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
작성일 2023.12.29.
최근 유명한 배우가 마약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을 하는 일이 있었다.
평소 그 배우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출연한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그 배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인상과 목소리가 좋아서 호감은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마약과 불륜 등으로 조사를 받는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는 너무 안타까웠고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너무 막 나간거 아닌가 하는 약간의 분노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검으로 발견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충격과 함께 아픈 마음에 그 배우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자식이 없는 나도 마치 자식같은 마음이 들면서 궁지에 몰려서 그렇게 결정을 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그 심정이 깊이 오버랩이 되었다.
얼마전에 뇌의 항상성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우리의 뇌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통 가운데 있을 때는 그 고통을 잡아 위로 이끌어 기쁨과 즐거움,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가 너무 행복하고 만족을 느낄 때에는 그 즐거움을 아래로 잡아당겨 그 안에서 오히려 우리는 허무와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 배우도, 세상의 성공과 명예의 정점에서 어쩌면 허무와 고통을 느껴 무방비한 상태에서 유혹을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싶다. 조사를 받는다는 뉴스를 접할 때는 잘잘못을 따지려 했지만, 그의 죽음 앞에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고 날카롭게 칼을 들이밀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그저 그 사람을 안아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이 어려움을 통해 배우고 얻을수 있는 큰 유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가 자살을 했을까? 정말 끊임없이 묻고 또 묻게 되는 질문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다.
끝없이 성공하고 부자가 되고 인정을 받고 멋있어지고 자신을 치장하는 방법을 매일 분주하게 배우지만, 우리가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거기서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이 세상에 없음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우리는 겉으로는 화려함으로 치장하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비난을 주고 받는 아주 혹독한 분위기 가운데 살고 있다.
그의 실패와 절망이 나의 것으로 다가왔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었을까?
"세상이 너무 허무해서 그런 유혹에 빠지셨군요. 당신을 이해합니다. 어느 위치에 있든지 우리 삶은 살아갈 의미와 가치가 있고 이제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깨닫게 될 거에요. 사람들의 인정과 돈, 인기는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제부터 배우게 될 거에요. 당신이 이제부터 가는 걸음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살아갈 소망과 즐거움은 여전히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존귀한 사람입니다.
왜 방법이 왜 이것밖에 없나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희망과 용서의 문으로 발을 내딛는한 당신의 인생은 새로운 차원을 경험할 것입니다! 조금만 견뎌주세요. 우리가 당신과 함께 있잖아요. 잊지마세요!"
이 배우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인데 전해줄 수가 없어 비통하다.
대신 이 말을 나에게, 언젠가는 절망과 실의, 고통 가운데 헤어나올수 없을 때, 해 주어야 겠다. 인생은 환경에 상관없이 살아갈 가치와 기쁨으로 충만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