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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shin Aug 21. 2024

우중기도


한여름 퍼부어지는 빗물 받으러

온갖 그릇들을 갖다 댄다

작은 그릇들은 제 그릇의 바닥만 적실뿐

시간이 가도  담아내질  못하고

큰 화분 굳은 흙도 겉만 적실뿐 한없이 흘려 보낸다       


거저 부어지는 하늘의 빗발  

내 그릇이 받아내지 못하는 까닭에

빗속에 서있다

허수아비마냥 두 팔 벌리고


작은 종지그릇들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아스팔트마냥 단단한 흙

떨어져 나가 부서지고 으깨어질때까지


내 영혼의 작은 그릇과 메마른 흙을

적시고 넓히고 채우고

흐르고 흘러 넘쳐서

또 다른 빈 그릇 채우고 마른땅 적시는

하늘의 빗길 내어주기를


빗속에 서있다

하늘 향하여 두 팔 벌리고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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