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내내 늦잠 자고 어슬렁거리며 일어나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급히 출근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 버거운 느낌이다. 2월 며칠간의 학교생활이 퇴근 시간까지 갇혀 있는 것만으로 답답하다. 방학 동안 너무 여유롭게 놀았나부다.유별난 역마살이 제대로 고개를 들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질 못한다.이러다 바쁜 3월은 어떻게 견뎌낼지 갑자기 걱정스럽다.
바쁜 아침이지만 운전해서 출근을 해 버리면 하루 종일 걸을 시간을 내긴 힘드니 무리를 해서라도 걸어가기로 한다. 예전엔 날씨가 추운 날은 당연히 차키를 들고 집을 나섰는데, 1월 엄동설한 30여 일을 걷고 나니 차가운 날씨도 겁나지 않는다. (물론 대구 날씨까지만 가능하다.) 아침에 덜 말린 머리에 찬 바람에 날리고 얼어 산발이 되기는 한다.
해가 늦게 뜨는 겨울이라 출근 시간에만 나가도 일출시간 아름다운 빛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바쁜 출근길 중에도 중간중간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출근하자마자 교실로 올라가니 내가 좋아하는 뷰에도 일출의 흔적이 보인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또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오후에 그림 한 장 그려야지 다짐을 하며...
아이들이 하교한 후 바쁜 일들을 마무리해 두고 스케치북을 들고 교실로 올라갔다. 예전에도 여기 앉아서 그렸었지만 그 사이 실력이 조금 늘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뷰를 더 예쁘게 남겨두고 싶었다. 사실 창밖으로 목을 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뷰라 편하게 앉아서 그리기는 힘들다. 창가에 서서 몇 번이나 창밖으로 목을 늘이며 그림을 완성했다.
교무실에 내려와 선생님들께 보여드렸더니 우리 학교에 이런 뷰도 있냐며 놀라신다. 나 또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년 학교의 다양한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았다. 4년이 지나고 이 학교를 떠나도 이 학교의 구석구석 다양한 모습을 기억하게 되겠지.
그림을 그리면서 생긴 습관이 있다.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거다. 그림을 그리는 덕분에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더 많이 경험한다. 덕분에 삶이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