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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31. 2023

바쁘다 바빠 월요일과 잊지 못할 이름


새로운 한 주를 알리는 월요일은 언제나 빨리도 돌아온다.

늦잠과 일상의 여유가 허락되는 주말은 어찌나 짧은지 아 이제 금요일이구나 싶더니 또 월요일이다.

월요일은 우리 병원에서도 가장 바쁜 요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과의 전투를 잘 치르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빡 주고 시작하지만 매번 치열하다.


그 짧은 주말 지나 갑자기 아픈 사람은 왜 이리도 많은지...

그로 인해 진료 외에도 세트 메뉴처럼 따라 나가야 할 처방전, 병가 등등 몸이 열두 개 여도 모자란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진료 예약은 최소한으로 잡아 두는 데도 불구하고 병원 문만 열면 마치 맛집 웨이팅 줄처럼 늘어 선 줄에 기함할 때가 많다.

이번주 월요일은 특히나 직원 한 명이 병원을 가야 해서 결근을 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이어도 모든 것을 자기 병원에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할 일도 있고 입원을 해야 할 일도 생긴다.

우쨌거나 우리 직원 B가 검사 예약이 있어 이번 월요일 진료 시간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는 있었다.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건만 우리 보다 먼저 출근하셔서 병원 앞에 서 계시는 환자를 만난 순간 오늘도 쉽지 않겠다를 예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종일 쉴 틈 없이 환자들이 몰려왔다.

세 명이 빠듯하게 돌아가며 하던 일을 둘이 할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리저리 부딪 치기도 하고 볼펜에 종이에 바닥에 질질 흘리기도 했다.

위에 대문 사진처럼 전화받고 있다 병원 초인종 울리면 문 열고 나갔다가(코로나 이후 환자가 바로 병원으로 들어올 수 없고 직원이 직접 나가서 환자를 받는 병원이 많다.)

환자 받아서 인적 사항과 증상등을 노티하고 있다 다시 전화받고 처방전 인쇄 하다 팩스 들어오고 대기실에서 환자 진료실로 보내고 심전도실 들어가고…

난리 부르스를 땡기고 있었다


이 와중에 안경을 바꿔 들고 와서 컴퓨터 업무를 볼 때 모니터 안으로 들어갈 뻔했다.

그 거이 뭔 이야기 인고 하니…

근시가 심한 데다가 양쪽눈 시력이 짝짝이이고 거기에 노안이 와서 평소 안경을 두 개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일상 생활 할 때 사용하는 근시용, 그리고 또 하나는 컴퓨터 나 종이 등에 쓰여 있는 글자를 읽을 때 써야 하는 말하자는 면 할매들 돋보기안경이다.

렌즈 하나에 근시와 노안용이 다 들어가 있는 복합 렌즈를 맞추려고도 했는데..

두가지가 합쳐진 복합렌즈는 필요에 따라 렌즈 위치에 눈을 맞춰서 위아래로 움직여야 한다.

작은 눈을 그리 움직이려니 요가할 때 다리 찢기 보다 더 힘들었다.

하는 수 없이 귀찮아도 안경통 두 개를 들고 다닌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니 렌즈 크기가 큰 돋보기에 자꾸 김이 서려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거다.

이번엔 코가 낮다 보니 안경대가 자꾸 흘러내리는데 마스크를 쓰니 그 위쪽으로 안착한다

그러니 마스크 사이로 빠져나오는 입김이

비 오는 날 자동차 앞창문처럼 안경 렌즈에 흘러내린다.

내 입김으로 안개를 만든다 고나 할까.?


그래서 그 노안용 안경은 집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거나 한국 드라마 볼 때 사용 하고 다시 업무용 돋보기를 맞췄다.

이 렌즈 작은 노안용 안경은 마스크 위에 바로 얹여지지가 않아서 김서리는 것을 막아 준다 그래서 이 안경은 병원 근무 할 때만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안경 케이스를 바꿔 들고 오는 바람에 렌즈 큰 돋보기안경이었다.

자꾸 김이 서리는 뿌연 안경을 쓰고 일을 하느니 차라리 모니터에 바짝 붙어 일을 하는 것이 나았다.

해서 안경은 머리에 꽂고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들이밀다시피 해서 일을 하려니 목과 어깨 팔다리를 늘렸다 줄였다 낙지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전 11시가 넘어가며 밖의 긴 줄이 짧아지고 있을 때였다.

환자 대기실에 있던 환자들만 잘 맞춰서 진료실로 들여보내면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진료 예약 없이 비슷한 시간에 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마친 환자들은 환자의 증상, 상태 등에 따라 구분하여 진료 순서를 나눈다.

다음번 1번 진료실 들어갈 환자의 이름표와 차트를 들고 씩씩하게 대기실 문을 열었다.


차트의 적힌 이름은 보드카 나는 속으로 '우와 이름 대에박,뭔 이름이 술이름이랑 같은겨 그럼 동생은 데낄라여?'했다.

웃음이 났지만 간신히 미소로 갈무리하고 "프라우(독일의 미스) 보드카" 하고 환자 이름을 호명했다.

대기실 왼쪽 끝쪽에서 젊은 처자가 조용히 웃으며 일어났다.

나는 듣는 사람 무안하게 너무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나? 조금 작게 부를걸? 이라며 그녀를 1번 진료실로 안내했다.

컴퓨터로 환자 번호를 넣고 진료 페이지를 찾다가 나는 그만 아차 싶었다.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두둥 하고  그녀의 이름은 보드카가 아니라 보르드카였다.


아이고 쏘리 쏘리 미쳐 미쳐 나의 실수...

내가 안경을  쓰고 있어 종이에 적힌 작은 R 하나를 놓친 거다.

나는 얼른 "어머나 미안해요 오늘 안경을 안 가져와서 이름을 잘못 봤어요 진짜 보드카 씨인 줄 알았네요! 정말 미안해요"


나는 홍조 띤 얼굴로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리의 미스 보르드카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이름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 만나기 드물어요 그리고 제별명이 보드카 에요"

나의 실수는 발랄하고 속 넓은 그녀 덕에 웃으며 무마되었다

고마운 마음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저 보드카 정말 좋아해요!”

이렇게 그녀의 이름은 내게 또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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