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작을 드려 놓은 덕분에 모처럼 정원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한여름의 더위가 무서워 낮시간에는 정원에 나가 앉을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독일은 해가 길어 저녁 9시가 되도록 훤하다. 그때까지 땡볕 마일리지 쌓은 땅은 에어컨 뒤에서 내뿜는 열기만큼이나 후끈한 공기를 선사해 준다.
그렇게 해가 들어가고 난 오밤중 이면 그제야 술 한잔 걸치시고 밤늦게 엄마 몰래 귀가하는 아빠처럼 발소리 줄여가며 살짝 호수 들고나가 물총 뿌리듯 정원에 한바탕 물 뿌리고 들어 오는 것으로 대부분이었다.
어느새 정원에는 잔디 사이로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잡초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다행히 텃밭의 채소들은 잘 자라 먹기 좋게 익어 가고 있다.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여러 종류의 토마토와 짧고 통통 하지만 오이 임이 분명한 피클오이가 초록의 꼬불꼬불한 줄기에 무겁게 주렁주렁 달렸다.
빨간 고추와 콜라비는 이제 익을 대로 익어
“어여 따주세요!”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름내 실컷 따 먹은 세종류의 상추는 이제 그 소임을 다하고 꽃을 피웠다.
이제 몇 장 남은 아삭이 상추를 따내고 콜라비를 조심조심 금을 캐듯 텃밭에서 캐냈다.
빨갛고 탐스럽게 동글동글한 굵은 토마토 노랑 빨강 방울토마토 길쭉이 토마토 종류 대로 따서 담고 굵고 짙은색 오이 하나 따서 담고 바질과 파슬리 담아 내니 들고 나간 하얀 통이 풍성하게 찼다.
저녁으로는 시원하게 샐러드를 먹어야겠다.
이름 하여 김씨네 정원 텃밭에서 딴 채소들로 만든 정원 샐러드!
수확한 채소 통을 식탁 위에 가져다 놓고 정원의 잔디 사이 잡초를 뽑아 주고 채소 마른 겉잎들도 따주고 늘어진 토마토와 오이 줄기를 더 든든히 받칠 수 있게 더 길고 큰 대나무 대를 받쳐 주고 나니 정원 일이 얼추 마무리 됬다
집에서 기른 토마토 물에 살짝 먼지만 털어 내고 한입 베어 무니 새콤 달콤 한 즙이 팡 터지며 향긋한 토마토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올여름에는 볕이 좋아 토마토 농사가 잘되었다 부드럽고 단맛이 강한 것이 마트에서 사다 먹던 토마토보다 훨씬 맛나다.
아삭아삭한 오이까지 썰어서 차례로 맛보고 나니 한층 더위가 가신다.
콜라비 껍질 배 까듯 까서 납죽납죽 썰어 먹으니 무 맛보다 달고 시원한 것이 갈증을 달래 준다.
집에서 직접 기른거라 그런지 식감도 훨씬 부드럽다.
한상 가득 텃밭에서 따온 유기농 채소들로 채우고 나니 뭔가 특별한 샐러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솟았다.
냉장고에 불고기 양념해 둔 닭가슴살도 있고 쪄놓은 계란도 있겠다 좋았어!
뭔가 근사한걸 만들어 보는고야!
그러다 문득…
예전에 문화센터에서 독일 사람들을 위한 한국요리 강습을 하던 중에 만두피를 구워 그안에 김치 샐러드 담아 그릇째 먹는 샐러드를 만들었던게 생각났다.
그때가 떠올라서 집에 있던 토르티야 구워서 그릇 째 먹는 샐러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릇 째 먹는 꽃 샐러드
재료 준비 : 토르티야 세장
작은 오이 하나
굵은 토마토 세 개
방울토마토 한 줌
불고기 양념한 닭가슴살 400g
콜라비 큰 것 하나
계란 삶은 것 3개
아삭이 상추 4분의 1통
드레싱: 푸어 요구르트 한통
마늘 두쪽
레몬 반쪽
바질 큰 것 10장
파슬리 적당량
소금,후추 한꼬집
국그릇 또는 밥그릇
큰 접시 하나
1. 재료 준비가 다 되면 각각의 채소를 잘게 채 썰어 큰 접시에 담는다.
2. 그리고 불고기 양념된 닭가슴살은 미리 볶아 담고 삶은 계란도 껍질 까고 잘게 썬다.
3, 모든 재료를 차례로 담아 두고 토르티야 준비를 한다.
4. 토르티야를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서 앞뒤로 노릇노릇 굽고 노글노글해질 때쯤 국그릇 또는 밥그릇에 담아 꽃 모양으로 예쁘게 주름을 잡는다.
*토르티야가 뜨거울 때 접어야 모양이 잘 잡힌다.
5 토르티야가 꽃 모양의 샐러드 그릇이 되는 동안 드레싱 준비를 한다.
6. 푸어 요구르트에 소금,후추,마늘 간것 그리고 레몬즙을 내어 섞고 바질과 파슬리 잘게 다져 잘 섞는다.
(*파슬리를 조금 남겨 두면 나중에 데코로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기호에 따라 물엿이나 꿀을 조금 넣어도 좋다.
그러나 이미 불고기 양념된 닭가슴살과 채소들이 달아서 사실 단맛은 충분하다.
7. 그릇에서 꽃 모양의 샐러드 그릇이 완성되면 그 안에 접시에 담아 두었던 고기와 채소들을 골고루 담고 드레싱 올리면 끝!
직접 기른 채소들로 만든 그릇째 먹는 샐러드 완성!
유기농 김씨네 그릇째 먹는 꽃샐러드 맛도 좋고 비주얼도 근사하다.
짜잔! 김씨네 텃밭에서 나온 채소들로 만든 그릇째 먹는 꽃 샐러드!
꽃이 핀것 같이 좀 이쁘지 않나요?
덥고 지친 저녁 기분 전환 용으로도 그만 이였답니다!
내년 엔 텃밭 채소를 더 늘려 볼까? 하며 농사 의욕 뿜 뿜 했던 한여름 밤의 꽃 샐러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