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독후감을 쓴다. 어제도 썼고, 그저께도 썼는데, 또 쓰고 있다. 읽는 양이 많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 심하다. 내가 최근 쓴 글을 보면 죄다 독후감이다. 다른 브런치나 블로그를 보면 소소한 일기부터 시작해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자식 이야기, 누가 볼까 봐 (인터넷에 올리긴 했지만) 그래도 누가 볼까 부끄러운 이야기, 가슴을 치고 테이블을 치고 싶은 분노 이야기까지, 자신의 머리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발 끝에서 끝난다. 내 글에는 책 이야기만 있다. 말 그대로 독후감. 책을 읽었는데, 저자가 무슨 말을 말한다. 좋았다. 혹은 별로다. 이 정도. 책이 내 삶에 녹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삶이 키보드 너머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읽은 책은, 책을 만드는 사람의 책이다. 유유 출판사는 책을 파는 사람의 책, 책을 편집하는 사람의 책, 책을 모으는 사람의 책 등을 종종 내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다. 일종의 서평집이라 할 수 있다. 내 독후감처럼 단순히 책의 내용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스스로 걸었던 길을 추억하면서, 도중에 만났던 책을 살짝 건드리는 정도다. 책은 양념에 불과하고, 주 재료는 자신인 글. 이런 글이 먹을 만한, 읽을 만한 독후감이었다.
두 아이를 기르며 발버둥쳤던 시기를 힘겹게 추억하며, 결국 만들지 못한 책 「줄리언」을 말한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어린이용 책 「행복한 왕자」를 생각한다. 안타까운 첫사랑을 고백하며 「베에토벤의 생애」를 씁쓸하게 내놓는다. 대학교 시절에 직접 만들었던 답사 자료집, 직접 기획하고 글을 써서 만든 「가족이 있는 풍경」을 소개한다. 스스로도 변태 같다 말하며 김현에 대한 덕심을 드러낸 책 「행복한 책읽기」는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넣을 정도다.
저자에게 책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책마다 추억이 하나씩 달랑달랑 매달려있다. 억지로 가져다 붙인 게 아니라, 그의 삶 속에 계속 책이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억지로 기교 부리지 않아도, 삶에서 책이 나오고 책에서 깨달음이 나오고 그 깨달음은 다시 삶으로 이어진다.
책은 누군가의 삶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물건이다. 책이 그 소유주의 추억을 품을 때, 그 책은 더욱 완전해진다. 오리온자리가 선명해지는 겨울이면 이따금 생각난다.
책을 완성하는 건 결국 나다. 허겁지겁 읽고 정리하는 단계를 넘어서, 내 삶 속으로 책을 받아들이고 싶다. 이제 책은 적당히 읽자. 직장인이 하루에 한 권은 말이 안 된다. 대신 더 많이 생각하자.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보자. 그렇게 책을, 비로소 완성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