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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Oct 26. 2024

그림자 극 : 저녁

말 문 터진 물건 12

제목 : 저녁

등장인물 : 남편, 아내, 개똥이, 반쪽이 아버지, 동네 여자 1,2,3

장소: 보통의 마을 가정집 

시간 : 저녁 

무대 배경- 나무 한그루가  무대 왼편, 집의 창문 옆에 서 있다. 


 -1막 -

해설 _ 막이 오르면 불이 켜져 있는 집 창문에 남편과 아내의 모습이 비친다. 


아내 : 여보 제발 좀 똑바로 서봐요. 아침, 점심 다 괜찮은데 왜 저녁만 되면 이렇게 거꾸로 자꾸 처박고 

그래쌌능교? 아이구 너그 아부지가 와 자꾸 머리를 땅에 쳐 박아 샀고 이러냐.


남편 : 내가 알면 이러고 있것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어찌 좀 해봐 봐- 오매, 미치것네.(소리를 지른다)


아내 : 좀 조용히 해요. 동네 남사스럽게 - 남들이 볼까 무서버요- 


 아내는 까치발을 하고 두 손으로 열심히 남편의 엉덩이를 끌어내리려고 한다. 키가 작아 잘 안 닿는다. 

아내 :(독백) 병도 병도 무슨 놈의 이런 **같은 병이 들었나 - 마누라는 버려두고 싸돌아 다니며 이 여자 저 여자 밝혀 쌌더니만 성할 때는 나가 놀다 이꼬라지 되니까 집으로 기어들어 조강지처 -  웃기고 자빠졌네. 개똥이 아니었음 벌써 니놈이랑은 갈라섰다. 


남편 : 뭐 하고 있어. 나 좀 세워줘 봐. 아이구 내 머리가 돌딩이 같이 무겁네- 이기 무슨 일인겨?  내 머리를 들고 좀 일으켜 세우라니께- (소리를 친다)


아내 : (정신을 차리고) 아니, 그게 아니고(남편의 엉덩이를 잡고 끌어내리려 낑낑 애쓴다) 

머리가 무거븐게 아니고 당신 엉덩이가 바람이 들었는지 고무풍선 마냥 가벼워서 자꾸 떠 오르는 거마는-

여기가 달나라도 아닌데 왜 밤만 되면 엉덩이가 자꾸 천장으로 날아 가는기 - 

(말을 끊고 힘든 숨을 내쉬며) 여보 아무리 해도 안 돼요.  내 힘으로는 안 되겠어요 - 

그렇다고 누굴 부르자니 동네 창피하고, 하이고 이일을 우짜노?  (아내가 있는 힘을 다해 다시 엉덩이를 끌어내린다) 


남편 : (고통스럽게) 창피할게 뭐 있어 - 사람이 죽는디 - 옆집 반쪽이 아부지 얼렁 불러와 -  머리로 피가 쏠려 죽을거 같어-


 

 - 2막-


동네 여자 3명이 담 너머로 그 집 창문을 몰래 보고 있다. 


동네여자 1 : (작은 소리로) 무슨 소리래?  


동네 여자 2 : 쉿, 개똥이 아부지 저녁이면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가 자꾸 하늘로 올라간디야. 무슨 병이 저런 병이 있는지 진짜 미칠 노릇 아닝가?


동네 여자 1: 그런데 (웃음을 참으며) 저러고 있응께 진짜 좀 거슥하긴 하네 -ㅋㅋㅋ  


동네 여자 2 : 맨날 바깥으로만 돌아서 개똥엄마 애 먹이더니 저게 벌이 아님 뭐여?


동네 여자 3 : 그렇다고 저런 병에 걸리는 거는 아닐텐디 - 그 참 희한하네 -그나저나 개똥엄마 워쩌냐.


아내가 급히 옆집 반쪽이 아부지와 같이 온다. 


남편 : 반쪽이 아부지 나 좀 어떻게 좀 똑바로 서게 해 봐여. 이거 사람 환장할 노릇이여.


