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oreestory
Dec 11. 2023
잘 못먹는 그 동생아이도 제 아이입니다.
상담 시간 (2)
저의 가상의 상담 선생님: 식사하셨어요?
네, 지난 시간에 이어 저희 둘째 '밥'이야기 드릴께요.
둘째 또한18개월을 모유수유했습니다. 누나처럼 역시 분유를 거부했어요. 한국서 인기있다는 독일 스위스 분유가 사방천지인데 이 아이들은 왜 이러나 싶었어요.제가 버텨보자 금방 황달기에, 몸무게가 줄어 병원에서 경고를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인생 마지막 수유라고 생각하고 이어갔지만, 젖빨기도 흥미없는 아기 수유는 첫째 아이때보다 세배네배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첫째도 돌봐야 하는 지라, 몸보다 마음이 힘들기 시작하더군요.
둘째 때 이유식은 어땠는지 이젠 느낌만 남아있어요.
첫째때보다 더 최근에 가까운, 마지막 경험임에도 전쟁이였다는 것밖에 잔상이 남지 않았어요.
울고 던지고 토하는 아기. 사방에 튄 잔여물과 토사물을 닦아내느라 한동안 저는 신데렐라역에 감정이입했답니다. 물론 요정대모 만나기 전의 재투성이 신데렐라로요.날카로운 소리 들으며 늘 무릎꿇고 닦아내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그렇게 두살,세살,네살,다섯살이 되어갔어요.여전히 까탈스러웠죠.아이스크림조차도 3살때까지는 쳐다보는 것도 싫어했어요. 첫째때 특식으로 꺼내던 것들을 늘 주어보아도, tv를 보게 하며 먹여도 밥 한그릇 비우게 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밥을 먹다가 수시로 자리를 뜨는 것은 물론, 목청은 크고 배는 고프면서 먹지는 않는 아이와 씨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끼니거르고 자는 어린 아이 옆에 진이 빠지고 멍해지더군요. 제 얼굴에 생기와 색채가 빠져나가 회색이 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아이 먹일 생각하면 장보는 것, 요리도 힘들었습니다.
성장에 맞는 음식에서, 학교등교 전 신경을 누그러트릴 수 있거나 집중력 향상에 좋은 음식들을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준비해보고 그럼에도 대부분을 버리거나 치워야 했던 시간들.
고마움이나 즐거움의 표현은 없이 원망으로 가늑찬 식탁.
이 시간들이 이어진 건, 아이가 조금이라도 배가 차서 들 예민해지길.조금이라도 힘이 더 생겨 수월히 학교생활하는데 도움이 되길, 조금이라도 밤사이 자라주길, 그만큼 내일이 덜 버겁게 느껴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버텼기 때문이예요.
아빠 엄마 누나 다 편식없이 골고루 먹는 거 옆에서 보면서도, 을르고 달래고, 뺏고 버리고, 토하고 반복해 미친 사람들 의 미친 식탁같다 싶을 때- 어느 순간 갑자기 누나가 먹는 양만큼 먹고 편식이 줄었습니다. 흘리지만 던지지 않고, 싫어해도 구토하지 않게 되었어요.이제 아이스크림이나 케익은 미소지으며,골라도 되냐고 '공손히'묻습니다. 여전히 밥을 먹다가 자리를 뜰때가 많지만, 이만큼도 저에겐 마법 같은변화입니다.7년이 걸렸습니다.버거움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감사히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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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생님, 둘째 아이를 위해 음식뿐만이 아니라 ADHD를 공부하다보니 유독 연관성이 보이더군요.
원래도 개개인 모두가 선호하는 식감 향 맛이 있다고. 그 것을 찾으면 음식을 한결 편하게 즐길 수 있다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ADHD아동은 유독 먹는 것에도 호불호가 심하게 나뉜다는 글을 여러번 접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여쭤봅니다. ADHD 를 타고난 아이들은 젖빠는 중에도 이미 빨리 흥미를 잃고 다른 생각을 하느라 잘 먹지 않는다고요.이유식이건 이후 식사건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둘째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같습니다.
정말 ADHD 스펙트럼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인가요?가감없이 선생님의 의견과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이유를 모른 채,얼마나 오랫동안 아이를 원망하고 무기력함을 느껴왔었는지.. 지금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진 것이지 어려움은 늘 있기에 아직도 정보에 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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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생님, 한가지 더 말씀드린다면요..
아이의 까탈스러움이나 잘 잡히지 않는 식습관, 울음만큼이나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이 또 있어요.
바로 아픈 말들예요.
나름대로 집밥이나 건강식을 먹이려 애를 쓰지만.
일년에 한번정도는, 해피밀에 딸려나오는 장난감을 받기위해 패스트푸드점에 갑니다.신나서 아이가 자랑하면,그런 음식 먹이면 안된다 합니다.이제 먹기 시작한지 이년차에 접어드는 아이스크림과 케익들도,직접 호박 고구마쪄만드는 빵들도, 단 것이 얼마나 ADHD에 안좋은 데 빵 구워먹는 집이라 애가 나을 틈이 없다고 합니다.
밥잘먹고 키큰 첫째 옆에서는 세상 정성스러운 엄마.
밥 잘 안먹는,ADHD스펙트럼의 둘째 곁에선 무지한 엄마.
참..말들이 아픕니다.
제가 확실히 ADHD 식단에 너그럽다면,그렇다고 하셔도 괜찮아요.가끔의 서양식과 패스트푸드도 강한 마음으로 근절해야 한다면, 제 무지에 의한 마음 스크래치는 순간일 뿐, 아이에게 더 도움되는 조언은 긴 효과니 전 가감없이 듣고 싶어요.
ADHD에 대해 공부하고 권유하는 야채와 과일들이 집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요..주중 학교가는 오전과 점심엔 단 것도 없고, 주말과 이벤트 있는 날만 풀어줍니다.그런데도 뾰족 말들을 듣고 난 후에는 제 노력이 과했는지, 부족했는지 모르겠어요.
약자의 가족은 약자에게 향하는 뾰족한 말을 같이 받게 되더군요.그리고 가시받이가 되다보면 통증에, 제가 본래 가졌던 생각과 방향을 잊어버리는 순간들이 있는 것같아요.
제가 성조숙증을 염려한 첫째와 ADHD로 인해 식단관리가 필요한 둘째를 키우며, 매일 먹는 끼니들이 큰 숙제로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힘에 부쳐 무기력해지다가도, 하루라도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길 바라며 나름 노력하고 애를 써보고 바둥대는 데도. 말한마디들에 휘청대는 것을 보면, 아직도 더 단단해져야겠죠. '카더라'보다 더 옳은 정보와 방법들을 먼저 배우고, 굳게 한발자국씩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전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