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③
「염력」
두 번째 작품은 한국 작품이다. 「부산행」, 「돼지의 왕」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 작품으로 받은 칭찬 다 반납한,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다. 재미있게 봤는데, 의외로 악평이 많다. 한국 영화의 뻔한 클리셰를 사골 우리듯이 우렸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나는 영화를 별로 안 봐서 그런지, 주인공 부녀의 관계, 그 둘의 화해, 슬랩스틱 등등 악평을 받은 장면들이 지겹지도 않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재개발로 인해 장사하던 가게를 잃을 위기에 처한 딸은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스토리 슬쩍 건너뛰고) 초능력자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경찰 및 용역과 맞서 싸운다. 영화의 도입부만 봐도 바로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이 영화는, MB와 김석기 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합작품인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다. 당시에 참사를 보았던 사람들은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면서, '슈퍼맨이 나타나서 다 그냥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느꼈을 수 있다. 영화는 바로 그 마음에서 시작한다.
물건이나 사람을 던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이 있다면, 이런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영화 「루시」와는 다른 대답을 한다. 철거민들을 때려잡던 경찰특공대와 용역깡패들을 바람으로 날려보낸 주인공은 자수를 한다. 형기를 마치고 나와서, 건물이 전부 철거된 공터를 바라본다.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초능력으로 멋지게 해결하고픈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체계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초능력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내 능력이 뛰어나다면, 나 혼자 행복해지는 것은 아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가족은? 친구들은? 나 혼자 힘으로 그들을 안전하게,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유아적인 기대, 희망을 보기 좋게 꺽어 놓는 것이, 초능력보다 더 무서운, 사회고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딸은 다시 열심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