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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04. 2023

라쿤과 살아 봤니?

한국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파란 하늘에 뭉개 구름 수놓은 듯한 눈부시게 푸르른 날이었다.

나는 또다시 그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큰아이들이 며칠 집에 다녀 간다 해서 부지런히 방청소를 하고 있을 때

였다.


부스럭부스럭 츄르륵 츄르륵...

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마치 바로 옆에서 누군가 서서 벽을 긁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게다가 뭔가 날카롭게 우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쫘악 끼쳐 왔다.

상상을 해보라 아무도 없는 방... 벽에서 갑자기 부스럭 대고 긁는 듯한 소리와

짜는듯한 울음소리 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이다! 분명 놈이 다시 나타난 거다.

이제 소리만 들어도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놈은 다름 아닌 야생 라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하는 각설이 타령이라는 것이 있다.

그걸 개사해서 작년에 왔던 라쿤~~ 또 왔네 로 불러도 무방 하리 만치 작년과

거의 같은 시기에 다시 나타 난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베란다를 통해 올라갔던 딸내미 방 위에 있는 다락방이 아니라 건너편에 있는 큰아들 방 벽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건 마치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는 호러틱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작년 라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 요기 클릭! 베란다에 나타난 라쿤 뒷 이야기)


남편이 만든 라쿤 똥침용 트립
남편이 만든 베란다쪽 야생라쿤 방지템
야생라쿤들이 뚫어 놓은 다락방 구멍  지붕에서 다락방으로 오르락내리락하던 통로
통로를 막아둔 후로 라쿤들이 다락방에는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한다.
두 번째로 라쿤들이 다락방에 들어왔을 때 통로가 되었던 곳, 지붕을 헤집어 놓고 들어 왔던 곳. 지금은 거품 접착제로 붙여 두었다.

작년 여름..

2층 베란다를 통해 지붕으로 올라간 야생 라쿤이 헤집어 놓은 지붕도 기술자 아저씨들이 와서 수리했고 다락방에 뻥 하니 뚫어 놓은 구멍도 청소할 때 쓰는 커다란 솔로 막아 버렸다.


그리고 지붕 수리가 끝난 후에 다락방 벽을 갈라놓듯 뜯어 놓은 지붕 한쪽도 임시방편으로 노란색 거품 본드로 땜빵을 해 두었다.


우리 집은 100년도 더 된 집이라 그전에 살던 사람들이 중간에 지붕을 새로 했겠지만 그럼에도 몇십 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고 언젠가는 지붕을 몽땅 새로 해야 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독일에서 100년 넘은 집은 그리 드물지 않다)


그 후에 베란다 쪽에 있는 배수관 이란 배수관은 모두 플라스틱과 뾰족한 철재들을 사다 막아 두었고 기름 칠 까지 해 두었다.


만약 에라도 야생 라쿤들이 다시 나타날 경우 배수관 타고 올라가다 미끄덩하고 미끄러지면 끝에 가서 똥침! 이 될 수 있도록 나름의 비상트립을 짜 두었다.

마치 크리스마스면 생각 나는 영화 맥컬리 컬킨의 나 홀로 집에서 케빈이 어벙한 도둑놈들을 상대로 각양각색의 함정들을 만들어 두듯 말이다.


그 덕분이었던지.,,

그 후로 야생 라쿤들이 더 이상 출몰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그들의 소리가 들려왔다.그것도 작년 과는 다른 곳에서…,

그쪽 방향으로는 전문가에게 돈 들여 방지탬까지 배수관에 설치해 두었건만

어떻게 그위로 올라올 수가 있었는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독일의 건축자재들을 판매 하는 상가, 집과 건축에 관해 없는 것이 없는 곳
350유로 한화로 약 50만 원 들여 달아 놓은 야생라쿤 방지템
바우하우스 에서 30유로 들여서 사다 배수관 아랫쪽에 남편이 직접 달아 둔 야생라쿤 방지템

지난가을 우리는 우연히 야생라쿤 방지템 전문가를 만났다 그분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집 배수관 두 곳을 외관상으로도 보기 좋게 철제가 아닌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방지템을 만들어 두면 야생라쿤들이 미끄러워 기어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는 비싸기는 하지만 야생라쿤으로 부터 지붕을 지킬 수만 있다면 지붕 수리 (최소 천유로 이상) 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 하니 그게 났겠다 싶었다.

그래서 350유로나 들여서 (*한화로 약 50만 원 가까이 들여) 배수관 위쪽 두 곳에 방지템을 설치했다.(위쪽 중간의 사진)

그러고도 혹시나 아래쪽 에서도 올라올지모른다는 생각에 배수관 아래쪽에는 남편과 건축자재 상가인 바우하우스에 가서 얇은 플라스틱 판을 30유로 들여 사다가 남편이 직접 방지템을 만들어 쳐 두었다.

