳을 예약하기로 했다.
이용료는 일박에 19유로부터 30유로 까지 다양했다.

애견호텔마다 서로 조금씩 다른 기준이 있지만 독일의 애견호텔들은 예약하고 바로 강아지를 맡아 주거나 하지 않는다. 일단 강아지가 그 공간과 사람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준다. 그것은 개인이 하는 팻 시터들도 마찬가지...


그래서 예약을 하기 위해서 하루 방문해서 둘러보고 그다음 다른 날 반나절 동안 강아지가 그곳에서 잘 있는지 적응해 보는 맛보기 날이 있다. 거기까지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하루 일박을 해 보는 순서가 있다 우리는 나리를 반나절 맛보기와 일박해 보는 것까지 두루 해 보기로 했다.


나무 쪽문을 열면 넓은 정원이 나온다 애견호텔 이용 시 이문 앞에서 약속된 시간에 강아지를 데려다주고 정해진 시간에 찾아간다. 고로 강아지들은 낯선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케빈 훈련사 부부가 키우는 강아지

반려견 호텔 찾아가던 날


우리가 찾아갔던 곳은 우리 동네에서 훈데슐레 훈련사로 유명한 분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반려견 호텔이었다.

훈련사 케빈은 우리의 강형욱 훈련사님 만큼은 아닐지라도 이 동네에서 유명한 훈련사 중에 한 분이고 그 반려견 호텔은 고객만족도 평가와 입소문도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가 내가 상상하던 반려견 호텔 과는 조금 달랐다.

먼저 자동차에 나리를 태우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을 했다 애견호텔은 생각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외각에 위치하고 있었다. 게다가 네비가 주소지를 찾지 못해 몇 번을 작은 도로로 빠져나갔다 들어갔다 했는데도 찾을 수가 없는 거다.

결국 반려견 호텔에 전화를 걸어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막상 찾아가 보니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반려견 호텔은 독일의 도로 아우토반에서 한참 빠져나온 작은 국도를 마냥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숲 속 한가운데 덩그러니 위치하고 있었다.

이리를 둘러보아도 저리를 둘러보아도 주변에 집 한 채 없는 숲 속의 산장 같은 곳이었다.

강아지 짖는 소리들과 냄새 기타 등등으로 인해 주택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은 안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덩그러니 떨어진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 찾은 반려견 호텔 앞에서 우리는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유는 그곳에서는 초인종을 누르면 안 된다고 쓰여있었다. 강아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인의 방문 시간도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 도착한 사람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 문을 열어 주고 안내를 받을 때까지..


상상 과는 조금 달랐던 반려견 호텔


독일의 동물 병원들은 대부분 깨끗하고 트렌디 한 외관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애견호텔도 그러지 않을까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인 내 눈에는 을씨년스러워 보일 정도로 오래되고 어두운 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생겼다는 것과 위생의 문제는 별개다 또 강아지들은 너무 밝은 것보다 적당히 어두운 곳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쨌거나 내 눈에는 조금 귀신 나오게? 생겼었다.


우리가 안내된 사무실에서 케빈 훈련사님과 나리가 인사를 나누고 주의 사항과 기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강아지 들은 다른 훈련사인 그분의 아내와 정원으로 나가 있었다

넓은 거실에는 각자 집에서 가져온 침대 또는 켄넬 그리고 소파, 창가 등등 강아지들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곳이 곧 잠자리라고 했다.

그리고 각자 집에서 사료와 통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했다

방하나 에는 강아지들의 일용할 양식 들이 이름표가 붙어 있는 체로 준비되어 있었다

날짜별 그리고 강아지 이름별 사료와 사료량 들과 알레기 등의 주의사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실 나는 그전까지는 하루에 24유로 한화로 약 3만 원 정도 하는 이용료가 시설에 비해 비싸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병원에서의 진료기록처럼 꼼꼼히 관리되고 있던 계획표를 보고 그곳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정원에서 나리와 다른 강아지들이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한 마리 그러다 두 마리.....

그리고는 우르르..



생리하는 강아지를 받아 주는
애견호텔은 없었다.


그렇게 나리는 다른 강아지 들과도 잘 어울려 놀았고 반나절 맛보기도 우리와 처음으로 떨어져서 일박을 했던 하루도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

우리는 그렇게 휴가 기간에 맞춰 열흘간 하루에 22유로 를 지불하기로 하고(1주일 단위로 날이 길어질수록 이용료가 더 싸진다) 나리의 애견호텔을 예약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그것은 나리가 예상기간보다 한 달이나 일찍 생리가 시작되었다.

강아지들은 견종 즉 크기에 따라 생리 횟수가 차이가 있는데 우리 나리 같이 중간 크기의 강아지들은 일 년에 두 번 6개월에 한 번 정도 생리를 한다.

그래서 그해 2월에 생리를 했던 나리는 원래 대로 라면 8월에 했어야 할 생리를 한 달이나 앞당겨했다.

여기서 문제는 독일에서 강아지가 생리를 할 때는 어떤 애견호텔에서도 받아 주지 않는다.

아는 지인들과 친구들을 통해 다른 도시에 있는 제법 큰 애견 호텔들도 알아보았고 개인이 하는 팻 시터들도 모두 알아보았지만 다른 강아지들 특히나 수컷들이 있기 때문에 (그건 중성화 가 되었건 안되었건 무관하다)

받아 주는 곳이 아무 곳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가족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사정을 들어 알게 된 지인 중에 독일 셰퍼드 협회에 계신 강아지 훈련사 분이 그 댁에서 우리 나리를 돌보아 주시겠다고 해서 우리는 가족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우리 나리가 생리를 하고 있다 그해 이후 시간이 계속 조금씩 앞당겨져서 이제는 6월에 한다.

(물론 일 년에 두 번 딱 맞춰서...)

아침에 산책을 갔다가 동네 수컷들이 환장? 을해서

길 바꿔 다니느라 애먹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략 난감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그 애견호텔이 생각났다.

그때는 강아지와 함께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모르는 것이 더 많던 때라 왜 그런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생리하는 강아지를 받아주지 않았던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하루하루 더 알아가며

찐 가족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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