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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17. 2024

삶은 농사와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성장의 기쁨과 보람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3.12.30.


살아간다는 것은 농사와 같고 정원을 가꾸는 일 같다. 

때로는 땡볕에서 때로는 추위에, 수고하며 찔리고 다치고 덥고 고단한 시간이지만 열매를 거두어 맛을 볼 때의 기쁨이 그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것 처럼 말이다.


한참을 매일 가지가지 힘든 일들을 겪어가면서는 분노에 낙심에 짜증에 피곤함에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 때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씩 일들이 풀리고 수월해지고 발전해가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면서 그동안의 수고와 고군분투 했던 것들이 다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데, 실제로는 노력해도 안되고 이유없이 잘되고 잘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씨앗을 심고 햇빛과 물을 지속적으로 준다면, 싹이 나기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땅은 보이지 않는 준비를 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어느 위치, 상황에 있든지 지금 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아도 열매를 얻는 순간과 연결되어 있는 한 지점인 것이다.



출처 Pinterest


일전에 나눈 것처럼 소퍼라는 직원을 보낼 때, 리소를 뽑는 과정에서 이런 교훈을 특별한 영감으로 느끼며 깨달았던 것 같다.


소퍼는 처음에는 너무 사랑스럽고 충성되게 일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에게 대들거나 무시하고 직원과 때리면서 싸우고 결국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을 안 순간에도 배째라 식으로 "기억안나니까 월급에서 까라고, 그럼 될거 아니냐"고 하면서 나갔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왜 소퍼를 진작 자르지 않았나 후회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깨닫게 되는 것은, 그동안 한숨과 분노를 참았던 것이 마치 똥을 거름으로 주며 땅이 비옥하게 된 것처럼, 우리 회사와 내 삶에 이런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계속 성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마치 그 시간이 낭비인 것 같고 내가 지혜롭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잘못된 것들을 참고 인내하는 것이 냄새나고 더러운 거름을 땅에 뿌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냄새나고 더러운 것은 안보이는 곳에 버려야 할 쓸모없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것을 열매를 거두고자 하는 땅에 열심히 골고루 뿌려줄 때 실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내다버리고 싶고 쳐다보기도 싫은 감정과 기억들은 내 삶에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직접 몸소 체험하면서 뼈에 새긴 깨달음이었다.


소퍼를 그 지경까지 받아주고 인내했던 내 수고가 미련하고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 이후에 리소가 오고 또 분보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냄새나고 더러운 인내가 거름이 되어 열매를 맺는 과정을 내 눈으로 직접 목도하며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들이 들으면 그런가 의아할 것도 내 삶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은 그 감동이나 영감, 깨달음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글로 표현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경험과 표현 사이의 안타까운 갭이 존재한다.

소퍼를 보내고 쑥대밭이 된 회사 환경에서, 리소가 와서 우리 회사의 치명적인 약점과 정리되지 않은 부분을 정리하고 보완해주었다. 그리고 분보가 오고 또다시 쑥대밭이 되어 똥냄새가 진동하는 상황에서 내가 왜 이리 놔두었나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을 즈음 다시 이 교훈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놀라움에 입을 딱 벌리게 되었다.


어제 스타벅스에서 점장으로 8년 일을 했던 보리가 하루 와서 OT를 받았다. MBTI 검사를 해본적이 없다고 해서 검사를 해주었다. 결과치가 3페이지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감탄을 했다. 

"아니 검사한 내용보다 더 많이! 이렇게 빨리! 나오다니 정말 놀랍네요!" 


한번도 성격 검사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것을 다시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MBTI와 DISC검사를 해주며 본인의 성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너무 신기하고 좋아했다. 나도 처음 받았을 때 경이로운 감정을 느꼈던 것이 추억이 되었다.


다음주에 먼저 뽑은 지원자가 와서 일을 하게 되니 좀 기다려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기다리겠단다. 이렇게 잘 훈련되고 훌륭한 직원이 나를 기다려주겠다니.. 분보를 인내했던 시간이 열매를 맺게 했구나 싶었다. 등산을 할 때,  고개고개마다 쉬어가는 구간, 험난한 구간이 있는 것 처럼 지금은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도시락을 맛있게 까먹는 순간이 아닐까..


다음주 화요일부터는 다루가 와서 한 달 정도 일을 하게 된다.

마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출처 Pinterest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수고와 노력이 헛되지 않고 쌓이며 열매를 맺는데 모두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기억할 때,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의욕과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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