이렇게 저렇게 앞뒤로 다 막아 두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야생라쿤들이 지붕으로 올라와

큰아들 방 벽까지 들어왔는지.. 기가 막혔다.

매일 벽에서 들려오는 박박 거리는 소리에 아이가 집에 와서 잠도 못 자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저러다 진짜 벽을 파서 집안으로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집에서 야생라쿤을 잡아 멀리 풀어 주던 쫓아 내던 하게 자연보호센터 이자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야생라쿤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에 급하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담당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하필이면 지금이(*3월부터 6월까지 기간인 ) 야생라쿤의 번식기라 야생동물 보호법에 관련되어 현재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이들이 집에 올 날은 다 되어 가고 우리는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야생라쿤들이 지붕의 기와들을 들어내고 그 안을 뜯어 냈다. 이곳을 통해 야생라쿤들이 아들의 방 벽까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야생라쿤을 어떻게 해서던 집에서 쫓아낼 방법을 샐프로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큰아들 방에서 창문을 열고 지붕 위를 샅샅이 훑어보며 가능한 야생라쿤의 동선을 따 보았다.

아들방 창문 가까이의 지붕이 들어져 있고 뜯어져 있는 것을 보았고 그곳을 통해 벽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추론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므로 야생라쿤 들이 그 벽안에서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면 지들이 알아서 나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수시로 아들 방에 올라가 확인해 본 결과 오후 5시에서 6시쯤 되면 아들 방 벽에서 야생라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행성 동물인 라쿤은 낮에 실컷 자빠져 자다가 그 시간쯤 되면 일어나 정신 차리고 슬슬 집을 나가 밤새 싸돌아 다니다가 다시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집 나갔던 야생라쿤이 돌아왔다가 식겁해서 뛰쳐나가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기위해 우리는…

남편이 폭풍 검색을 해서 알아낸 야생라쿤들이 싫어하는 것 들을 마치 미션처럼 하나하나 실행 해 보기로 했다.


야생라쿤 들은 라벤더 향을 싫어한다고 했다. 뜯어진 지붕 틈새로 우리는 말린 라벤더를 솜뭉치 처럼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기다려 보았다

아쉽게도 비슷한 시간에 다시 야생라쿤들의 소리가 아들방 벽에서 들려왔다.


그다음 날 우리는 마더나 라쿤이 싫어한다는 기계음이 치르르 치르르 들리는 기계를 틀어 놓고 벽 쪽으로 스테레오를 붙여 녹음된 늑대 소리음악크게 틀었다

또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야생라쿤은 힘들어한다는 조명도 지붕 위에 설치해 두었다.

그렇게 차례대로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으나 그 모든 것이 별 소용없었다.


다음날이 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시간에 벽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색에 나와 있던 마지막 미션인 야생라쿤은 매운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에 맞춰 마트에서 사 온 이 동네 매운 고춧가루, 후추, 그리고 아시아 식품점에서 사 온 태국산 맵다는 말린 고추까지 사다가 지붕 위에 골고루 뿌렸다.


놀랍게도...

그다음 날 야생라쿤의 소리가 더 이상 아들의 방 벽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는 드디어 매운 냄새가 라쿤을 쫓아 냈다 싶어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아이들이 집으로 오기로 한날 다시 라쿤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안 되겠다 싶어 아까워서 아껴 쓰던 한국고춧가루와 후추를 섞어서 지붕 위로 다시 골고루 뿌려 두었다.

마치 고춧가루, 후춧가루 폭탄처럼…,


아까워서 요리할 때도 아껴 아껴 쓰는 한국고춧가루와 후추를 요리가 아닌 지붕에 뿌리려니 속이 쓰리고 화도 나고 기가 막혔다


그러나 마트에서 산 고춧가루 덕분에 하루 이틀 야생라쿤을 쫓아냈으니

우리의 태양초 고춧가루와 후춧가루가 좀 더 세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야 최소한 아들이 집에  있는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있지 않겠는가 


야생라쿤들이 들어오는  벽은 아들의 침대와 마주 보고 있는 자리여서   긁는 소리와  안에서 라쿤들이 움직이는 것을 모두 소리로 실감 나게 감상할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우리의 고춧가루와 후춧가루를 섞어 만든 폭탄의 위력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강력했다.

 며칠 야생라쿤들은 오지 않았고 덕분에 아들은 집에  있는 동안  지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야생라쿤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일이 생겼다.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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