반쪽이 아부지 : (당황하여 )  오매 이게 뭔 일인겨? 


아내 : 야들 아부지 궁댕이가 자꾸 하늘로 가요-반쪽이 아부지 우리 집 양반 좀 우째 해봐요. 

내 혼자 암만해도 안돼요. 나보다는 힘이 씨니까 함 땡겨 봐요. 저 양반 밤새 저렇게 있다가는 피가 머리로 쏠려 죽을지도 몰라요.

반쪽이 아버지가 남편을 똑바로 세우려고 엉덩이를 당겨 내린다. 


반쪽이 아부지 : (숨을 헉헉 쉬며 )워따, 배속에 뭔 바람이 들어서 자꾸만 위로 떠오르는겨. 암만 땡겨도 안되네-  대가리가 쇠뭉치로 된 거여? 돌땡이로 된 거여. 왜 자꾸 아래로 처박히는 거여? 

(숨을 몰아쉬며) 아이고 힘들어 더는 못하것어. 그래도 이만함 아까보담 많이 내려왔네 - 이제 좀 살것지?.


남편 : (붉어진 얼굴에 숨을 내쉬며)  아이고 이제 숨이 좀 쉬어지네 - 


반쪽이 아부지 : (독백)  똥구멍을 쳐들고 자꾸 거꾸로 서는 이병이 무얼꼬? 이거 참 큰일 일세. 

(잠시 생각한뒤 심각하게) 개똥이 엄마.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병은 굿을 하면 나을 수도 있는디 -내 잘 아는 이화라는 용한 무당이 가까이 있는디 소개해 줄까?. 


아내: (깜짝 놀라며) 아이구 그거는 아니고예 -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갈라고요.  

인자 다리를 요만큼이라도 내렸놨으니 숨은 쉬겠지요 -우쨌든동  반쪽이 아부지 고맙심데이-


반쪽이 아부지 : 아아. 하마요.  병원을 가봐야제. 아이고 사람을 이래 잡고 있어야하니 - 이러다 개똥이 엄마가 골병들어 먼저 가겠구먼.  

(남편을 보며 걱정스럽게) 개똥아 나 간다. 오늘 밤을 어떻게든 잘 넘기고 내일 병원 가거라. 


남편 : (죽어가는 소리로)으이, 반쪽아 고맙다. 근디 이거 나가서 어디 소문내지 말어라. 입 닫고 있어-  내일 병원 가서 내가 고칠 테니 알것지 - 


반쪽이 아빠 : 걱정 말어.  어서 낫기나 혀.

 반쪽이 아부지가 간다. 



 -3막- 

아내가 도저히 기운이 딸려 서있기 힘들어서 누워서 남편 엉덩이를 잡고 있다. 

아내 :  ( 누어서 남편 엉덩이를 당기며) 이놈의 엉덩이를 잡고 땡기는 것도 한도가 있지. 내 팔자가 와 이러노. 이기 무슨 꼴이고.  잡고 있자니 힘들어 미치겠고 놓으마 거꾸로 둥둥 떠서 피가 쏠려 죽는다고 난리지. 

(속말로) 콱 뒤지도록 내 삐리 두까 마. (바로 저쪽을 보며) 개똥아, 진짜 이라다 엄마 먼저 죽겠다. 니가 와서 좀 잡아라. 뭔 좋은 방법이 없나?


개똥이 : 아버지 발을 끈으로 묶어서 저기 문에다 매 놓아요.  


아내 :  (반색하며 ) 그래 , 옳다. 역시 우리 개똥이다. 와 진작에 그 생각 와 못했노. 개똥아 끈 찾아오너라. 

문에다 매 놓음 문을 우째 열고 닫노. 저 구석에 책상 다리에 묶어 놓자. 혹시 책상 뒤집어 지는거 아니여? 


개똥이: 엄마 걱정마요. 책상 위에 사놓고 안 본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엄마: 자랑이다. 자랑이야 - 어서 끈이나 갖고 와. 


