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 타이베이
여행지와 일정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 맥이 빠졌다.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면 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틈을 내서 그림책을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추석 연휴에 대만 여행을 가게 되었다.
섬드레 출판사에서 나온 대만 그림책들에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는데, 직접 원서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섬드레 출판장님 강의를 들었었는데, 대만이 일제강점기와 군부 시대를 겪어 한국 역사와 여러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황이원 작가의 <옛날 옛날 기차가 작은 섬에 왔어요> 그림책을 보면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역사가 겹쳐진다.
이후에 한국에 출판된 황이원 작가의 그림책들(<초록애벌레를 싫어한 왕자>, <동물원의 비밀>)도 찾아보았다. 대만 책방에 가게 되면 원서로도 찾아봐야지.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Picture Book Forest Bookstore 그림책 서점이었다. 길치인 내가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과 긴장 속에서 구글 지도만을 믿으며 따라 걸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15분쯤 걸렸는데, 거리 구경도 하면서 다녀왔다. 예쁘게 색칠된 맨홀 뚜껑을 보며 대만은 거리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점 근처에 커다란 도라에몽이 인사하는 공원이 있고 특색 있는 음식점, 소품점들이 많이 있었다. 모르고 왔는데 아마도 핫플인 듯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유명한 그림책들이 많았다.
황이원작가 원서를 찾아보고,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찜해 두었던 [雨]라는 제목의 책을 구매했다.
한국에서 찜해둔 대만 그림책 원서를 직접 사다니! 내가 좀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정이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어 서점에 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만서점을 검색하다 24시간 하는 성품서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 여기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아침 7시 서점의 풍경이라니!
가장 기대했던 어린이 코너는 11시에 연다는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아쉽지만 먼발치에서 빼꼼히 고개를 빼고 바라보고만 왔다.
아쉬운 마음으로 일반 서가에 있던 그림책 몇 권 보고 왔다.
뜻을 대충 알듯 말듯한 한자어들과 귀엽기도 멋지기도 한 그림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마지막으로 출국 날 점심식사 후 시간이 좀 남았다.
한 곳이라도 더 다녀오고 싶은데, 가족들의 식사는 길었고 동파육이 무척이나 늦게 나왔다.
아, 항상 변수가 있구나. 먼저 일어나기는 눈치가 보여 마음만 종종 거렸다.
다행히 아이들은 나를 따라오는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스타벅스에서 쉬고 있겠다고 했다.
뜨거운 햇볕을 맡으며 다녀온 곳은 말리중고서점이었다. 입구가 작아서 지도를 보며 가는데도 놓칠 뻔했다. 지하로 내려가 보니 우리나라 알라딘 중고서점과 아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낯선 도시에서의 익숙한 표지의 그림책들이 보여서 반가웠다.
린샤오베이의 한자 이름을 보여주며 책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직원분이 열심히 찾아주셨서 너무 감사했다. 중고 서점이다 보니 작가의 책이 몇 권이나 있으려나 했는데 생각보다 여러 권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
계산할 때 회원가입하면 더 할인된다고 알려주셨다.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괜찮다고 했는데 너무 친절하게 이메일만 적으면 된다고 한국어로 알려주셔서 할인까지 받아 구입했다. 왜인지 회원이 되었으니 다시 한번 와야 할 것만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어판과 원서를 비교해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덕분에 린샤오베이 그림책의 매력에 더 푹 빠져버렸다.
다른 그림책들도 한국어판으로 나오면 좋겠다. (섬드레 출판사 파이팅!)
린샤오베이 林小杯
린샤오베이 林小杯는 중화민국(대만)의 그림책 작가이자 삽화가, 예술가입니다. 《假裝是魚》(《가장하는 물고기》), 《全都睡了100年》(《모두 100년 동안 잠들다》) 등의 아동 그림책을 썼고, 2015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대만 최초로 일본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이기도 합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 선정, 신의재단 유아문학상, 풍자케이 아동그림책상, 금정상(대만 문화부상) 등이 있습니다.
작품은 다국어로 번역되었으며, 대표작으로 《재회의 연습》(再見的練習), 《가장하는 물고기》(假裝是魚), 《뚜루루뚜루》(喀噠喀噠喀噠), 《공룡책 버스》(騎著恐龍去上學)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주요 작품으로는 『어디에도 없는 학교』, 『물고기인 척!』, 『엄마는 구름 같아요』 등이 있습니다.
-대만 위키 林小杯,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