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ce shin
Jul 17. 2024
깊은 계곡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그분에게 드립니다
깊은 계곡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바람도 꼭대기에서만큼 매섭지 않다
지금처럼 숨을 쉴 수 있다면
봄은 거기서부터 온다
가시덤불이 다 말라죽었다고 누가 말하는가
생명은 산자의 것
죽은 자는 그날 이후를 이야기할 수 없지만
산 자는 살아보지 못한 날도 이야기한다
치매 걸린 아내보다
딱 하루 더 살기만을 구하며
그는 봄 여름 가을을 보냈다
그리고 겨울
겨울 그리고 다시 겨울
봄날이 온다면
그날 하루의 문을 열 수 있다면
찬란한 여름과
그 깊은 가을과
영광스러운 금빛 겨울까지
그와 함께 우리 모두를 맞이하리
깊은 계곡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