남편 : 뭐여? 내 다리를 묶어 논다고?  우짜다가 내 신세가 이모냥이 되었냐? (한탄을 한다)


아내 : 우리도 좀 자야 할 거 아이가. 시끄럽게 잔말 말고 아침까지 이래 가마이 있어요.죽지는 않을 거니까. (끈으로 다리를 묶어 책상 다리에 묶으며)

그래도 머리가 무거운기 참으로 다행은 다행이제. 머리에 바람이 들었으마 이래 묶어 놓으마 주유소 풍선 될 뻔했제. - 


개똥이는 자기 방으로 가고 아내가 한숨을 돌리며 조금 쉬려고 앉는다. 몇 초 후 


남편 : 여보 개똥이 엄마, (난처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기어든다) 미안한디 나 화장실에 가고 싶은 - -


아내 : (남편 말이 끝나기 전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속으로) 이런 ***  , (큰 소리로) 아이구 우짜노 - 개똥아 이리와라 아부지 오줌 싼단다. 빨린 온나- 


           개똥이가 달려온다


  아내:  니가 여기 잡고 엄마가 여기 잡고 화장실까지만 가자. 

wㅜ

자꾸 떠오르는 엉덩이를 잡아 내리며 기진맥진 화장실까지 왔다. 


아내 : 개똥아.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잡아서 끌어내려 있는 힘을 다해서-  하나 둘 셋!!  (둘이 같이 당긴다)


개똥이 : 엄마, 아무리 당겨도 아빠를 변기에 앉힐 수가 없어요. 자꾸 엉덩이가 떠올라요.


엄마 :  그라마 우짜노-- 저기 저기 개똥아  바가지 가져와라 


남편 :  여보 나 쌀 것 같아 제발 그냥 싸게 해 줘 - 


아내 :  말 안 되는 소리 말고 조금만 참아요 바가지 댈 테니 - 그냥 싸면 지금 오줌이 배로 얼굴로 흐를 낀데 을라도 아니고 참아요. 

개 똥아, 엄마가 아부지 바지 내리면 니가 바가지를 대라 - 아아고 자식 앞에 이게 무슨  꼴이고 내가 죽지 내가 죽어 -


한바탕 난리 후 남편도 아내도 조용하다. 

발을 묶은 남편은 지쳐서 잠이 든다

피곤한 아내도 금방 잠이 든다. 


-4막-

조용하고 신비로운 음악이 흐른다. 

남편이 일어나 아내에게 다가온다. 

남편: (다정한 목소리로) 여보 그동안 싸돌아다니고 여자들이나 만나고 바람이나 피워서 미안해. 내가 맘고생 많이 시켰제.  

내가 사랑하는 것은 개똥이 엄마 당신뿐이여


아내 : (놀라 뒤로 물러서며) 아니, 아니 잠깐만, 당신 맞어? 바로 선거야 엉덩이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네 -이거꿈 아닌가? (볼을 때린다) 섰네. 진짜 섰어. 똑바로!!


남편 :  밤이나 낮이나 내 뒤치다꺼리한다고 고생했어.


아내 : 흐미야- 죽을라면 사람이 변한다더니 개똥이 아부지 죽을라고 이러나? 왜 안하던 짓을 해요 (슬쩍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남편 :( 가까이와 개똥엄마를 안는다)  이제부터 내가 잘 할겨. 

 

아내: (은근히 좋으면서 약간 빼면서 안긴다) 아이구 남사스럽게 와 이카노.  

(개똥이 아부지 등너머로  뭔가를 보며) 근런데  저기 저기 뭔 글자야?  이화 약국?  이화? 이화?  어더메서 들은거 같은데 -?


감기 걸린 남편이 밤새 앓으며 엉덩이를 치켜들고 벗어 놓은 옷에 발이 걸려서 못 빼고 버둥거리며 자고 있다. 

식탁 위에 감기약봉지가 늘 부러져 있다.  

약봉지가 클로즈업되면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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