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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0. 2023

독일 중3의 직업 현장실습

아들과 함께 셋이 출근 하는 아침


우리 집에도 무서븐 중3 있다


"막내야 빨리 하자!"

아침부터 내 목소리가 집이 떠나가라 울려 퍼진다.

평소 에도 씻고 머리 한다고 한참인 막내를 채근 하는 소리다.

외모에 신경 쓸 나이 방년 15세 우리로 하면 중3 여기로 김나지움 9학년에 제학 중이신

우리 막내는 드라이하는데만 20분이 걸린다.

내 눈에는 하나 안 하나 그게 그거 같은데 저딴아는 심혈을 기울인 스타일 이라신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머리라도 한번 쓰담하려면 짧은 엄마를 피해 목을 뒤로 빼고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댄다.

엄마가 저의 헤어스톼일 베린 다고 말이다.


아침 시간에는 5분 사이도 차이가 크다 마음이 조급해 "빨리 하자!" 한마디 더 내뱉는다.

평소 7시 55분에 시작되는 학교 수업도 간당간당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 만큼은 늦지 말아야 하기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휴 누구 닮아 저럴까? 빨리 좀 하지!"라고 구시렁 대면 남편은 요렇게 말하고는 한다

"누구 닮았겠니? 잘 알면서.. 내 사전엔 지각, 결석 따윈 없었다"


잘난 척 해대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저 얄미운 입을 꼬집어 주고 싶지만 팩트이니 할 말이 없다. 된장!

생각해 보면 나도 학교 다닐 때 종 치는 것과 동시에 입장하며 쎄입을 외치다 학주한테 걸려 운동장 돌고 들어간 1인이 아니던가  

마음속으로 발을 동동 거리고 있는데 막내가 그 긴 다리를 겅중 대며 계단을 내려온다.

시간 맞춰 내려와 준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우...



Praktikum
직업 현장실습

우리로 하면 3 독일의 김나지움 9학년들의 2주간 직업 현장실습이 시작되는 날이다.

김나지움은 우리로 하면 인문계 고등학교인데 5학년부터 12학년 또는 13학년까지 있다.

원래는 13학년까지 있었는데 중간에 독일만 너무 아이들이 늦게 끝난다 글로벌한 현대 사회에 뒤쳐지는

학제에 문제가 있다 해서 1년을 줄여 즉 우리의 고3까지인 12학년제로 갈아탔더랬다.

그런데 12학년 G8체계로 바꾸고 보니 공부해야 할 양은 정해져 있는데 1년을 줄어 아이들도 교사들도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로 인해 12학년 제를 반대하는 학부모 의견들이 절대다수 인 데다 학계에서도 반대 이론들이 쏟아져

요즘은 13학년 제 G9으로 다시 바뀌는 추세다.(조금 복잡한 독일 학교 종류와 학제 이야기는 다음번에... )


독일의 공립 초등학교는 4학년 까지다.(사립, 대안 학교 등은 다름 주의)

그래서 김나지움은 아직 우리로 하면 초등학생인 5학년부터 대학생 같아 보이는 12학년 또는 13학년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다.

그래서 학교 등하교 시간에 보면 아직 아기 같은 아이들도 보이고 어른 같아 보이는 청년들도 보인다.

실습 Praktikum 은 주마다 시기적인 것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학교마다 세부적인 것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독일의 9학년 10학년 들은(우리로 하면 중3, 고1) 직업 현장실습이라는 것을 학교 학기 중에 수업대신 2주간 실행한다. 

막내가 다니는 김나지움 Wilhelmsgymnasium 같은 경우 정치 사회 과목 교사가 이 실습의 전체적인 것을 관장하며 그것을 위해 아이들과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직업현장 실습의 시작은 각자 경험해 보고 싶은 직업군을 정하고 그와 관련된 곳에 자소서와 이력서부터 스스로 써서 여러 곳에 제출해 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때 부모의 직장은 제외된다.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체험해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력서 라고 해봐야 유치원, 초등학교 졸업이 다인 아이들이지만 자기소개서만큼은 재기 발랄 애들 말로 쿨하게 쓸 수 있다


물론 한 번에 원하는 곳에 실습 자리를 받는 아이들도 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되는 아이들도 있고 다양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아이들은 정치 사회 시간에 어떤 직업 군이 있는지부터 자소서와 이력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를 배웠고 실습 자리를 찾는 것까지 스스로 해보았다.

아이들 중에는 가장 관심 가는 직업군을 먼저 찾아보는 경우도 있고 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직업군을 먼저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큰아들과 딸내미는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했다.

결과는 두 아이 모두 의대는 가지 않는 것으로 정했고 은근 기대했던 아빠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막내는 병원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열심히 드겼다.


드디어 실습

독일의 직업군들 중에는 미래의 인력인 학생들에게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군을 미리 현장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우리 막내는 그중에서 물리치료실에서 2주간의 실습 자리를 받았다.

친구들 중에는 호텔, 경찰서, 학교, 유치원, 제과점, 서점, 마트, 소방서, 미용실, 피트니스, 건축설계 사무소, 약국, 등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나뉘어 실습을 나간다.

막내가 물리치료실을 선택한 이유는 아들 몰래 정형외과의를 꿈꾸는 아빠의 입김도 작용했다.

남편은 요즘 한창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피트니스를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물리치료실에 가면 환자들의 치료가 목적이지만 근본적인 근육 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고 곁다리로 매일 어깨 아프다 손목 아프다 하는 엄마도 도와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꼬드겼다.


안 그래도 어떤 직업군을 경험해 보나? 고민하던 아들은 아빠의 고난도 작전에 말려 들어 흔쾌히 그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우리 병원 근처의 제법 큰 물리치료실에 실습 자리를 받았고 오늘부터 2주간 출근이다.

아들 몰래 김칫국 한 사발을 원샷 때리고 자기가 더 신이 난 아빠는 제쳐 두고 라도 작고 작던 아이가

직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 보고 현장 실습을 간다는 것에 덩달아 설레였다.

마치 첫 출근을 앞둔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처럼...

이미 큰아들은 공부를 끝마치고 직장인이 되었고 딸내미는 마지막 학기를 준비 중이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 낳은 우리 집 점보 보너스 막내는 보무도 당당하게 실습장으로 출근했다.

어떤 경험들을 들고 올지 모르지만 모든 경험을 응원한다.

길고 긴 인생의 기찻길 안에 앞으로 놓인 철뚝길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며 가며 지나가는 집도 사람도 나무도 새도 하늘도 바라보며 풍부한 삶의 경험들이 아이의 인생 속에 하나둘 차곡차곡 쌓여 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셋이 함께 하는 아침 출근길은 그렇게 길고도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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