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쭝이쭝이 Oct 14. 2024

18년 만에 관심 갖는 노벨문학상

오르한 파묵과 한강 사이의 시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놀라운 뉴스였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상황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뚜렷한 마지막 기억은 튀르키예(당시엔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이 '내 이름은 빨강'으로 2006년 수상했을 때다. 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어로 책을 썼고 전공은 건축이었다.

한국인으로서 건축 전공자이면서 글쓰기를 좋아하던 내게는 오르한 파묵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영어권은 물론 세계 주요 언어도 아닌 튀르키예어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탔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데 막상 내 이름은 빨강을 서점에서 사 와서는 초반 몇 페이지를 읽고는 결국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18년간 단 한 번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관심을 갖거나, 책을 사서 읽어본 적이 없다.

오르한 파묵이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기 1년 전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 어학연수도 하고 대학에서 한 학기를 보내기도 했다.

대학에서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울 때 영어라는 언어 매력을 느꼈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가 직접 고른 단어와 문장으로 쓴 원문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을 때, 이전까지 내가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었던 책은 같은 책이 아니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경험은 외국책을 번역해 한글로 쓰여있는 소설을 더는 읽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내가 감탄했던 그 많은 소설들의 문장들은 결국 작가가 직접 쓴 문장이 아니라 한국어 번역자가 고른 단어와 글들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사놓고 읽기를 포기한 이후 18년간 외국어 번역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그렇다고 원문 소설을 읽을만한 어학 실력도 없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오래간만에 소설책을 주문했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일단 주문했다. 사실 채식주의자는 부커상 수상 당시 읽어보려다가, 대충의 줄거리를 보고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글로 쓴 문장과 선택한 단어의 조합이다.

사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와 정말 잘 썼다'라고 느껴본 것이 아주 오래전 일이다.

소설에선 김애란 작가 글을 보고 그런 감정을 가졌었지만, 10년도 이전이다. 매년 새해 신문에 소개되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봐도 큰 감흥은 없었다.

아무튼 한글로 쓴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을 수 있다니 즐거운 일이다.

이전 07화 새로운 만남 통로였던 '채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